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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계 ‘한 지붕 두 가족’ 현실화 되나?: 다음 달 대정협 창립총회 예정…업계 “뭉쳐야 산다” 화합 주문; 2010.08.17 18:19 입력 | 2010.08.17 19: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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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업계 관계자 K씨)
지난달 22일 기자가 팩스로 받은 것과 똑같은 문서를 접한 업계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올 초 정비업계가 법정화 단체 출범을 놓고 (사)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한정협)와 가칭 (사)대한정비사업전문관리협회(대정협)가 다투는 형국이 벌어지면서 업계의 우려를 자아냈던 풍경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대정협은 ‘Invitation’이란 제하의 문서에서 “대정협 창립을 위해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협회 정관(안)을 작성, 발기인 서명자 참석 하에 설립위원회(23일 당일 받은 자료에 ‘발기위원회’로 표기돼 있어 발기위로 통일)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정협 발기위는 23일 열렸다. 이날 다룬 안건은 ▲제1호 ‘정관(안) 검토의 건’ ▲제2호 ‘임원 선임 검토의 건’ ▲제3호 ‘기타 안건’ 등이다.
 
대정협의 발기인 대표인 최종근 (주)피닉스CMC 회장 등은 발기문을 통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에 의거, 회원 자격이 있는 50인 이상의 발기인으로 정관을 작성한 후 창립총회 의결, 국토해양부(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거쳐 (법정화) 협회를 설립하고자 한다”면서 “본 발기문에 서명한 대표들은 정비업체 간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 종사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연수 등의 업무를 추진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전문화와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정협 출범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 J씨는 “이미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협에 이어 대정협마저 별도로 발기인 총회를 여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 착잡하다”며 “기존 협회가 있는 데다 그 협회가 발기위 일주일 전에 법정화 단체로의 창립총회까지 연 마당에 또 다른 단체가 출범을 예고함에 따라 업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를 놓고 벌써부터 고민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L씨는 “어찌됐든 이제껏 업계를 대표했던 게 한정협 아니냐”면서 “가뜩이나 정비업계가 회원 수 등에서 열세라 폄하됐던 권익을 되찾고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와중에 대정협이 한정협과의 통합을 바라는 대다수 업체 대표들의 바람을 저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법 개정 후 대립 가시화
한정협과 대정협의 대립은 지난 4월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기존 협회인 한정협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최종근 (주)피닉스CMC 회장 등이 새로운 협회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와중에 지난 3월 18일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법정화 단체 출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4월 말 인터뷰 때 최종근 회장은 “기존 협회가 독선적으로 운영돼 회원사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그러한 한계를 극복해 유명무실한 협회를 쇄신, 회원사의 권익 보호와 업계에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협회를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5월 초에 만난 윤도선 한정협 회장은 “협회(한정협)의 문호는 언제나 개방돼 있는데 이 범위 밖에서 통합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단체의 복수화는 업계의 분열을 초래하고 결국 발전마저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의 분열도 막고 국토부 위탁 사업 유치를 놓고 불가피한 이전투구(泥田鬪狗)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두 단체가 통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양측의 수장 격인 최 회장과 윤 회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윤 회장은 “‘조합이 잘못해 이를 바로잡고자 반대파가 나섰는데 대립이 우려되니 이들과의 통합을 조합더러 받아들여라’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되물으며 “통합 논의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최 회장 역시 “업계의 분열은 원하지 않지만 올바른 취지를 갖고 설립되는 대정협이 기존 협회 밑으로 들어가는 식의 통합은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개정ㆍ시행된 도시정비법 제74조 제1항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전문화와 정비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단체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동조 제4항은 ‘협회를 설립하고자 할 때 회원의 자격이 있는 50인 이상을 발기인으로 해 정관을 작성한 후 창립총회 의결을 거쳐 국토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일주일 간격으로 총회…양립 구도 고착되나
양측의 주장과 처지 등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통합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자 업계 역시 관망세를 나타냈고 자연스레 양측의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던 양측이 이제껏 치열한 물밑 경쟁을 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한 쪽은 창립총회를, 또 다른 쪽은 발기위를 개최하는 등 서로를 의식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지난 5월 발기인총회에 이어 지난달 16일 (한국도시정비협회) 창립총회를 개최한 한정협이었다. 윤도선 한정협 회장은 14일 인터뷰 때 대정협과의 갈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의 상식과 양식에 맞길 문제”로 선을 그으며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업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회장은 “한국도시정비협회 창립총회를 계기로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는 회원사 권익 보호 및 신장, 이미지 제고 등을 이루는 ‘첨병’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정협이 주도한 한국도시정비협회 창립총회에는 국토부 및 서울시 관계자와 국회의원, 업체 대표 100여 명이 참석해 그 세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정협과 대정협의 줄다리기가 한정협의 승리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 대정협이 발기위 개최를 예고, 그들도 50인 이상의 발기인 서명을 받았음을 암시하면서 양측의 경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이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23일 대정협 발기위에 얼마나 많은 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느냐, 그것에 대해 각 언론들이 어떤 비중을 두고 다루느냐 등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한국도시정비협회 창립에 150여 곳이 지지한 것만 본다면 일단 한정협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한정협과의 관계 등으로 미뤄 보면 대정협 발기위에 참가하는 업체는 발기인 서명에 참가한 50여 곳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이미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대정협 발기위 결과에 따라 새로운 판이 짜일지, 아니면 이대로 한정협이 독주 체제를 갖출 것인지 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대정협 발기위에는 총 51개 업체(직접 참석 20여 곳 포함)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협에 따르면 발기인 서명자는 73명이었다. 대정협은 당시 이달 중으로 창립총회를 개최할 뜻을 밝혀 한국도시정비협회에 이은 2번째 협회의 탄생을 예고했다.
 

◆ 물 건너간 ‘통합’…결국 이권 다툼?
한정협이 창립총회를 열어 한국도시정비협회로 거듭난 데 이어 대정협마저 출범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업계에는 당분간 두 단체의 대결 구도가 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4~5월까지만 해도 업계에 무성했던 양측의 통합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양측의 이러한 대결의 밑바탕에는 ‘이권’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 S씨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국토부 등이 협회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된 사무는 그 자체로 막대한 이권”이라면서 “위탁 사업이 기존 협회의 주요 수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토부의 허가를 받은 협회가 사실상 유일한 법정 단체로서 그러한 위탁 사업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83조 제2항에는 ‘국토부 장관, 시ㆍ도지사, 시장ㆍ군수는 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무를 협회 등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무는 ▲제74조의2에 따른 교육의 실시 ▲제74조의3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정보종합체계의 구축ㆍ운영 등이다.
 
실제로 윤도선 한정협 회장이나 최종근 (주)피닉스CMC 회장 등은 도시재생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 등 위탁 사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중간 중간에 “종사자의 자질 향상과 그를 통한 업계의 권익 신장 등을 위해 교육 등의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대놓고 얘기하기엔 그에 대한 기득권을 가진 쪽의 견제를 받기 십상인 데다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돈’이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삼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