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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3 재개발 사업시행인가 언제 되려나: 조합, “구청의 늑장 행정에 죽을 맛이다”; 2011.06.08 16:53 입력 | 2011.06.08 16:56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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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본지는 지난 호(38호 20면 참조)에서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 북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관할 서대문구청이 사업시행인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이 지연돼 손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당국의 늑장 행정에 따른 사업시행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법제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조합장 박상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그에 따른 조합(원)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또 이에 대한 서대문구청 측의 입장은 무엇인지 들어 보고 양측의 주장에서 접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봤다.
 

지난달 19일 북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은 A4 용지 2장짜리 안내문을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조합은 안내문을 통해 “일관성 없는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청에 항의 방문할 것이니 이때 적극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합이 배포한 안내문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아현3구역 조합은 지난해 4월 서대문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 조합 측은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시행인가가 이렇게까지 늦어지리라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조합 관계자는 “통상 사업시행인가 신청에서부터 실제 인가가 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당시만 해도 연말 이전에는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합 측 기대는 새로운 구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새로이 취임한 현 구청장 체제에서 북아현3구역을 비롯한 북아현뉴타운 5개 구역의 사업 속도는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해 졌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북아현1-1구역의 경우 지난해 조합 측이 신청한 관리처분인가가 해가 바뀐 지 반년이 다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처리가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6ㆍ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문석진 구청장이 선거 전후로 밝혀 왔던 재개발ㆍ재건축에 대한 소신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문 구청장은 지난해 취임 전후로 “사업 초기인데 문제가 많은 곳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하되, 이미 관리처분 단계에 돌입해 철거가 진행 중인 곳은 최대한 빨리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구내 모 재개발 구역의 한 조합원은 “지난해 구청장이 취임한 뒤 ‘지역 순방의 날’을 정해 해당 날짜에 조합원 간 격한 분쟁을 겪고 있는 현장을 찾아 분쟁 해결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면서도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다 돼 가지만 실제로 1년 전 부각됐던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는 곳은 찾기 힘들다”고 성토했다.
 

◆인가 조건이 여론조사? 조합 “법적 근거 없다”=사업시행인가가 늦어지면서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사업시행자인 조합 집행부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북아현3구역 조합은 “구청은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모자라 인가 조건에 주민들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달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면서 “본래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에 앞서 관계 법령이 정한 대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참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되고, 우리 조합도 마땅히 그러한 제반 절차를 준수해 인가를 신청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구청이 법적 근거도 없는 여론조사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북아현3구역 조합에 따르면 이미 서대문구청은 지난해 7월 첫 번째 연기 통보를 시작으로 지난 3월 31일까지 무려 7차례나 인가 연기 통보를 했다. 그때마다 구청이 한 달의 처리 기한과 함께 갖가지 인가 조건을 제시했지만 조합은 묵묵히 그를 수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가는 번번이 연기됐고 더 큰 문제는 7번째 인가 신청의 처리 기한인 지난달 15일 이후 아예 인가 연기 통보조차 내주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조합 관계자는 “친환경 건축물 예비 인증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구청의 (인가) 연기 공문을 바탕으로 ‘접수 대기’ 상태를 유지, 비용 발생을 막아 왔는데 이제는 연기 공문조차 내주지 않고 있어 조합으로서는 친환경 예비 인증 신청 반려 위기에 처해 애간장이 탄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친환경 예비 인증 접수 비용만도 약 4000만 원에 달하며 이 예비 인증 신청 접수가 반려될 경우 이 비용은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북아현3구역 조합이 예비 인증을 신청한 후 관계 법령이 강화돼 예비 인증 신청이 반려되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이는 설계 변경-추가 비용 발생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합 측은 “예비 인증 신청이 반려되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인증 신청을 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설계 변경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는 공사비 인상 요인이라 그만큼 조합에게 막대한 경제적ㆍ시간적 손실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합 측 주장에 대해 서대문구청은 사업시행인가를 처리하는 데 있어 관련 지침과 절차에 맞게 진행해 왔으며 북아현3구역은 구역이 큰 관계로 처리할 문제가 많아 부득이하게 늦어진 것이라 해명했다.
 
서대문구청 도시개발추진단 담당자는 “북아현3구역의 경우 구역이 넓다 보니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며 “일례로 국ㆍ공유지 문제만 하더라도 최근에야 처리돼 이를 모두 종합해 유관 부서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의 이유로 타 구역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늑장 인허가, 원주민 재정착 가로막아=구청 측 해명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관할 행정청의 ‘늑장 인허가’는 당국이 내세우는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 및 조합원 부담 경감’이란 정책 취지에 궁극적으로 어긋난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아현3구역 조합은 1년이 넘도록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수백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소연했다. 조합의 한 임원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관할 행정청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원주민 재정착률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늑장 인허가는 필연적으로 사업 지연으로 귀결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은 결국 조합원들에게 전가돼 원주민 재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차례나 인가가 미뤄지자 북아현3구역 조합원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대문구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겉으론 원주민 재정착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한 일종의 ‘포퓰리즘’”이라며 “하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며, 표(票)를 위해 속칭 ‘비대위’와 세입자들이 주장하는 (사업) 반대 논리를 앞세워 관계 법령에 의해 그 존재를 인정ㆍ보호받는 사업시행자를 압박하는 것은 2500명이 넘는 북아현3구역 조합원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는 훗날 그들에게 재앙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합을 설립했고, 관계 법령과 조합 정관에 의거해 사업을 시행해 왔음에도 이처럼 오랫동안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는 것은 구청장의 정치적인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인 셈이다.
 
설령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북아현3구역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구청의 인허가 지연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조합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곳 조합원들에게는 ‘불난 데 풀무질하는 것’처럼 메아리가 되어 돌아갈 전망이다.
 
그는 “구청 측이 인가 지연 사유로 부각하고 있는 ‘복주산근린공원’의 공원 심의 문제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구청에 있다”며 “지난 2009년 8월 구청이 공원의 설계를 발주하고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을 줘야 하는 설계업체 선정이 이렇다 할 이유 없이 1년이 지난 지난해 9월에야 이뤄졌으며, 이 때문에 북아현3구역의 공원 심의 역시 미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말해, 구청이 나태하지 않았다면 북아현3구역의 공원 심의는 지난해 상반기에 마칠 수 있었을 테고 지금과 같이 조합의 발목을 잡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잘못은 직무를 유기한 구청에 있는 것이고, 인허가 지연의 책임 역시 구청에 있는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더 기가 막힌 것은 북아현뉴타운 내 나머지 4개 구역(1-1ㆍ1-2ㆍ1-3ㆍ2구역)은 공원 심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는 점이다”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설득력도 미흡한 구청 측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 설명> 서울 서대문구 금화아파트 인근에서 바라본 북아현동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