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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발코니 공사비 111억 원이 공짜?: 아현 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2009.09.15 16:08 입력 | 2009.10.19 23:55 수정

본 기사는 8월 12일 시험판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읽으시면서 날짜 등에 착오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아파트 발코니 공사비 111억 원이 공짜? 
법원, 아현4구역 관리처분계획 취소 판결 
사업시행인가 후 공사비 무려 65%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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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중단된 아현 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현장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380번지 일대 64,000여 ㎡. 재개발 정비사업이 한창이어야 할 이곳은 모든 공사가 중단된 채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기존 조합과 통합대책위원회(이하 통대위)가 서로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사업 자체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 
지난 5월 21일 서울지방행정법원은 아현 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 조합이 지난 2008년 6월 5일 마포구청장으로부터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이주 및 철거 작업도 중단되게 됐고,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사업은 그 청산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본 정비사업의 시작은 이러했다. 해당 조합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였던 지난 2003년 6월에 주민총회를 통해 L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양측은 주택재개발사업에 관한 공사도급가계약을 체결했다. 가계약에 따르면 본 정비사업의 공사비는 이주비, 금융비용 등을 포함해 신축건축물 3.3㎡당 259만 6800원(순수 공사비는 239만 3300원)이었다. 
이어 추진위는 2006년 8월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해 시공사 선정 등에 관한 내용을 상정해 의결했다. 추진위는 당시 토지등소유자 699명으로부터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았고 이에 마포구청장은 같은 해 11월 조합의 설립을 인가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2007년 5월 정기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및 L건설과 체결한 공사도급가계약을 재차 추인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같은 해 9월 3일 마초구청장은 본 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했고, 조합은 9월 27일 L건설과 공사도급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졌다. 추진위 시절 L건설과 체결한 가계약 당시의 공사비가 본계약에서 급증한 것. 본계약에 따르면 본 정비사업의 공사비는 신축건축물 3.3㎡당 396만 5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가계약 당시보다 약 65%(순공사비 기준)나 치솟은 것. 당연히 조합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이때부터 분열된 조합원끼리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본 사건을 요약할 수 있다. 
 
 
 
“폭등한 공사비, 통상적인 범위 벗어나” 
재인가 과정, 발코니 무상 확장 문제 불쑥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2007년 10월 관리처분총회에서 L건설과 지난 2007년 9월 27일에 맺은 공사도급계약 내용을 승인하는 안건을 상정해 재적 조합원 732명 가운데 482명의 찬성으로 위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기준에 따라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에 관하여 마포구청장에게 인가 신청을 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일부 분양 대상자의 자격이 문제가 돼 이를 보완하라는 요구를 받게 됐다. 이에 조합은 2008년 3월 다시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해 ‘관리처분계획 보완의 건’을 상정해 재적 조합원 731명 중 398명의 찬성으로 의결해 마포구청장에게 재인가 신청을 했다. 결국 그해 6월 마포구청장은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해 고시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본 사건의 또 다른 문제점인 ‘발코니 무상 확장’에 대한 것이 튀어나온다. 조합이 2007년 10월 관리처분총회에서 L건설 측과 체결한 것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한 것은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란 주장이 이를 공론화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3.3㎡당 공사비가 폭등해 총 공사비가 1463억여 원에서 2268억여 원으로 늘어난 것은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므로 조합원들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관련 법에 따라 비용 분담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정관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이므로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 따라서 피고 조합이 2007년 10월 관리처분총회에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는 조합원의 찬성만으로 의결한 내용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급해진 조합 무리수에 일부 조합원 반발 
“시공사가 발코니를 공짜로”vs “증거 대 봐” 
 
