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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사표준계약서 조합 부담만 가중”: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반발 ‘일파만파’; 2011.11.10 16:29 입력 | 2012.02.01 15:24 수정

손동후 기자 sondh@rknews.co.kr

주택협회 등 건설업계 “부작용 낳을 수 있다”
일반분양 관련 사항 조합·시공자 합의해 결정
 

서울시가 지난 13일 발표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에 대한 재개발·재건축 업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형 시공자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이하 주택협회)가 지난 24일 표준계약서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반발해 주목된다. 
 
서울시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시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공자에겐 합리적 이익을 보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공사예정금액 조합 제시, 시공자 공사비 산출내역서 제출 의무화 ▲기본이주비 이자 및 공사비 명확히 구분 ▲공사비는 감리자 확인 후 기성률에 따라 지급 ▲사실상 시공자 소유였던 자금관리권 조합으로 전환 ▲공사대금 현금으로만 지급, 지분제 입찰 불가 등을 골자로 한 표준계약서를 제정,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택협회는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과 협력 관계에 있는 시공자의 파트너십을 무시한 채 맹목적인 공사비 축소 등 시공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재개발·재건축 위축…표준계약서 적용으로 부작용 커져=주택협회는 우선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이 악화돼 업계의 위축이 가속화됐다”며 “개발이익 감소, 추가부담금 증가 등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급증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장마저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서울시가 사업기간 단축, 조합원 분담금 최대 1억 원 경감 등의 목적으로 도입한 공공관리자 제도는 운영비 지원 부족, 공공과 조합(추진위) 간 갈등·대립 등으로 오히려 사업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표준계약서 제정으로 공공관리자 제도의 부작용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주택협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표준계약서는 내역 입찰에 입각, 설계 변경 및 공사 계약 금액 조정을 엄격히 관리해 공사비를 절감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설계비의 경우 내역 입찰을 위한 공사시방서, 물량내역서 등의 용역이 추가되면서 조합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게 주택협회의 진단이다.
 
또 공사비의 경우 10년 이상 소요되는 정비사업의 특성 상 설계 변경 및 물가상승에 의한 공사비 인상과 인허가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시공자 역할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표준계약서는 시공자가 단순히 수급인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권한을 축소한 반면, 조합의 고유 업무와 시공자의 권한 밖 업무를 시공자에게 떠넘기는 등의 모순된 기준으로 제정됐다는 것이다.
 
주택협회 자료에 따르면 사업경비·이주비 등의 대여는 물론 지급보증까지 시공자가 의무적으로 부담토록 하고 있다. 
 
주민 이주는 조합의 고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시공자가 이주 촉진·지원 업무를 맡도록 하고 있어 이주·철거 과정상 주민 분쟁 조정 등 공공의 몫을 시공자에게 전가했다는 게 주택협회의 주장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서울시의 표준계약서는 조합이 제공하는 물량내역서의 일부 항목에 누락·오류 등이 있거나 시공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설계 변경을 하는 경우에도 추가 공사비를 시공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며 “민사계약의 기본인 ‘과실 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공자에 의한 계약 해제·해지 사유도 국토해양부가 2000년 6월 배포한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와 달리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인정하고 있다”며 “조합과 시공자가 계약당사자로서 상생하는 공평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공사표준계약서를 시급히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지급, 기성률 아닌 분양불 방식으로 
설계변경 주체 조합으로, 책임 범위 명확화
■주택협회 제시 표준계약서 개정안
주택협회는 서울시 표준계약서의 공사비 지급 방법에 대해 기성률에 따른 지급이 아닌 분양불 방식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분양대금 입금 시 공사비 변제에 우선 충당하고 잔여금에 대해 유이자 대여금 원리금, 무이자 대여원금, 기타비용 순서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변경과 관련해서는 주체를 조합으로 명시하고 설계도서 및 설계상의 하자로 인한 제반 문제점 및 시공결과에 대한 책임은 조합 및 설계자가 부담토록 건의했다. 
 
조합의 필요로 설계변경을 할 경우 조합이 설계 업체를 통해 해당 공종의 설계도면 및 상세도면을 작성하는 등 설계업무를 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변경에 의한 계약 금액의 합리적인 조정에 대해서는 물량내역서의 일부 항목에 누락·오류 등이 있어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토록 했다.
 
현재는 물량내역서 상 일부 항목의 누락·오류 등에 따른 설계변경 시 계약 금액의 변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공자는 조합이 제공한 설계서 및 물량내역서를 근거로 산출내역서를 작성했으므로 계약 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현장상태와 설계서가 달라 설계변경을 하는 경우 전체 공사에 대해 증·감되는 금액을 합산해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시공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설계가 변경됐음에도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시공자가 부담토록 하는 것은 ‘과실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 불공정계약이라는 지적이다.
 
주택협회는 자금관리 방법에 대해 조합과 시공자의 공동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분양대금 등 수입금이 입금되는 즉시 시공자의 계좌로 자동이체토록 처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공자가 공동 날인만 하고 조합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조합의 고의적인 공사비 변제나 시공자 동의 없는 자금 유용이 가능하다는 게 부작용으로 제시됐다.
 
분양업무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양 업무는 필요시 시공자에게 위탁해 수행토록 하고 분양시기·가격 등은 분양성을 고려해 조합과 시공자가 합의 후 결정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분양에 대한 사항은 조합과 시공자가 협의해 상호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주택협회의 제시안이다.
 
또 시공자가 공사비 대신 미분양아파트를 대물 변제받을 경우 분양가 결정을 포함한 처분 권한을 포괄 위임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용검사일까지 일반분양 아파트 및 복리시설 등이 미분양돼 공사대금 등을 현금으로 지급할 수 없는 경우 대물변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고분양가 책정 시 시공자에게 손실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협회에 따르면 이주·철거 업무범위도 개선돼야 한다. 거주자 이주 업무는 조합 고유의 업무이므로 시공자의 이주 촉진 조치 및 지원 업무는 의무화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장물의 이설·철거 및 공사 중 발생되는 수목, 골재 등 부산물은 조합에 귀속되며, 조합의 책임 및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택협회는 시공자에 의한 계약 해제·해지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의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준용해 보편적이고 타당한 계약 해제·해지 사유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갑’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1/3 이상 지연됐을 경우 ▲‘갑’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계약사항에 정한 협의에 불응해 공사의 계속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기타 ‘갑’이 계약 조건을 위반해 약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의 사유를 추가해야 한다는 게 주택협회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