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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 ‘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01.09 12:07 입력 | 2010.01.10 09: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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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 ‘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 마포구 아현뉴타운 제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장(이하 아현3구역)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조합 집행부와 반대파의 첨예한 대립이 수개월째 이어진 데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 성원을 놓고 또 다시 양측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본보는 지난 7호(2009년 12월 2일자 1ㆍ3면)에서 당시 총회 현장을 자세히 묘사한 바 있다. 당시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총회 의사정족수 등을 놓고 조합 측과 ‘아현3구역 재개발 입주자 모임(이하 입주자 모임ㆍ반대파)’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분쟁의 소지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한 달이 지난 지금, 양측은 임시총회 성원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편 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에 조합과 입주자 모임 측을 찾아 양측의 주장을 들어 보고, 이해관계인들의 입을 통해 아현3구역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임원 성과급 놓고 갈등 
조합장 구속 사업 표류 
해임총회 현장서 ‘격돌’ 
 
아현3구역은 지난해 조합 임원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한 조합장이 정비업체와 짜고 공사 대금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그와 얽힌 조합원 간 분쟁이 벌어져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참다못한 입주자 모임 측은 지난해 5월, 조합 집행부에 대한 해임총회를 열었고 조합장 유 모 씨(60)는 해임됐다. 하지만 나머지 집행부에 대한 해임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과 입주자 모임 간의 첨예한 대립은 조합장이 해임된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조합 측은 착공 신청 절차를 밟는 등 사업 진행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11월 중순에 착공 신청이 완료됐다. 
관할 마포구청 관계자는 “아현3구역은 조합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조합과 반대파가 격렬히 대립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마비됐다”면서 “지난해 10월 착공 계획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미비한 부분이 많아 한 달 후에야 착공 신청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지금까지의 사업 지연으로 인해 수백억 원의 비용을 떠안은 상황. 여기에 착공마저 지연됨에 따라 금융비용과 입주 지연에 따른 추가적인 피해까지 감수해야 했다. 
결국 입주자 모임 측은 지난해 11월 24일,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의 한 웨딩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는 총회 개최를 막으려는 조합 측과 이를 강행하려는 입주자 모임 측의 치열한 아귀다툼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집행부, “철회서 포함 시 성원 부족” 
반대파, “철회서 무효이므로 충족” 
 
◆ 1라운드 : 철회서 반영 여부 
임시총회의 개최 근거가 됐던 서면결의서에 대한 철회 동의서(이하 철회서)를 놓고 조합과 입주자 모임 측의 주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조합 측이 반대파가 징구한 서면결의서에 대한 철회서를 받았고, 그것을 입주자 모임 측에 전달했음에도 총회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 것.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해임총회의 성원은 미달됐다”면서 “발의자 측이 서면결의를 통한 참석자로 밝힌 1181명 가운데 239명이 조합 측에 철회 동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해임안 가결에 필요한 의사정족수는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합의 송 모 차장은 “해임에 동의했다가 철회한 239명의 서면결의서가 반영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끝까지 기다려 조합을 전복시키려는 저들의 의도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역시 “총회 발의자 측에 ‘조합 측이 서면결의 철회 동의서를 230장 넘게 받았다’고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발의자 대표인 구 모 씨 등이 이를 무시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법원에서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을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입주자 모임 측의 신 모 씨는 “조합 측이 말하는 239명 가운데 총회에 참석 의사를 밝혔던 조합원은 극소수”라면서 “총회와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동의서를 받아 놓곤 총회가 무효라 주장하는 조합의 주장은 한마디로 억지”라고 주장했다. 신 씨는 “더욱이 철회서를 제출했던 조합원들 중에서 그것의 철회 의사를 밝힌 사람도 많아 설령 그것이 유효하다고 해도 총회 성원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총회 발의자 대표인 구 씨 역시 “명부 대조 결과 당초 우리에게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2라운드 : 철회서 전달 시점ㆍ사본 여부 
철회서 반영 여부를 놓고 다투던 양측은 철회서의 전달 시점을 놓고 다시 한 번 격돌했다. 나아가 철회서가 ‘사본’이었다는 점도 문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 관계자는 “총회 전날 분명히 입주자 모임 측에 철회서를 보냈다”면서 “하지만 입주자 모임 측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총회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입주자 모임의 한 관계자는 “전날 우리가 받은 우편물에는 발신자도 적혀 있지 않았고, 보통우편으로 송부됐다”면서 “이러한 정체불명의 우편물을 우리가 받을 필요로, 뜯어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기에 돌려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모임 측의 또 다른 관계자 구 모 씨는 “돌려보냈던 우편물은 다음날인 총회 당일에 다시 전달됐다”면서 “총회 당일에 송부된 동의서를 그날 열리는 총회에 반영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H법률사무소의 조 모 변호사는 “이 경우 해당 철회서는 총회에 법적인 효력을 미칠 수 없다”면서 “게다가 조합 측이 보낸 철회서는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 더더욱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조합과 입주자 모임의 엇갈리는 주장에 대해 “이 상황에서 쟁점은 2가지”라면서 “하나는 철회 동의서가 총회 전날까지 발의자 측에 제대로, 제때 전달됐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전달된 동의서가 원본인지 사본인지를 판별해 그것이 법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 번째 사안만 놓고 보면 철회서가 ‘사본’이라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J법무법인의 김 모 변호사는 “‘철회’라는 것은 특정 법률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이라야 효력이 있는 것”이라면서 “총회 소집이 공고된 이후에는 서면결의서를 근거로 총회가 발의ㆍ소집된 만큼 해당 총회가 법률 행위로 인정돼 ‘철회’ 동의서가 효력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행부, “조합원수ㆍ정족수 제각각 신뢰 못해” 
반대파, “정족수 확보했기 때문 해임 하자無” 
 
