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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대안정비사업 담은 개정 도시정비법 공포: 2012.02.03 03:15 입력 | 2012.02.04 16:40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일몰제·공공관리강화’ 도시정비업계 난색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패러다임 변화’ 모색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및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일부 개정법안(법률 제11293호·제11294호)이 지난 2월 1일 공포됐다. 
 
일몰제 등 출구전략과 공공관리자제도 강화, 대안적 도시정비사업 도입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해당 개정 법률안이 공식 공포됨으로서, 서울시의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과 맞물려 향후 재개발·재건축업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개의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7개의 도촉법 개정안을 통합하여 각각의 대안으로 제안한 국토해양위원회는 “사업성 저하와 주민갈등으로 인한 사업지연을 막기 위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고,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사업취소가 가능하도록 일몰제 등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전면철거 방식에서 벗어나 정비·보전·관리를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하여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한 것”이 이번 개정 법률안의 제안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포된 개정 도시정비법 및 도촉법은 크게, ①대안적 도시정비사업 도입 ②일몰제 등 출구전략 마련 ③공공관리자제도 확대적용 ④야간이나 악천후에 철거금지 ⑤용적률 완화와 기반시설설치비용 지원 및 1가구 2주택 분양허용 등으로 요약된다. 
 
해당 개정 법률의 공포에 따른 업계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양측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정비사업 업체·조합·추진위와 뉴타운·정비사업 반대세력 모두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개정 도시정비법이 담은 주요내용들을 쟁점별로 요약 정리해 본다.
 

■ 대안정비사업 도입
가로주택정비사업·주거환경관리사업 등 기존 전면철거방식의 재정비사업방식에서 기존 공동체를 보존하면서 소규모로 주거정비·재생이 가능하도록(법 제2조의제2호, 제2조의2 신설, 제4조의2제3항 신설, 제6조제5항 및 제6항 신설, 제8조제6항 및 제7항 신설, 제42조제4항 신설 등) 정비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의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보전·정비·개량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기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가로구역이란 ‘도로로 둘러싸인 일단의 지역’을 말한다.
 
정비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생활권별 주거지 정비·보전·관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에는 법 제4조에 따른 정비예정구역에 관한 사항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전면철거를 통한 기존 정비사업이 아파트 일변도의 공동주택을 과다하게 공급하여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이번 개정 도시정비법에서는 주거환경관리사업 및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안적인 정비사업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주택건설이 가능하도록 해,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일몰제 등 출구전략
개정 도시정비법의 가장 큰 논란거리가 바로 ‘일몰제’의 도입이다. 한 사업단계에서 일정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 사업취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신설된 법 제4조의3(정비구역 등 해제)에는 ‘정비예정구역에서 정비구역지정 3년’, ‘정비구역지정에서 추진위 승인 2년’, ‘추진위승인에서 조합설립 2년’, ‘조합설립인가에서 사업시행인가 3년’, ‘공공관리자제도 도입 시 정비구역지정에서 조합설립 3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정비사업을 취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구역의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정비구역의 해제를 요구할 경우, 시장·도지사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법 제4조의3제4항)
 
시장에서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이 신설규정으로 인해 재개발·재건축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30%가 반대한다고 하여 정비구역을 해제하면, 정비사업을 원하는 50%이상 주민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것. 추진위 구성요건이 토지등소유자 50% 동의 인 것을 감안하면, 법 적용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신설된 법 제16조제2항은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1/2이상 2/3이하 범위 내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추진위원회 승인 취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갈등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발생을 막는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사업추진에 찬성한 주민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설규정 제77조의5(사업시행인가 또는 관리처분인가 시기조정)에서는 광역시·도지사가 요청할 경우, 시장·군수는 해당 정비사업장의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제조건은 주택시장의 불안정이지만, 정치적 이유에서 시기조정이 남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 공공관리제도 확대적용
가장 큰 논란거리다. 2009년 제도가 도입된 후 꾸준히 지적돼 왔던 ‘세입자 주거·이주대책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관한 지원업무’가 공공관리업무 범위에 포함된 반면, 시공자선정시기를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업계의 ‘돈(錢)가뭄현상’을 한층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법 제77조의4제2항을 신설, 세입자 대책이나 관리처분계획 지원업무가 공공관리 업무범위에 추가됐다고는 하나, 실제로 공공의 책임있는 지원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두 가지 대책 모두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포함하여 지자체의 경우 사실상 정비사업 예산을 수립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사문화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반면, 시공자선정시기를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공공이 업계의 돈줄을 죄는 무기만 줬다는 지적이다. 시공사의 사업비 대여가 없이는 사업추진이 어려운 정비사업 특성상 시공자선정시기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서울시는 조례로 사업시행인가 후로 시공자선정시기를 정하고 있다.
 
한편, 신설된 법 제13조제6항은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한 경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 정비사업 요건 완화
당근도 제시됐다. 법 제30조의3을 신설하여, 재개발사업의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증가되는 용적률의 일정비율을 소형주택을 건설하되 이를 국토해양부 장관 등에 공급하도록 했다. 법정 요건 외에 추가로 세입자 주거대책을 마련할 경우에도 용적률을 완화하도록 했다.
 
폐·공가 밀집지역으로 범죄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관리처분인가 전이라도 건축물을 조기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제48조의2 신설)
 
최근 분양시장의 사정 등을 감안하여, 조합원이 소유한 기존 주택의 감정평가액 범위에서 1조합원 2주택 분양을 허용하고, 이 경우 반드시 1주택은 전용면적 60제곱미터 이하로 공급받도록 했다. 그리고 60제곱미터 이하로 공급받은 주택은 3년간 전매 제한하도록 했다.
 
한편,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등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징구 시, 인감증명서 대신 신분증 사본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고, 서면동의서에 지장나린 및 자필서명을 하도록 해 서면동의서 징구를 쉽게 했다.(제17조제1항 신설)
 

■ 조합원 동의요건 강화
그동안 뉴타운·정비사업의 갈등의 주범으로 꼽혔던 총회 등의 조합원 동의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조합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등 중요한 사항을 의결하는 총회의 경우 조합원의 직접참석비율을 기존 10%에서 20%로 강화했다.(제24조제5항 신설) 
 
또 기존에 수립된 정비사업비가 10%이상 증가할 경우, 조합원 2/3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제24조제6항)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기 전에 추정분담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토지등소유자에게 반드시 제공하도록 했다.(제16조제6항 신설)
 
정비사업시행에 관한 서류가 작성 또는 변경된 후, 반드시 15일 이내에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조합원이 요청할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정비사업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다만 정보를 제공받은 조합원은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제81조)
 
한편, 처벌규정도 강화했다. 시공자·설계자·정비업자 선정 및 추진위·조합임원 선출 등과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받아서는 안 되고,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강화했다.
 
송윤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