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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홍보공영제 ‘OS요원’ 관리권이 좌우한다: 2010.05.11 09:52 입력 | 2010.05.12 16:47 수정

허울뿐인 홍보공영제 ‘OS요원’ 관리권이 좌우한다

 
성북구 모 뉴타운지구에서 ‘홍보공영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달 1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특정 시공사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모델하우스 투어’를 진행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시공사 수주와 관련한 비리와 부정을 막기 위해 ‘홍보공영제’를 내세웠던 이 구역에서 이런 투어행사가 열린 이유는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달 초 입찰 마감된 건설사의 시공조건이 타 구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견이 형성되면서 전체 조합원 1100명 중 300~400명이 반대파를 결성한 것이다. 
 
조합과 특정시공사가 이미 사인(밀어주기)을 주고받았던 곳이고 홍보공영제를 이용해 시공사로 선정될 것이 확실시됐기 때문에 질 낮은 시공조건으로 입찰할 수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홍보공영제를 둘러싸고 조합원간의 갈등이 증폭됐던 곳은 비단 여기 뿐 만이 아니다. 
 
문제는 홍보공영제를 둘러싼 이러한 논쟁의 핵심에 소위 OS(Out Sourcing)로 불리우는 홍보요원의 선발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재개발전문가인 K씨는 “홍보공영제 논란은 근본적으로 홍보요원(OS)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비사업의 특성 상 OS요원을 활용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가능하다”고 전했다.

 
◆ 필요불가결의 존재 ‘OS요원’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는 총회가 개최될 경우 승패는 결국 OS요원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가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정비사업의 중요한 과정들은 전부 조합원총회에서 결정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명시돼 있다. 거주 및 소유구조의 특성상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총회에 직접 참석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각각 총회 안건에 대한 동의율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이들로부터의 서면결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단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조합원들로부터 서면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이 우편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이들 OS요원의 존재는 필요불가결하다.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설명 및 동의여부에 대한 설득작업이 OS요원에게 일임되면서 이들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많은 재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재정비사업에 있어 가장 비대칭적, 비합리적인 성장과정을 통해 비대해진 업종으로 OS업체(수주기획)”을 꼽는다.
 
OS활동이 늘어나다보니 이들을 둘러싼 구설수(口舌數) 급증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OS요원들의 입김을 문제 삼으며 서면 동의서 하자를 걸고넘어지거나 OS요원의 강요를 받아 서면 결의서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재개발·재건축사업 현장에서 OS요원을 가동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조합원 중의 상당수가 실제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고, 총회 때마다 직접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모 구역의 A추진위원장은 “추진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동의서를 확보하는데도 애를 먹었다”며 “물론 사업을 진행하며 모든 주민들이 참석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고 중요 안건을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OS요원을 가동해 서면 동의서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전문가 S씨는 “많은 문제들 중 시공사 선정 총회의 경우 조합원간 분쟁이 예상되고 시공사간의 OS경쟁이 심화되곤 해 홍보공영제라는 대안이 제시된 것”이라며 홍보공영제의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홍보공영제 문제는?
 
이렇듯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조합원간 갈등이 증폭되고 OS경쟁이 심화돼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이 바로 홍보공영제다. 업체 간 비방과 혼탁한 홍보경쟁을 줄이고 투명하게 업체를 선정하고자하는 취지로 홍보공영제가 도입된 것이다. 
 
홍보공영제를 실시하게 되면 법적으로 건설사는 개별홍보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며 조합에서 홍보업무를 수행할 OS요원을 직접 선발해 교육․운영하게 된다. 또 시공사의 모든 홍보물은 조합의 사전심의를 거치게 되고 조합이 관리하는 OS가 조합을 대신해 총회관련 홍보를 수행하는 동시에 시공사의 지침위반과 개별홍보를 감시하고 적발하게 된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과 비용낭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홍보공영제가 본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악용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해 문제로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양의 모 구역처럼 특정 시공사를 밀어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조합과 특정 시공사가 결탁했을 경우 홍보공영제를 도입해 불공정 홍보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OS선발 및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조합이 특정 시공사를 미리 내정해 놓고 해당 시공사가 선정될 수 있도록 OS를 가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홍보공영제를 도입했다는 의혹으로 시공사선정총회가 2번이나 무산된 서울 A 재개발구역이 이런 문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타 시공사가 해당 구역 내에 참여하려 해도 조합이 관리․감독하는 홍보전에서 원천 차단되기 때문에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져 미리 내정된 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대폭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문제로는 선정된 홍보요원의 객관성 부재 및 법에도 없는 월권행위를 일삼을 수 있다는 내용들이 지적된다. 홍보요원의 자격요건 및 선발 기준이 모호함은 물론 홍보요원을 공급하는 업체가 특정 시공사와 긴밀한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 홍보업체는 이미 특정시공사와 여러 차례 함께 일했을 가능성이 많고 해당 시공사 홍보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 잘 쓰면 ‘약’, 악용하면 ‘독’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선정 과정에서 과열에 가까운 수주 전이 펼쳐지며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조합원에게 돌아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홍보공영제를 잘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개발전문가 S씨는 “모든 제도는 잘 쓰면 약이 되고 악용하면 독이 된다”며 “홍보공영제 또한 근본적으로 OS요원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의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지적되는 문제들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시·감독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현장에서 OS요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들과의 직접 접촉창구인 OS요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S씨의 부연설명이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 또한 OS요원을 누가 조달하는가에 따라 업체선정의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는 S씨의 의견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조합원과 직접 대화하는 창구가 OS요원이다 보니 이들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획득과 선택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씨는 “이런 이유로 OS요원으로 비롯되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현장요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를 통제하고 감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홍보공영제를 보완할 수 있는 실제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보공영제의 맹점은 이미 내정된 특정시공사가 조합과 일정부분 이상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홍보공영제 하에서 모든 권한과 업무를 조합에게 위임하기 보다는 조합·추진위와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관련업체, 감독기능을 위탁받은 공정한 시민단체 등의 다자 협의에 의하여 공신력 있는 단체에 위탁하거나 OS만을 따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홍보공영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에 대한 공정성을 주민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홍보공영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상당부분 일소할 수 있다는 S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전문가 K씨는 “입찰 시공사별로 동일한 수의 OS요원을 선정하고 조합에 추천해 각 시공사의 사업 조건 및 관련사항을 홍보 및 설명하게 하거나 홍보요원의 자격 및 선발 기준 및 채용은 각 시공사에게 위임하는 반면(동일한 수) 그 관리와 운영은 조합이 책임지고, 비용은 채용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홍보공영제를 잘만 활용한다면 OS요원이 동그라미만을 강요한다는 의미의 OX요원으로 오해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