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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현금청산에 조합 주름살 깊어진다?: 서울 등 수도권 조합들, “과장됐다”, “문제없다”; 2011.07.20 10:04 입력 | 2011.07.20 10:18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최근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장에서 현금청산이 늘어남에 따라 일선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주름살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3~4년 전 5% 이내 수준이었던 현금청산 비율이 최근 들어 10% 내외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현금청산 ‘무풍지대’였던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도 현금청산 비율이 높아져 조합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대다수 조합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장이 현금청산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으며, 설령 실제로 현금청산이 늘어났더라도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모 일간지에서 우리 구역의 현금청산 비율이 9%에 이른다는 등의 내용을 다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어느 조합이나 현금청산 대상자가 일정 비율 이상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구역만 콕 집어서 현금청산이 늘어나 우려할 만하다는 언론 보도는 해당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 악영향을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남가좌1구역 조합에 따르면 이곳은 전체 조합원 502명 가운데 492명이 분양신청을 마쳤다. 10명 모두 현금청산자라고 하더라도 그 비율이 2%가 채 되지 않는 것. 이러한 이유 탓에 해당 조합 관계자는 “9% 어쩌고저쩌고 하는 수치가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은 서울시내 다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성동구 A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현금청산이 증가하는 현상은 지방에나 국한된 얘기”라며 “아무리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졌다고 해도 서울시내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 현금청산자가 늘었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일각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사업 ‘발목 잡기’가 이어지며 불안 심리가 확산됐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선동하기 위해 현금청산(자) 비율을 부풀리기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 B재개발 조합 역시 A조합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B조합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되고 과거처럼 높은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현금청산을 하려는 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행히 우리 조합의 경우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현금청산이) 덜 이뤄졌다”며 “같은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실제로 현금청산이 늘어나고 있다면 이는 사업성 악화 요인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조합, “사업 ‘발목 잡기’ 수단”=일각의 주장과 달리 일선 조합들은 한결같이 “반대파의 부풀리기”, “현금청산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 “서울 등 수도권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현금청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때나 감정평가액이 높게 나왔을 경우에 한정된다”며 “감정평가는 전문가가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되는 만큼 무작정 높게 나올 수 없으므로 향후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다수 사업시행자들은 현금청산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속칭 ‘비대위’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 남발 등 각종 조합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조합원들을 선동하기 위해 ‘현금청산 급증’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사업장에서 현금청산(자)이 늘어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애초에 현금청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조합 또는 사업(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늘고 이러한 불안 심리가 누적되면 결국 현금청산을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실제로 현금청산이 발생하면 일각에서는 이를 빌미로 또다시 ‘현금청산이 계속 늘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현금청산자의 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 역시 “현금청산 물량이 일반분양분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일반분양가를 무작정 높게 책정할 수 없어 현금청산 증가가 해당 조합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면서 “현금청산이 늘어 그 금액이 커지면 아무래도 사업 진행에 차질을 줄 수 있는데, 특히 현금청산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통 대출로 충당하는 만큼 그 이자비용 등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개념 정립부터 해야=자문에 응한 일선 조합 및 업계 관계자들은 현금청산과 관련한 유언비어에 조합원들이 현혹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이해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금청산이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 사업시행자가 조합설립인가 후에 해당 구역 내 토지 및 건물을 양수한 자 가운데 조합원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자 등으로부터 이를 현금으로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9조 제3항은 ‘사업시행자는 제2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의 규정에 의해 조합설립인가 후 당해 정비사업의 건축물 또는 토지를 양수한 자로서 조합원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자에 대해서는 제47조의 규정을 준용해 현금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조치를 담고 있는 도시정비법 제47조는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해당하게 된 날부터 150일 이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토지ㆍ건축물 또는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음 각 호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제48조의 규정에 의해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의해 분양 대상에서 제외된 자 등이 포함된다.
 
 

■ 현금청산 막으려면 이렇게 대응하라
 
“수요자 니즈 파악해 사업계획 짜라”
“현금청산에 대한 메리트를 낮춰라”

 
그렇다면 일선 조합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또 현금청산 증가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대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요자 니즈(needs)에 철저히 부합할 수 있는 사업시행계획의 마련을 첫째로 꼽았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현금청산이 늘어났을 때에는 이해관계인 의견 청취를 통해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고 이에 대한 변경 인가를 받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대표변호사는 “사업시행인가 전이라면 분양성 등을 잘 따져 시대 트렌드와 수요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건축계획 등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현금청산에 대비하는 자세가 될 수 있다”며 “사업시행인가 후라면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의견을 청취 후 이를 바탕으로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고 그에 대한 변경 인가를 받은 뒤 다시 분양신청에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차흥권 변호사는 또 “현금청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양을 받는 것보다 현금으로 받는 게 더 이익이 된다는 얘기이므로 기존 현금청산 평가 금액을 조합원 분양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평가 시점을 지금보다 앞당겨야 하고 이것이 입법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만큼 보다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