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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시공사 선정 ‘일반경쟁’ 의무화: 시장 반응 ‘의견 분분’ “업체 난립” VS “영향 미미”; 2010.05.20 14:29 입력 | 2010.05.27 14:07 수정

서울시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방식이 ‘일반경쟁입찰’로 의무화가 추진된다.
 
서울시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의 비리를 막기 위해 시공사 입찰 조건을 완전 경쟁으로 하는 내용을 ‘공공관리자제도 조례’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공사 선정 시 입찰 방법은 크게 ▲일반경쟁 ▲제한경쟁 ▲지명경쟁 등 3가지로 나뉜다. 각 조합이 임의대로 그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8월 제정된 건설교통부장관(현 국토해양부장관) 고시 제2006-331호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기준’ 제5조에는 ‘조합은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경우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야 하며, 건설업자 등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지명해 경쟁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제6조에 명시된 ‘제한경쟁입찰’은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건설업자 등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으로, 5인 이상의 입찰 참가 신청이 있어야 하며 공동 참여(컨소시엄)의 경우에는 1인으로 본다.
 
‘지명경쟁입찰(제7조)’은 조합이 특정 업체를 예비 시공사로 지명한 뒤 그 가운데 선정하는 것으로, 5인 이상의 입찰 대상자를 지명해 3인 이상의 입찰 참가 신청이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 방침에 대해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3가지 방식 가운데 고를 수 있도록 한 현행법과 달리 조합원들의 선택권을 줄이고, 이미 경쟁입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경쟁입찰 의무화’ 카드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미지수란 게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K씨는 “완전 경쟁을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관련 법제 등에 이것이 명시돼 있음에도 다양한 편법이 동원돼 실질적으로 도급 순위 상위 업체들이 시공권을 독식해 왔다는 점으로 비춰 볼 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S씨는 “지금까지 일선 조합들이 지명경쟁이라든지 제한경쟁의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일반경쟁입찰 의무화로 중소 업체들까지 난립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외려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들어 ‘무상 지분율’이 시공사 선정의 주된 관심사로 부각된 상황에서 일반경쟁입찰 의무화로 인해 소규모 업체 난립과 그로 인한 폐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는 누구나 응찰할 수 있기 때문에 소형업체들이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발’을 들여놓게 되고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지분율을 제시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중견업체와 대형업체들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높은 지분율을 제시하거나 경쟁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불안정한 사업 추진으로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진행되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특성상 사업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시공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방침이 시행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에서 벌어졌던 ‘두산건설의 돌풍’을 단지 ‘높은 무상지분율 제시’로 인한 ‘이변’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고덕주공6단지에서 두산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것은 단지 무상지분율이 높다는 이유 하나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면서 “소위 ‘빅5’로 불리는 업체들의 시각에선 이것이 ‘이변’으로 볼 수 있지만 이름도 없는 소형업체들에겐 두산 역시 대형사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경쟁입찰 의무화로 입찰 문턱이 사라진다고 해도 결국에는 도급 순위 상위 업체들 간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착화됐기 때문에 선정 방식이 바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 조합장 역시 “어차피 조합원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큰 실익을 주는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면서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더라도 대다수 조합원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몇몇 중ㆍ대형업체들 가운데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낙점’하게 되므로 업체 난립과 그로 인한 부담 증가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건설사를 처벌하는 법안 마련도 추진, 건설사들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사업장을 어지럽히는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