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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정족수 출석조합원 아닌 결의당시 참석자: 大法 '관리처분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 2010.05.10 23:49 입력 | 2010.05.11 16:02 수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의결정족수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에 따라 조합원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을 의결하는 경우 의결정족수의 기준이 되는 출석 조합원은 총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 있던 조합원만 의미한다”며 “회의 도중 스스로 퇴장한 조합원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당초 원심(2008. 3.19 선고 2007누23257 판결)은 조합원 19명이 총회에 출석했다가 투표에는 불참했으나 투표장에 출석한 상태에서 소극적 반대 의사 표시로써 투표를 하지 않은 조합원도 있을 수 있고 이 19명이 모두 투표 전에 투표장에서 퇴장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결의는 의결정족수(출석 조합원의 2/3 이상)를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했다.
 
▲총회 의사록에 조합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전 “2차 성원 보고 때 총 출석 인원이 642명이고 이 중 24명이 중도 퇴장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이에 따르면 조합 측이 2차 성원 보고 후 투표 때까지 참석자를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회의장에 있으면서 투표만 하지 않은 조합원을 중도 퇴장한 조합원이라 할 수 없는 점 
 
▲총회 의사록에 조합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권 24명은 나간 사람이 24명으로서”라고 설명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바, 성원 보고 시 참석했다가 투표하지 않고 중도 퇴장한 조합원을 ‘기권’에 포함시킨 것이 분명한 점 
 
▲조합장이 5가지 안건의 개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642명의 1/2은 321명”이라고 말한 것은 관리처분계획안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안건의 의결정족수를 설명한 취지로 보이는 점 
 
▲직접 참석한 300명이 넘는 조합원 중 일부가 개인 사유로 투표 개시 전에 퇴장했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점 
 
▲조합원 18명이 총회에 참석했으나 투표 개시 전에 귀가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한 점 등이다.
 
이 같은 이유로 법원은 “이 사건 결의의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출석 조합원은 2차 성원 보고 시 출석 조합원이 아니라 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 있던 조합원만 의미한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06년 8월 16일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안)을 의결했다. 이후 서초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으나 구청은 그해 10월에 “의결정족수에 미달됐기 때문에 관리처분계획(안)이 부결된 것으로 간주해 (신청을) 반려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당시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 수용된 상황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결국 조합은 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총회 당시 총 조합원 760명 중 642명이 참석, 이 중 413명이 찬성했다”며 “출석 조합원 2/3 이상이 찬성하진 않았지만 실제 투표에 참가했던 조합원을 기준으로 하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청은 “조합 정관에 따라 투표 조합원이 아닌 출석 조합원을 의결정족수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2003년 조합창립총회 당시 정관을 살펴보면 모든 의결 방법은 ‘재적 조합원 1/2 이상 출석으로 개의, 출석 조합원 1/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다만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은 출석 조합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은 “조합에서는 투표 조합원 618명을 기준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정관에는 분명히 ‘출석 조합원’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총회에 참석한 총 642명이 기준”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 법정으로 이어진 양측의 공방전은 지난 2008년 3월 선고에서 서울고법이 구청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4년 가까이 이어진 양측의 다툼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아직 ‘끝’이 아닌 데다 (소송) 상대가 관청이라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조합이 유리하다고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 없지 않지만 조합으로서는 (판결에 대해 논하기가) 난감할 뿐”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의결정족수의 기준 논란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일선 조합들이 향후 총회에서 표결 시 지금보다 강화된 절차에 의해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에 띈다.
 
법무법인 정률의 김학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기존 판례들에 비춰 볼 때 기본적으로 그 맥락이 같다”면서도 “다만 해당 조합의 경우에는 이번 판례가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르나 일선 조합들로서는 향후 총회 운영상 강화된 절차에 의해 총회를 진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을지의 차흥권 대표변호사 역시 “법리상 당연한 판결”이라며 “중도 퇴장한 조합원을 정족수에 포함시켜야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조합들은 총회에서 표결 직전에 다시 한 번 성원을 확인하는 등 정족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