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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자동 인·허가제 부작용 없나: 구역별 동시 이주·철거되면 전세난 등 우려; 2011.03.22 13:15 입력

손동후 기자 sondh@rknews.co.kr

“접수 순 진행 등 총량제 도입하면 문제없다”
 
이재오 특임장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동개최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신주택정책 방향 대토론회’를 두고 파행 운영, 실효성 등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된 내용 중 자동 인·허가제 도입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무원 및 업계 관계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동 인·허가제 도입으로 인해 구역들이 동시에 개발되면 지금보다 더 전세난 등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주제 발표를 한 김진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보완책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432px" height=269 src="/PEG/13007673327081.jpg" width=700 align=left>◆자동 인·허가제 내용과 부작용은?=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있어 자동 인·허가제도는 사업시행인가 등 각종 인·허가 신청에 대해 시장·군수가 30일 이내(또는 60일 이내)에 인가 여부 또는 처리지연사유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가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관할 행정청이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경우 조합 등은 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인·허가 지연에 따른 사업비용 증가는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허가가 지연되는 경우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제도 도입의 이유로 공무원의 비리 발생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일부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담당공무원들이 인·허가를 신속하게 해달라는 청탁 및 금품, 향응을 제공받는 경우도 있다”며 “경쟁 상대인 구역의 조합설립인가를 지연시켜달라고 관할 구청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등 각종 인·허가 신청에 대해 시장·군수가 30일 이내(또는 60일 이내)에 인가 여부 또는 처리지연사유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인가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제기됐다.
 
따라서 사업기간이 단축되고 ▲조합원들의 부담금 경감 ▲행정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제고 ▲공무원의 무사안일, 행정편의주의, 비리방지 기대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은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선안처럼 조합설립인가뿐 아니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자동 인·허가 제도를 도입한다면 여러 구역이 동시에 이주를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 공무원은 한정돼 있는데 한꺼번에 인·허가를 신청하면 현장이 많은 지자체의 경우 업무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진수 교수는 “인·허가를 접수 순으로 처리하거나 시기조정을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와 같은 부작용을 감안해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용적률 완화, 조합인가 요건 완화…다른 내용은=이날 공청회서는 ▲용적률·층수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조합설립요건 완화 ▲하자치유 법적 근거 신설 ▲조합임원 해임총회 발의요건 강화 ▲재건축 상가 조합원에게 주택공급 등의 개선안도 제기됐다.
 
김 교수의 발표문에 따르면 현재는 재건축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상향하고 그 중 50%를 소형주택으로 짓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용적률 적용하면 약 15만 가구 이상의 서민용 소형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설립요건 완화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모두 동의율을 2/3 이상으로 완화토록 했다. 또 단독주택 재건축 동의요건에서 동별 요건을 삭제토록 했다. 
 
동별 요건이 알박기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 토지만 소유한 자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토록 했다.
 
하자치유에 대한 법적 근거 부문에서는 방법을 법에 명시해 다음 단계에서 이뤄진 동의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다. 
 
또 전 단계에서의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업 파행에 따른 조합원들의 막대한 피해를 예방토록 했다.
 
이밖에 흠결을 무시한 채 사업이 추진되는 폐해를 막기 위해 하자가 확정된 시점부터 치유 완료 시까지 새로운 인가 및 결의를 진행할 수 없도록 했다.
 
조합임원 해임총회 발의요건 강화에서는 해임총회 소집을 위한 발의 요건을 일반 총회 발의 요건과 동일한 수준인 1/5로 변경토록 했다. 
 
또 해임 총회 직접 참석자 비율도 조합원의 1/5로 명시해 외부업체와 결탁한 반대파의 서면동의를 악용할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상가 공급과잉 등의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해당 사업단지의 특성에 맞춰 적정수준의 상가를 건설하고 나머지 용적률을 주택으로 건설하도록 했다. 따라서 기존 부대복리시설 소유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규제 아닌 조정자 역할로
■지정 토론 내용은 무엇인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원재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 임계호 서울특별시 주거정비기획관, 이명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해 지정 토론을 했다.
 
장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제도적 한계와 과도한 규제 중첩으로 인해 고사 상태에 놓여 도시 내부의 주택 공급이 위축됐다”며 “도시정비사업의 제도 개선은 수도권 및 대도시의 주택공급 확대 등 순기능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공부문은 규제자 아닌 조정자이자 유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도시정비사업 추진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자금 및 개발자금 조달에 적절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정책관은 현재 침체돼 있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토론을 준비했다. 이 정책관에 따르면 현재 재정비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 ▲과다한 정비구역 지정 ▲사업추진 과정 상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 등의 사유로 사업 추진이 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의 경제적 부담 가중 ▲해당 지역의 슬럼화 및 우범지대화 ▲개별 주거환경 악화 ▲주거안정 저해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정책관은 “재정비사업에도 도시경관, 친환경 녹지 공간, 에너지 저감기술 등을 강화하는 한편, 철거 위주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양호한 주거지를 보존·관리하고 주민의 주거 안정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화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임계호 기획관은 서울시의 정책을 소개하는 내용을 지정 토론문에 실었다. 토론문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 일변도의 도시정비방식은 단조로운 도시경관 형성, 서민주거의 급격한 멸실, 커뮤니티와 지역 고유성의 상실 등 많은 희생을 동반했다.
 
서울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렴한 주택 공급확대 ▲저소득층 주거부담능력 지원 ▲정비계획 공공 수립 ▲정비사업 관련업체 선정 및 관리 ▲주민의견 수렴 내실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 제도개선 ▲정비계획 주택수급관리 ▲기반시설 비용분담의 합리적 기준 마련 ▲추진자금 융자 확대 ▲정비사업비 산정 프로그램 개발 ▲정비사업관리 매뉴얼 개발 ▲주거유형 다양화 ▲양호한 주거지 보전관리제도 확립 등을 실천하고 있다.
 
임 기획관은 “구릉지, 도시자연공원 연접지 등 지형여건상 불가피한 지역 또는 양호한 저층주택지 등에 대해 엄격히 관리한다”며 “기반시설이 풍부하거나 환경 부담이 적은 역세권 지역은 서민주택 공급과 직·주 근접을 실현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의 경우 택지자원이 거의 소진돼 정비사업이 서민 주택의 주된 공급원”이라며 “전면철거 방식이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신속히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