사법부가 연이어 2007년 10월과 2008년 3월의 관리처분계획 의결 내용을 무효화하자 조급해진 건 조합과 시공사인 L건설. 특히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이 계속 틀어질 경우 사업이 지연돼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이를 치유할 계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지난 7월 17일에 임시총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7월 16일, ‘사업 시행 변경의 건, 관리처분계획인가 변경의 건’을 회의의 목적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개최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또 판결문을 통해“조합이 임시총회 안건에 대해 동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들에 대해서만 발코니를 무상으로 확장해 주기로 공언한 것은 의결권을 사실상 매수하는 것”이며 “동의ㆍ부동의 여하에 따라 조합원들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라 말했다. 
문제는 바로 이 ‘발코니’다. 조합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2007년 7월 10일까지 임시총회의 안건에 대해 동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들에 한해 발코니를 무상으로 확장해 주겠다고 공고했다. 이때 조합은 “발코니 확장 공사비는 시공사에서 댈 것”이라 주장했는데, 이는 그 어디에서도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조합 측 자료에 따르더라도 발코니 시공비는 가구당 2000만 원에 이르며, 임시총회는 종래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이 서울행정법원의 선고(2009년 5월 21일ㆍ조합이 2008년 6월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한다는 것)에 따라 취소된 사유를 치유하기 위해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고자 함에 있는 것으로서 임시총회 안건에 대해 동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가정 하에 필요한 공사비만 무려 111억 6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조합 측 주장과 달리 조합과 L건설이 체결한 공사계약(2007년 9월 27일자)에 따르면 “발코니 확장을 원하는 계약자가 있을 경우 해당 비용은 계약자가 시공사에 직접 납부토록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게다가 이미 언급한 대로 발코니 확장비용을 시공사가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는 조합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그 어떤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시총회 안건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을 배제하고 동의하는 특정 조합원에게만 시혜적 조치를 약속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만약 조합의 공언이 거짓이라면 이는 조합원들을 기망해 이에 속은 조합원들로부터 동의를 얻는 것이므로 그 동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설령 발코니 확장비용이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돈이 아니고 조합의 사업 운영 과정에서 이익이 유보된 것이라고 해도 이는 모든 조합원들에게 동등하게 분배돼야 할 성질의 것이다. 또한 L건설이 정말로 이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면, “시공사가 본 정비사업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기에 이러한 ‘선심’을 쓸까?”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시공사의 정비사업 참여 목적은 당연히 ‘돈’이다. 그렇다면 시공사인 L건설이 이 비용을 댄다고 해도 충분히 수익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 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나아가 ‘100억 원이 넘는 발코니 공사비가 처음부터 전체 도급 공사비에서 절감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나?’란 의구심마저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한가람의 조창혁 변호사는 “(발코니 건은) 조합원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코니 확장비용을 애초 전체 공사비에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면, 임시총회 안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들로서는 이중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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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후 공사비 올리기 관행 
조합과 시공사 결탁(?) 의혹 증폭 
 
본 사건과 관련해 하나 더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사업시행인가 뒤에 시공사가 공사비를 올리는 ‘관행’이 바로 그것.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30%가량 공사비가 올라가는 것은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별 문제가 되질 않는다”며 “하지만 본 사건의 경우엔 그 정도가 매우 심하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매수(발코니 확장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동의를 구한 것)’혐의가 드러났는데 이는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다”란 의견을 내놨다. 
결국 본 정비사업은‘개발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 하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일반적인 갈등에다가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시공사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사업이 표류하게 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조합원의 말이 떠오른다. A 모 씨는“공사비가 과도하게 폭등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의 시공사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는 이상 조합원들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부담을 키우는 지금의 행태가 이어지는 데 대해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며 한탄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이 된다. 때문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려는 조합의 처지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 운영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채 무리수를 남발하게 되면 결국 본 정비사업과 같이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타 사업장 및 이해관계자들이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가계약 당시 공사비를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은근슬쩍 올리는 시공사의 관행에 대해서도 고민할 여지가 있다. 피치 못할 사정상 공사비를 올리게 된다면 조합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문제에서부터, 도저히 가계약 당시의 공사비를 맞추지 못한다면 도의상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에 이르기까지 이와 관련된 문제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비일비재한 만큼 더욱 그러하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