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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원 인계주공서 공사비 과다계상 의혹: 조합, “과다한 암반공사비, 부실시공…배상하라”; 2011.06.22 14:37 입력 | 2011.06.22 15:21 수정

특별취재팀 rknews@rknews.co.kr

시공자, 입장표명ㆍ정보공개 요청에 ‘묵묵부답’


 
“입주까지 마친 상황에서 지난한 소송으로 (조합) 청산을 못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래미안노블클래스(구 인계주공아파트ㆍ이하 인계주공) 근처에서 만난 인계주공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가 과다 계상돼 손해 본 것도 억울한데 이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마저 지지부진해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조합원은 조합원대로 지쳐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계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2월 말 시공자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상대로 100억 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소 목적은 공사비 과다 계상 등에 따른 조합 측 손해를 배상받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삼성물산이 공사 과정에서 각종 시설물을 누락하거나 임의로 변경 시공했으며 공사비를 과다 계상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05년 7월께 “당초 ‘일반 토사 100%’로 파악됐던 지질이 ‘일반 토사 70%, 풍화암 30%’로 밝혀졌다”며 67억2000만 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조합은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미쳤고, 조합은 같은 해 11월 임시총회를 열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 한 달 뒤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지질 성분이 시공자 측 주장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시공자에 의해 공사비가 부풀려졌고 그로 인한 피해액이 수십억 원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합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조합도 이를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사비 환수에 나서기로 했다.
 

본격적인 공사비 환수 움직임은 지난 2008년 가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계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08년 9월 임시총회를 열고 제1호 안건으로 ‘암반 관련 공사비 환수 위임의 건’ 등을 상정,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당시 조합 측은 “일각에서 ‘조합과 시공자가 결탁해 공사비를 부풀렸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돼 관련 조사 등을 진행, 이를 바탕으로 시공자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비용 환수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은 “지난 2005년 지질조사 당시 삼성물산은 암반의 양을 30%로 예상했고, 조합은 이를 토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면서 “그러나 지질공사를 완료한 뒤 암반 수치를 집계한 결과 암반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로 인해 절감된 공사비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안건 상정 배경을 설명했다.
 

조합은 또 “삼성물산이 자동환기시스템을 시공하지 않는 등 총 47개 항목에서 하자가 발견됐다”며 “삼성물산은 미시공 및 부실시공에 따른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받은 만큼 당연히 반환해야 하고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손해 역시 배상해야 한다”며 “향후 하자에 대한 정밀 감정을 통해 추가 손해배상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련해 본지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공사비 과다 계상 및 부실시공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인계주공 재건축 조합의 주장에 대한 입장 표명 ▲공사비 증액을 설명할 수 있는 정보ㆍ자료의 제공 등을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348px; HEIGHT: 270px" height=208 src="/PEG/13087209538780.jpg" width=700 align=right> 
 


◆조합 해임총회 관련 소송서 패소…당분간 ‘stop’=수원 래미안노블클래스발(發) 공사비 과다 계상 논란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관련 소송은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최근 인계주공 재건축 조합 측이 임원 해임 총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삼성과의 소송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손해배상 소송) 3차 변론 기일을 무기한 연기했다”면서 “지난해 3월 조합 반대파가 개최한 (조합 임원) 해임 총회 관련 소송에서 조합이 예상치 못한 결과(패소)가 나와 손해배상 소송을 일시적으로나마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원고(조합) 측 대리인은 지난달 24일 법원에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해임 총회 관련 소송 결과에 불복,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이로써 시공자와의 법적 다툼은 당초 계획과 달리 당분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대파 측에서 임시 조합장을 선임하겠다며 법원에 신청하는 바람에 조합으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공자와의 싸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내분으로 결집력이 악화된 상태로는 조합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물산이 조합을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해 조합으로서는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28일 조합을 상대로 74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조합과 시공자 간 법정 공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시행자인 조합과 사실상 ‘갑’으로 군림하고 있는 시공자 간 법적 다툼이 흔한 사례가 아닌 데다 사업 단계가 이미 입주를 마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귀추가 주목되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조합 “현 시점서 내분은 공멸” 자제 당부=시공자와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에도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내분까지 겹친 인계주공 재건축 조합은 “현 시점에서 조합원 간 분열과 그로 인한 에너지 낭비는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조합원들의 단결과 협조를 당부했다.
 

조합 측은 “시공자와의 싸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해임 총회 관련 소송에서의 패소로 내분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조합 내분에 따른 반사이익은 결국 시공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조합원 간 단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임시 조합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무엇이 진정 조합원을 위한 길인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업무가 종료된 현 시점에서 임시 조합장을 선임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합 측은 “항소 결과가 나온 뒤라야 임시 조합장 선임이 가능한 데다 제반 절차를 진행하려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년 가까운 시간이 낭비되는 셈”이라며 “이는 모든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므로 실제로는 더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과 (돌발 행동) 자제가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한편 수원 래미안노블클래스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465 일대 6만6970㎡에 위치해 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이곳은 지하 3층~지상 26층(최고) 규모의 23개동 1351가구(1단지 892가구, 2단지 459가구)로 이뤄져 있다. 전용면적 기준 ▲59.99㎡ 286가구 ▲84.99㎡ 543가구 ▲110.97㎡ 294가구 ▲123.36㎡ 228가구 등으로 구성됐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구 인계주공 조합원들 가운데 123.36㎡ 분양자를 제외한 상당수가 분담금이 ‘마이너스’였다([표] 참조). 이는 대다수 조합원들이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 없이 새집으로 입주하고 동시에 개발 이익을 돌려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당시 계획에 의하면 19평형을 소유한 조합원이 34평형을 분양받으면 2421만 원가량을 돌려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측에 따르면 인계주공 재건축 사업의 공사비는 약 2000억 원이다. 법원의 판단에 의해 조합의 주장이 인용될 경우 전체 공사비의 5%가량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조합으로서는 이 소송이 조합 및 사업 청산으로 가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 측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금(100억 원)을 받는다고 해도 이를 조합원 827명으로 나누면 1인당 1200만 원 꼴”이라며 “일각에서 이를 포함한 정산 금액이 수천만 원이라고 주장하며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으나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산 금액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부 조합원들은 해산 총회를 열면 그 즉시 조합이 해산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청산법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말해 청산 작업에 대한 협조도 당부했다.

 

사진설명-수원 래미안노블클래스(구 수원 인계주공아파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