전체 조합원 수와 해임안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등을 놓고 조합 측과 입주자 모임 측의 의견도 분분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임시총회 당시 아현3구역의 총 조합원 수는 2301명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총회 성원에 필요한 의사정족수는 1151명이다. 
입주자 모임 측에 따르면, 그들이 확보한 서면결의서는 1181장에 달했고, 서면결의에 의한 동의 없이 현장에 직접 참석해 표결에 참석한 34명을 포함해 총 1215명의 정족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임안 처리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마칠 수 있었다”는 게 임시총회 발의자 대표 구 모 씨의 전언이기도 하다. 
입주자 모임의 한 관계자는 “총회 전 미리 제출된 서면결의서와 현장 참석자를 합해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면서 “임시총회에서 조합 집행부 전원이 해임된 만큼 조만간 신임 집행부 구성을 위한 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09년11월ㆍ취재 시점:09년12월) 30일 법원에 직무대행자의 선임을 요청했다”며 “선임 요청이 받아들여지고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 우리 구역도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조합 관계자는 “총회의 효력 여부를 따지는 데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성원’이 반대파가 제시하는 자료마다 제각각”이라면서 “조합 임원인 나조차 헷갈리는 마당에 일반 조합원들은 저들(반대파)이 ‘이러저러하니 성원이 됐다’고 주장하면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조합의 송 모 차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아현3구역의 조합원은 현재 2322명이다. 입주자 모임 측이 총회 성원을 계산할 때 제시했던 2301명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의 조합원 숫자라는 게 송 차장의 전언이다. 그는 “심지어 선거인 명부에는 총 조합원 수가 2390명으로 돼 있고, 반대파가 발송한 총회 책자 및 서면결의서 송부 명부 등에는 그 숫자가 2562명으로 나타나 있다”면서 “조합원 숫자마저 관련 자료마다 달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임시총회는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송 차장은 이어 “현장 참석자만 보더라도 총회 속기록 2쪽에는 31명으로 나와 있는데 비해 12쪽에는 34명으로 나와 있다”면서 “선거인 명부를 확인한 결과 현장 참석자는 26명으로 확인됐다”며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조합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입주자 모임 측이 징구한 서면결의서 가운데 유효한 것은 1046장이다. 현장 참석자 역시 중복된 3명을 제외해 23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총회 의사정족수는 총 1069명에 불과하다. 총 조합원 2322명의 과반수가 1161명인만큼 의사정족수에 92명이나 미달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조합 측 일방의 주장인 만큼 사실 유무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추후 밝혀질 문제인 만큼 일단은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밖에 조합 측이 임시총회에서 드러난 불합리한 사례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총회장에 조합원 명부와 대조 절차를 밟지 않고 인적 사항만 기재한 뒤 입장시킨 점 ▲그러한 사람들에게 투표용지를 배부한 점 ▲조합원 자격이 의심되는 사람에게서 서면결의서를 받은 점 ▲조합 측이 확인한 결과,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총회장 입장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시킨 점 ▲불법적인 대리투표 ▲구청ㆍ시공사 관련 허위 사실 유포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반대파, “조합 측이 임원선임총회 개최해야 순리” 
집행부, “지지해 준 조합원 위해 최선 다할 것” 
주민, “사업 정상화 위해 분쟁 끝내야” 피력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는 가운데 향후 사업 정상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입주자 모임 관계자 신 모 씨는 “조합 측이 새로운 집행부를 선임할 총회를 개최해 주고 그 총회에서 새 집행부가 구성돼야 사업이 정상화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입주자 모임 측에서 1/5 발의를 통해 선관위를 구성하고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최소 2개월 이상이 소요돼 그만큼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부도 양심이 있다면 해임 결과를 인정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자발적으로 임원선임총회를 열어야 한다”며 조합 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실제로 총회 개최 및 의결 사항을 다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2항에는 ‘제23조 제4항(조합 임원해임총회에 관한 규정)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합장의 직권 또는 조합원 1/5 이상, 대의원 2/3 이상의 요구로 조합장이 소집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현3구역의 경우 조합장이 해임된 상태라 직권에 의한 총회 개최가 불가능하다. 조합과 입주자 모임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이 대의원 2/3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임원선임총회를 개최하려면 조합원 1/5 이상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조합 측은 임시총회 전후에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한 증거를 바탕으로 반대파에 맞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합의 송 모 차장은 “지금까지 말한 것 외에도 총회 폐회 이후에도 위법 행위가 발생했던 만큼 집행부를 지지하는 수많은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조합은 일부 조합원들이 임시총회가 끝난 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조합 측이 징구한 (입주자 모임 측이 걷은 서면결의서에 대한) 철회서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조합원들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동ㆍ호수 추첨 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협박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장은 “지금 당장 누구라고 (기자에게) 밝히긴 어렵지만, 관련 증거를 가지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조합과 입주자 모임 사이에 벌어진 분쟁을 지켜보는 조합원들은 사업 정상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피력했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 최 모 씨(51)는 “조합이든 입주자 모임이든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진정 주민들을 위하는 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김 모 씨(58)도 “조합 집행부도 잘못이 있고, 입주자 모임 측도 상당수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측이 불필요한 오해와 상호 비방 등을 삼가고 힘을 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알립니다 
본 기사에서 인용한 정족수와 관련된 수치는 입주자 모임 측이 “자세한 숫자를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 조합 측이 제시한 자료를 주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