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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지정 대거 보류: 2010.01.26 16:29 입력 | 2010.01.27 02:46 수정

서울시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지정 대거 보류

 
지난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단독주택재건축 지정요건을 1만㎡ 이상에서 5000㎡까지 지자체가 조례로 완화토록 했고 단독주택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절차 없이 지역 내 노후·불량 주택이 50%만 포함돼도 재건축이 가능하게 됐다. 
 
또 용적률·임대주택의무비율과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는 등 단독주택재건축 규제가 완화돼 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장관계자들은 “도시정비법 개정에 따른 기대감과는 다르게 사업추진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지정안 심의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달 22일 서울시는 ‘제23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동구 고덕동 일원의 고덕1, 고덕2-1, 고덕2-2구역 등 단독주택재건축구역 지정 안 등 10개 안건을 심의하고 이중 7건을 보류했다. 나머지 2건은 수정 가결됐고 1건은 조건부 가결한 바 있다.
 
재건축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들 위원회를 통과한 단독주택재건축 지정 안은 19건에 불과한 것을 감안했을 때 그렇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23차 도시계획위원회의 10개 안건 중 5개 안건이 단독주택재건축구역 지정 안으로 지난 16일에 개최된 제22차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되긴 했지만 안건과다로 인해 심의되지 못한 바 있다.
 
서울시와 단독주택재건축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06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 지역 가운데 2010년까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후보지 319곳을 선정하는 내용의 ‘1차 주택재건축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후 1차 계획에서 제외된 지역 주민들의 추가지정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2차 주택재건축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각 구청으로부터 후보지로 거론된 용산 갈월동 6-21번지 일원 등 서울시내 383개 구역을 추가로 신청 받고 이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통해 실사한 바 있다.
 
그러나 23차 도시계획위원회의에서는 성북구 정릉동 410-10번지 일원 6만5221㎡의 정릉5구역 정비구역 지정안만 수정가결 됐을 뿐 나머지 강동구 고덕동 일원의 고덕1, 고덕2-1, 고덕2-2구역 지정 안을 비롯해 성북구 안암1구역 등 단독주택재건축구역의 정비구역 지정 안은 모두 보류됐다.
 
관악구 봉천동 봉천8-1구역 단독주택재건축구역 지정 안은 심의안건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서울시 단독주택재건축구역 지정이 다시 답보상태에 빠진 것이다.
 
관악구 봉천동 단독주택재건축구역의 한 주민은 “이번에 심의안건에도 오르지 못해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태”라며 “조속히 구역지정을 받아야 사업의 윤곽이 그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동주택재건축 구역지정안은 단독주택재건축과 판이한 결과가 나와 “정책노선에 따라 심의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의 주거유형 다양화 정책 때문에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지정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16일 열린 심의에서 중층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대표주자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와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구역 지정 안에 대해서는 수정 가결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논현동 경복아파트는 가구당 전용면적을 10%씩 늘려 1대1 재건축으로 짓고 소형 평형은 적게 만들어 재건축사업이 추진된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는 2003년 조합을 설립한 지 6년 만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에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지난 9월 인근 빌라(68세대)를 포함하는 내용의 재건축구역 지정 안에 대한 주민공람이후 지난달에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연결녹지와 주동계획 등을 재검토하라’며 보류결정을 받아 이를 수정해 재상정하고 정비구역 지정을 받는 것이다.
 
논현동 경복아파트의 경우엔 용적률 272%를 적용, 현 308세대에서 58세대가 늘어나 366세대로 재건축된다. 전용면적별 구성은 전용 85㎡ 초과 112세대, 60~85㎡ 229세대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은 25세대로 향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렇게 강남구내 청실아파트 등 재건축구역 지정 안이 통과됨에 따라 중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단독주택재건축 구역 지정은 대부분 보류 돼 현장에서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심의기준이 오락가락한 것 아니냐”며 “공동주택재건축과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지정 심의에 대한 형평성이 의심된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도시정비법 ‘규제완화’ 서울시 ‘강화’
정책 혼선으로 주민들만 ‘애가 탄다’

 
도시정비법 개정에 따라 단독주택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추진이 답보상태에 놓여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독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에 대한 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독주택재건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 지난해 4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서울시의 경우 도시·건축공동위에서 심의되던 정비구역지정안이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로 이관됐다.
 
전문가들은 “도시정비법에 의해 단독주택재건축규제가 완화됐지만 정비구역지정안이 서울시로 이관됨에 따라 혼란이 발생했다”며 “서울시가 주거유형 다양화, 부동산시장 안정 등의 정책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지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단독주택재건축 추가지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법령개정을 지속적으로 발의하거나 요청해 왔고 지난 2008년 6월에는 국토부를 설득해 재건축 노후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했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의 반대와 해당 주민들까지 집단으로 반발해 무산된 바 있다.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이 지정되더라도 추후 건축계획심의나 디자인심의 등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최근 서울시가 이런 기준들을 강화하고 있어 이 역시 통과하기는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
 
재건축 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은 근본적으로 도시정비법에서 단독주택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서울시의 정책방향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한다. 
 
정비업체 관계자 L씨는 “최근 서울시가 단독주택재건축 단지의 획일적인 개발형태를 보완하고 다양한 주거유형을 확보하기 위해 단독주택의 정비유형 모델 개발 용역의 접수를 받고 있다”며 “서울시의 주거유형 다양화 정책이 단독주택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고층 아파트 일변도의 재건축 개발이 이뤄지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며 “강북권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단독주택지가 많은 강남권이 고층 아파트 위주로만 재건축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되고 특히 임대주택 등 서민주택의 공급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서울시 전역의 단독주택지를 대상으로 정비유형을 마련하기로 하고 서초구 방배동 946-8 일대 74만5000㎡, 강동구 고덕1동 501 일대 29만2000㎡, 퇴계로 남산변 23만9000㎡ 등 총 127만6000㎡를 우선시범지구로 선정해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는 이들 지역의 소유자별 특성을 파악해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 고령자용 주택,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양한 서민주거시설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주변지역과 연계한 기반시설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단독, 다세대ㆍ다가구 등 저층주거지역의 보존 및 정비방안도 마련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반시설 확보를 위해 커뮤니티시설, 단지 내 공원 개발, 지역 내 도로 개선 등으로 공공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용적률을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8월까지는 용역을 완료하고 2015년까지 다양한 주거형태를 갖춘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한 단독주택재건축 관계자는 “주거유형 다양화 정책은 서울시가 단독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례에서 60㎡ 이하 소형주택을 짓지 않도록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용역을 통해 소형주택을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독주택재건축이 기타 정비사업에 비해 사업성이 좋아 추진되고 있지만 서울시의 행정노선의 변화가 없을 경우 사업추진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며 “단지 사업성이 좋다는 이유로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단독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한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주민 주도의 정비사업을 공공주도의 정비사업으로 추진해 이를 시 마음대로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범지구로 선정한 고덕1구역의 경우에도 제23차 도시계획위원회에 단독주택재건축구역 지정안이 상정됐으나 보류된 지역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정비구역 지정 안이 상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덕1구역을 시범지구로 정하고 용역을 하겠다는 것은 주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가 마음에 드는 개발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