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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임의확대한 조합설립은 ‘무효’: “명백한 하자” 판결 잇따라…파급효과 클 듯; 2010.05.12 12:54 입력 | 2010.06.03 14:58 수정

재개발ㆍ재건축 구역을 정식으로 지정하기 전에 기본계획상 면적을 임의로 확대했다면 이를 토대로 승인된 추진위원회(추진위) 및 조합의 설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정비사업 구역 변경과 관련해 이뤄진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를 법원이 인정해 사업 시행 주체의 설립 자체를 부정한 것은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 온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방법원 행정 제2부는 지난달 7일 부산 북구 금곡동 주민 한 모 씨 등 5명이 부산 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조합 설립 부존재 확인 등(2009구합4747)’ 소송에 대해 “북구청이 지난 2005년 11월 금곡1구역 주택 재개발 추진위에 대해 행한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곡1구역 추진위가 부산시 재개발 기본계획상 3만1000㎡로 정한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2717㎡를 임의로 추가하고, 예정구역의 토지 소유자가 아닌 사람을 추진위원으로 정해 추진위 설립 승인을 신청한 점 등은 ‘경미한 변경 사항’이 아닌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비예정구역을 임의로 확장한 것을 추인하면 분쟁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법적 지위가 매우 불안하게 되고 면적 변경에 대해 추진위 설립 변경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토지등소유자를 확정할 수 있는 판단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추진위 설립 승인 단계의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정비구역지정 전에 설립된 추진위가 신청 자격이나 권한이 없기 때문에 조합 설립 역시 무효”라고 판시했다.
 
부산시장은 지난 2001년 1월 북구 금곡동 일대 3만1000㎡를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이곳 추진위는 구청장에게 사업시행 예정구역을 추가해 3만3717㎡로 한 뒤 설립 승인을 신청했고, 구청장은 지난 2004년 2월 이를 승인했다.
 
결국 이듬해인 2005년 8월 부산시장은 금곡동 일원 3만6025㎡를 금곡1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금곡1구역 추진위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157명 중 128명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고(2005.10.24), 부산시는 같은 해 9월에 ‘2010년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예정구역을 금곡동 일원 3만5800㎡로 고시ㆍ지정했다(2006년 11월 오차 정정으로 면적이 3만6002㎡로 확대됨). 그리고 그해 11월 북구청장은 조합설립인가를 내줬다.
 
그러자 한 씨 등은 “인가 처분 당시 하자가 존재했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데도 이를 간과한 채 이뤄졌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고자 할 때에는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이 기재된 동의서에 의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금곡1구역의 경우 동의서상 해당 사항이 매우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위한 정비구역이 확정된 이후에 추진위 설립이 가능하고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진 설립 승인은 무효인데, 금곡1구역은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전에 설립됐으므로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자에 대해 “이 사건 동의서에 기재된 ‘비용 분담에 관한 상항’과 ‘사업 완료 후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은 관련 조례 및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한 추진위 운영 규정 등에 비춰 볼 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추진위가 구성되려면 그 전제로 ‘토지등소유자’의 범위가 확정될 필요가 있고, ‘토지등소유자’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등에 의한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선행돼야 함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없이 행해지는 추진위 설립 승인은 허용될 수 없고, 그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하다”며 “도시정비법상 시장 등의 승인을 받은 추진위만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그 외에는 신청 자격ㆍ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설립 승인 자체의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무효인 경우, 그 추진위 신청에 기한 조합설립인가는 신청 자격ㆍ권한이 없는 자의 신청에 의한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역시 무효”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곳의 재개발 예정구역이 금곡동 일대 3만1000㎡임에도 추진위가 예정구역에 포함되지도 않은 2717㎡를 임의로 추가한 뒤 그곳 토지등소유자를 추진위원으로 정해 추진위를 구성, 설립 승인을 신청한 점에 대해 중대ㆍ명백한 하자라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추진위는 일부 주민이 임의로 획정한 구역을 기준으로 구성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이 추진위 설립 승인은 무효이고, 이를 근거로 한 조합설립인가 또한 무효”라고 판시했다.
 
앞서 언급한 내용 외에 재판부가 내세운 선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추진위 설립 동의율이 충족된다는 점만으로 예정구역을 임의로 확장한 것을 정당화할 수 없고, 이를 추인할 경우 이를 둘러싼 분쟁에 휩싸여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법적 지위가 매우 불안하게 되는 점 
 
▲사후 정비구역이 고시될 때 (임의로 확장한) 2717㎡가 포함되었다거나 조합설립인가 당시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진위설립 변경인가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최초인가 당시 존재했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는 점 
 
▲사업이 진척됐다는 이유만으로 하자 치유를 허용할 경우 도시정비법의 규범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는 점 
 
▲관계 법령이 구역 면적 20% 미만의 변경 시 경미한 변경에 해당해 기본계획 변경이 불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해당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법적 지위 안정이라는 추진위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추진위 설립인가상 하자의 치유 근거로 삼기에 부족한 점 등이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달 4일 의정부지방법원 행정 제1부는 임 모 씨 등 주민 5명이 경기도 남양주시장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도농3개통 주택 재건축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무효”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합의 전신인 추진위가 정비구역지정 전에 임의로 획정한 구역으로 설립 승인을 받았고, 조합 설립 당시 동의율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