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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행정소송 이관 판례, 향방은?: 민사소송→행정소송 향후 어떻게 변하나; 2009.11.02 18:55 입력 | 2009.11.03 00:18 수정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조합설립무효소송, 임원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시공사 및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등의 선정금지가처분, 총회개최금지가처분 등 ‘동의서 하자’에 따른 사법부와 행정부간의 엇박자가 일단락 됐다. 그동안 민사소송으로 진행됐던 조합설립 무효나 관리처분계획 무효소송 등의 경우 행정소송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O씨가 서울 종로구 무악연립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담당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가 아닌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도 대법원(주심 김영란 대법관)은 J씨 등 15명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재건축결의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마찬가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번 판결은 동의서상의 비용분담액 명시부분과 관련, 민사상의 조합설립무효 판결이 급증해 사업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표준운영규정 별지 서식에서 시행규칙으로 격상시킨 조합설립 동의서의 비용분담과 관련한 부분에서 하자가 발생하여 법정에서 조합설립이 무효화 되자 사법부가 후속 조치로 관련 민사소송을 행정 소송으로 이송시켜 조합설립무효소송 남발에 제동을 걸었다.
 
분쟁과 관련해 그동안의 문제들을 살펴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에 주택재건축에서는 재건축결의무효 여부에 관한 분쟁이, 주택재개발에서는 관리처분계획 관련 분쟁이 주로 발생했다.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주택재건축에서의 ‘재건축결의’라는 개념 대신 조합설립동의이라는 개념) 대체되었는데, 도시정비법이 시행되고 한동안은 종전처럼 민사법원에 재건축결의무효확인소송, 이를 전제로 한 공사금지가처분, 총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 등이 제기됐다. 
 
도시정비법이 발효된 2003년 7월1일 이 후 재건축·재개발 사건에 대한 소송 중 다수가 민사소송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도시정비법이라는 공법의 해석을 거의 대부분 민사법원이 담당하는 모순이 있었다. 
개인 간의 민사문제에 익숙한 민사법원은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공법적 개발사업의 진행과정과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판결의 결과도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합들은 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 조합설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조합임원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시공사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의 선정금지가처분, 총회개최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해 상당한 방해를 받아 왔다.
 
이에 대법원은 주택재개발 및 주택재건축에서 있어서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인가와 관련한 사안은 민사법원에서 다루어질 성질이 아니라 행정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분쟁은 행정법원에서 관리처분계획취소 또는 무효확인소송,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효력정지신청의 모습으로 다뤄져야 하고, 조합설립에 대한 분쟁 역시 행정법원에서 조합설립인가취소 또는 무효확인소송,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의 모습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쟁의 형태에 대하여만 판단하고,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의 하자 또는 무효여부에 대하여는 판단을 미뤄놓았다. 따라서 주택재정비사업의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분쟁의 여지는 남아있다. 
 
한편,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 관련 분쟁이 행정법원에서 다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조합에 유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전 민사법원은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에 대하여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였는데, 행정법원에서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이 다루어지는 경우에는 하자의 치유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치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조합설립인가 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대한 취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따라서 주택재개발조합 및 주택재건축조합은 인가 신청 당시에 동의율 요건 충족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민사소송 Vs 행정소송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행정소송은 행정법규의 정당한 적용과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주관적 소송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행정소송은 행정소송법이 규정하는 항고소송과 당사자소송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행정법규의 적용에 관련된 분쟁(공법상 분쟁)의 판정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형벌권 발동을 위한 소송절차인 형사소송이나 사법상의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의 판정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구별된다. 또, 독립한 판정기관에 의한 신중한 소송절차를 거쳐 행하여지는 정식쟁송인 점에서 약식쟁송에 불과한 행정심판과도 구별된다. 
 
당사자 소송은 행정행위와 관련됐다는 점만 빼면 소송대상이 조합이라는 점 등 성격 상 기존 민사 소송과 유사하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행정소송에서는 쟁점이 된다. 해당 관청에서 인가를 내주기까지 짧은 기간이기 때문.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관청의 인가가 나지 않으면 항고 소송으로 다시 제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행정소송 중 항고소송인 경우 현재까지 진행됐던 민사소송과 성격이 다르다. 개인 간의 권리관계가 심리 내용인 민사소송과는 달리 행정소송은 행정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이 우선 고려된다. 즉,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 행정청에게 있어야 원고가 승소하게 되는 것. 민사 소송의 경우 조합설립무효 소송 등은 동의서상의 하자가 절대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민사소송은 동의서상의 하자가 인정되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었다. 그러나 행정소송은 행정 처분의 정당성을 파악하기 위해 동의서의 하자는 단지 인가 시 검토 사항 중의 하나로서 작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민사소송처럼 총회결의 부분이나 조합원 동의부분만 따로 떼어 내어 다룰 수 없고 전체적인 요소들에 대한 하자가 인정되어야 원고 승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소송에서는 동의서상의 하자나 총회결의의 하자 문제만으로는 조합 측이 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향후 법정소송의 방향은 동의서 징구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인가․고시’등의 행정처분 뒤에는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가․고시’등의 행정 처분 자체의 취소 및 무효만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법원 이송으로 인한 문제점
 
최근 대법원의 판례로 갑작스레 수백 건의 사건을 이송받은 행정법원이나 각급 법원은 행정소송으로 전환될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새로운 심사기준을 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취소소송에서 원고를 승소시키기 위한 위법성의 판단기준,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를 승소시킬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 인정문제가 정리돼야 할 가장 시급한 쟁점이다. 
 
우선 행정법원 등에 이송된 각 소송들의 운명은 이들이 행정처분(총회결의가 아닌)이 내려진 후 90일 이내에 제기됐는가 여부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관리처분단계에서 제기된 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 등 이미 제기된 민사소송도 조합설립인가 후 90일이 넘어 제기됐다면 이들은 모두 ‘조합설립인가무효등 확인소송’이라는 행정소송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행정소송법 제4조 2호) 또, 행정소송인 조합설립인가무효 등 확인소송은 민사소송과는 다르게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 행정청에게 있어야 원고가 승소하게 된다. 
 
따라서 민사소송에서 조합설립무효로 선고됐던 많은 사건들이 행정소송에서는 원고패소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지금까지 민사소송에서 판결의 결정요인으로 작용하였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조합설립은 무효’라는 원칙은 행정소송에서 인가처분의 무효사유로 바로 채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90일 이내에 제기 된 민사소송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 즉, 90일 이전의 민사소송들은 이송된 후 취소소송으로 전환되는데 어떤 하자를 인가처분의 위법사유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던 원고들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을 때 판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들도 고려해서 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 비용분담에 관한 구체성 기준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취소판결이나 무효판결이 나면 추진위원회의 부활 여부 △부활여부에 대해 취소소송 등에서 함께 확인받을 수 있는 방안마련 △무효소송에서 사정판결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의 문제도 고려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소송 외적인 문제도 있다. 사건을 이송 받는 법원들의 상황이 매우 판이하다는 것. 이송 받는 법원이 서울행정법원처럼 단일한 건물에서 위법과 무효판단의 심사기준을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으면 별 문제가 없지만, 타 법원 관할 사건은 각각 상이한 기준으로 위법과 무효를 판단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