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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정비구역, 지분 쪼개기 ‘사각지대’ 우려: 市조례 개정안서 방지 조항 삭제; 2010.05.17 16:06 입력 | 2010.06.03 14:50 수정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하면서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조항을 삭제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 내용 중 제27조 제2항 제6호의 ‘조합원 분양 최소 규모(통상 전용면적 60㎡) 이하로 지어진 다세대는 분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60㎡ 이하로 ‘지분 쪼개기’를 한다 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사라졌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유도정비구역은 사실상 ‘無風地帶’
업계 전문가들은 ‘지분 쪼개기’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도정비구역을 꼽는다.
 
유도정비구역은 이번 조례 개정 입법예고 이전부터 지분 쪼개기로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이들 구역은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된 지역이 아닌 중장기 개발을 위해 서울시가 지정한 일종의 개발유보지역이라 할 수 있다.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50조의2에 따라 정비구역지정 고시가 있은 날 또는 시ㆍ도지사가 기본계획 수립 후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전에 따로 정하는 날을 기준으로 정해 그 이후에 쪼개진 지분은 분양권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유도정비구역은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된 지역이 아닌 향후 기본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고된 지역에 지나지 않아 도시정비법에 따라 기준일을 따로 정할 수 없는 지역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들 구역 중 구의ㆍ자양 유도정비구역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건축 제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금까지 다세대주택 신축 등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성행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례 개정에서 60㎡ 이하의 지분으로 얼마든지 ‘쪼개기’가 가능하도록 기존 내용이 삭제됐다는 데 있다. 현재까지 이들 구역은 지난 2008년 ７월에 개정된 시 조례 제27조 제2항 제6호를 악용해 새로 짓는 다세대주택을 전용면적 60㎡ 이상으로 지분을 쪼갰지만, 입법예고 중인 개정안이 적용되면 얼마든지 더 작게 쪼개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지분을 더 작게 쪼개 팔수록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이번 조례 개정이 지분 쪼개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날개’를 달아 준 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7월 이전 당시 유행했던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가 난무할 것이란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유도정비구역은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무풍지대’와 같아 투기 우려가 심하다”며 “이러한 지분 쪼개기가 계속되면 신축 빌라 업자들만 수익을 내고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떨어져 정비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내 유도정비구역에서 면적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지분 쪼개기’를 해도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도정비구역 중 건축 허가 제한에 들어간 자양동(광진구)을 제외한 망원동, 합정동(이상 마포구) 당산동(영등포구) 등에서 60㎡ 이하의 작은 지분을 가진 소유주들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분 쪼개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 제27조 제2항 제6호의 ‘조합원 분양 최소 규모’ 규정이 삭제된 것은 재산권 침해 논란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2월 6일 개정된 도시정비법 50조의2와 충돌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업계는 ‘지끈’ 市는 ‘느긋’…규제 마련 ‘시급’
재개발 구역에서 33㎡ 미만 소형 지분이 대형 지분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 이상 비싼 것이 일반적이다. 향후 지분에 대한 감정평가액과 아파트 분양가와의 차액만큼 추가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일단 적은 돈으로 투자하면 ‘분양권’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올 경우 투자액이 많을수록 손해 보는 금액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즉, 감정가액이 현 시가의 80%일 경우, 1억 원을 투자한 사람은 2000만 원 손해를 보지만 5억 원을 투자한 사람은 1억 원을 손해 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소형 지분은 투자금의 ‘효율성’이 높은 반면 리스크가 적어 값이 비싸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도정비구역의 지분 쪼개기와 투기를 계속 방치할 경우 자칫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에 건축 행위 등의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이번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 상태인 만큼 이번 개정안이 실제 시행되는 오는 7월까지 조례 내용이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다소 느긋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8년 7월에 신축 다세대주택에 대한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는 조례 개정안 역시 입법예고 후 실제 입법까지 수차례에 걸쳐 내용이 변경됐다”며 “입법예고 기간 중 여러 전문가들과 협의해 지분 쪼개기를 할 수 없도록 조례를 다듬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