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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3 재개발 인허가 지연에 ‘발목’: 북아현뉴타운 5개 구역 중 최대…파급 효과 커 3구역 속도에 관심 집중; 2011.05.25 11:33 입력 | 2011.05.25 11:48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70 일대 89만9302㎡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하는 북아현뉴타운. 당초 계획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오는 2015년 12월에 완료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1년여 동안 사업지구 내 5개 구역 중 몇몇 구역의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완료 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아현뉴타운은 1-1ㆍ1-2ㆍ1-3ㆍ2ㆍ3구역 등 총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1-2ㆍ1-3구역만 관리처분 단계에 돌입에 이주 및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1-2구역 조합에 따르면 이곳은 연말 안에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1-3구역 조합 역시 오는 9월께 착공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3개 구역은 2011년 5월 현재까지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1-1구역과 2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1-1구역은 지난해 10월 신청한 관리처분인가가 아직까지 나지 않아 그 다음 단계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고, 2구역은 현재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라 사업에 탄력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1-1구역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6일에 신청한 관리처분인가가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아 조합으로서는 난처할 따름”이라며 “일단 인가가 나야 이주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2구역 조합 관계자도 “내부 사정으로 3월로 예정됐던 관리처분총회가 연기돼 아직까지 정확한 개최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며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특히 구청이 각종 무리한 요구로 사업 추진에 부담을 줘 그로 인해 생긴 간극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구역의 사정은 3구역에 비하면 ‘엄살’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곳은 아직 사업시행인가도 받지 못했다. 3구역은 조합원이 2550명에 달하고 신축 세대수가 용적률 20% 상향 시 4000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돼 북아현뉴타운 내 최대 사업 규모를 자랑한다. 
 
이러한 상징성 탓에 3구역의 사업 속도가 전체 사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이곳의 사업시행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지 1년이 넘도록 인가가 나지 않아 조합원들은 ‘화병’이 나기 일보 직전이기 때문.
 
지난 17일 3구역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취임한 구청장이 속칭 비대위와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하며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조합원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인가 신청을 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늘어난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수백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관련 비용은 인가가 날 때까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3구역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때는 지난해 4월 23일. 보통 인가 신청에서 인가까지 길어야 수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3구역은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당초 3구역 조합 측은 지난 15일 전에는 사업시행인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1일 조합 관계자는 “15일까지는 구청이 인가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인가가 나는 대로 (조합원) 분양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이러한 조합 측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로 인해 북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은 당분간 기약 없이 허송세월할 공산이 커졌다.
 
지난 17일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가 나야 계획에 맞게 사업을 추진, 분양신청-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인가-이주-철거-착공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데 첫 단추부터 끼워지지 않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3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3월 중순에 사업시행인가에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준비를 모두 마친 뒤 인가 신청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구청이 추가 조건을 달아 인가를 보류했고, 다시 지난달 26일께 이 조건도 모두 충족시켰지만 아직까지 인가는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은 사업시행인가를 처리하는 데 있어 관련 지침과 절차에 맞게 진행해 왔으며 3구역은 구역이 큰 관계로 처리할 문제가 많아 부득이하게 늦어진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9일 서대문구청 도시개발추진단 관계자는 “3구역의 경우 구역이 크다 보니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며 “국ㆍ공유지 문제만 해도 최근에야 처리돼 이를 모두 종합해 유관 부서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의 이유로 타 구역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발목 잡기’…조합(원)에 부메랑=문제는 이러한 구청 측 행보가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처지에서 ‘발목 잡기’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재개발의 경우 사업 자체가 공익사업의 성격을 일정 부분 띄고 있는 데다 당국이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는 탓에 조합으로서는 당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이 인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뒤 이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인가를 제때 내주지 않으면 조합은 무작정 이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여러 가지 피해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일선 조합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업 지연에 따른 각종 비용의 증가이다. ‘시간=돈’이란 공식이 그 어떤 분야보다 잘 들어맞는 재개발ㆍ재건축에 있어 사업 지연은 곧바로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인가 지연에 따른 사업 지연이 가져오는 폐해는 많다.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투쟁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집행부를 압박하게 되면 조합으로서는 그 자체가 부담이다.
 
이는 사업시행인가 직전에 사실상 발목을 잡힌 북아현3구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인가가 1년 이상 지연되면서 누적된 손해가 만만치 않다”면서 “지난달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내부 검토를 거쳐 손해배상청구 등 법률적인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늑장 인허가 제재 수단 마련 시급=인허가 권한을 쥔 행정관청의 ‘늑장 인허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에게는 언제까지 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시장ㆍ군수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당국의 늑장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제재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시정비법 제8조 제4항은 ‘시장ㆍ군수는 정비사업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음 각 호에는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구성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된다.
 
심지어 이 경우 시장ㆍ군수는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일 다음 날에 추진위의 구성 승인 및 조합의 설립인가는 취소된다.
 
물론 이 조항이 임의규정인 데다 기약 없이 사업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이 역시 하나의 규제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도시정비법 개정 등을 통해서 당국의 늑장 행정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법정 조건을 충족한 뒤 신청한 터라 특별한 하자가 없는 데도 인허가가 지연되면 기다리는 사업시행자의 속이 하루하루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들어 추진 논의가 한창인 ‘자동인가제’도 당국의 늑장 인허가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성격이 짙다.
 
자동인가제는 시장ㆍ군수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받은 뒤 30일 이내에 인가 여부 또는 처리 지연 사유 등을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가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내용이 담긴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자동인가제를 두고 설왕설래 중이다. 찬성 측에서는 궁극적으로 이를 확대해 조합설립인가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인가 등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 K씨는 “일단 조합설립인가에 적용한 뒤에 그 성과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등 주요 인허가에까지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