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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ㆍ재건축 시공자는 업계의 절대강자…: 계약後 사실상 ‘주인’…교체 ‘하늘의 별따기’; 2011.04.26 11:44 입력 | 2011.04.26 14:52 수정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312px; HEIGHT: 460px" height=667 src="/PEG/13037858053403.jpg" width=700 align=right>비전문가 조합 건설사에 끌려다니기 다반사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재개발ㆍ재건축에 있어 사업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사업시행자’라고 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정비사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하며 사업시행자 위에 군림하고 있는 ‘시공자’란 존재 때문이다.
 
사전은 시공자(施工者)를 ‘공사를 맡아서 행하는 사람 또는 회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의만 보면 시공자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용역을 받는 일종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해당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에 계약까지 체결하고 나면 사업시행자(조합)와 시공자의 관계는 180도 달라진다. 관계 법령에 시공자의 지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데다 시공자 대부분이 오랫동안 업계에서 ‘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사라는 점 때문에 웬만한 이유 가지고는 시공자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1조에 따르면 정비사업조합(조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쟁 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해야 한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20조 제1항에는 조합이 정관에 포함시켜야 할 내용으로 ‘시공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 등을 명시하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히 시공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명문 규정을 차치하더라도 정비사업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시공자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진다. 재개발ㆍ재건축 등은 기존 노후ㆍ불량 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새집을 짓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 보니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시공자는 중요한 이해관계인인 동시에 사실상 사업시행자 못지않은 책임과 의무를 지닌 동반자로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나아가 단순 ‘도급제’가 아닌 ‘지분제’ 방식에 의해 사업에 참여한 시공자는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상 과제다. 따라서 시공자는 보다 적극성을 갖고 사업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시공자의 ‘입김’도 세어지게 된다.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도 오랫동안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해 왔던 건설사들의 지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건설사들은 구성원 대부분이 비전문가인 조합과 달리 사업적 역량과 노하우, 인적 인프라의 구성과 능력 등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자연스레 조합은 사업하는 내내 시공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는 선정된 시공자가 메이저급 건설사일수록 심하다. 도급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업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업 노하우라든지 이익 극대화와 관련하여 조합원들을 다루는 데 능숙하기 때문에 은연중에 자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만 국한해 보더라도 규모가 있는 곳은 대부분 도급순위 상위 업체들이 시공자로 들어가 있다”며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해당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낮아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자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계약서에 의거해 시공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 사업 기간 중 투입된 비용을 대부분 보전 받을 수 있어 분쟁 해결에 적극성을 보일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러한 ‘갑을관계’는 아파트 선택 시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조합원들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며 “당장 시공자를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몸집이 큰 건설사로 시공자를 교체한 이후 또다시 불만이 생길 경우 이를 바꾸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뿐더러 교체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계약 체결 후 관계 역전=문제는 시공자가 자신의 본분에서 벗어나 사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일선 조합 관계자들은 시공자가 조합(원)을 대하는 태도가 선정 전후에 너무 차이 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권을 따내기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시공자로 선정된 후에는 누가 주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라고 혀를 찼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단 시공자로 선정되면 조합은 시공자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건설사 관계자들은 매일같이 조합을 찾아와 조합의 비위를 맞추는 등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조합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각 건설사들이 제시한 조건들을 비교해 보며 수주 경쟁을 즐기곤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선정 후에는 이전과 달리 좀처럼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건설사 관계자의 태도나 설령 대면하더라도 고자세를 유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에서 조합 관계자들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기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정도는 약과라고 주장한다. 태도 등에서 오는 불쾌감은 그 순간만 지나면 쉽게 사라지지만 계약서를 근거로 사업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조합, 특히 조합 집행부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사업성 제고를 위해 공사비를 절감해야 한다며 조합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집행부를 해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시공자 측의 태도는 한마디로 ‘강 건너 불 보듯’ 해 서운함을 넘어 실망감마저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오랜 고민 끝에 어렵사리 시공자 측에 공사비 인하 의사를 타진했는데 그들은 한마디로 거절했다”면서 “시공자가 계약서를 내밀며 ‘계약 당시 공사비 인상을 제약하는 내용들이 많아 인상 요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관계를 고려해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말하자 솔직히 더 이상 꺼낼 얘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를 비롯한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애당초 계약을 체결할 때 좀 더 주의 깊고 꼼꼼하게 내용을 살피고 조합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정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일선 조합들이 시공자와 체결한 계약서를 보다 보면 ‘애초에 제대로 살핀 뒤 계약을 체결했으면 아낄 수 있는 비용이 상당히 많은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며 “대다수 조합원들은 시공자 선정 때 ▲3.3㎡당 공사비가 얼마인가 ▲기본 이주비와 이사비용은 얼마나 지원해 주느냐 ▲무상으로 설치해 주는 ‘옵션’은 얼마나 많은가 등 눈으로 쉽게 드러나는 내용에만 관심을 가지는데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계약서상에 숨어 있는 독소 조항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변호사는 지난 1월 한 특강에서 “계약 체결 전에는 조합이 ‘갑’이지만 계약 체결 후에는 조합이 ‘을’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따라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못지않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인식과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하드웨어는 계약서 양식과 제반 절차 등을, 소프트웨어는 계약서가 담고 있는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공자 변경 ‘하늘의 별 따기’=계약 내용을 놓고 조합과 시공자가 ‘줄다리기’를 벌인다고 해도 최종 승자는 시공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이 경우 조합 측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시공자 변경 카드를 꺼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법률 전문가 K씨는 “법률적으로 시공자 선정 후 계약 해지는 가능하나 이를 실현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며 “심지어 특정 조합이 내분에 휩싸여도 교체되는 것은 집행부이지 그동안 파트너로서 사업을 진행해 온 시공자가 교체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리처분 단계인 서울 마포구 A재개발 구역에서는 조합원 간 분쟁이 격화돼 집행부가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해당 구역의 시공자인 S건설 D건설 등은 수수방관한 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조합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의 K재건축 사업장 사례 역시 A구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은 인근 단지에서 시작된 ‘무상지분율’ 논란의 여파로 조합원들이 시공자에게 ‘확정지분제 방식으로의 사업 방식 전환’과 ‘무상지분율 일정 수준 이상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분쟁이 심화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자와의 협상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자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최근 집행부가 해임되기에 이르렀으나 시공자인 H건설과 D건설의 지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심지어 집행부에 반대하던 조합원들도 시공자 교체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조합원 D씨는 “현재 집행부와의 싸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현 시공자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도출된 결론은 없다”면서 “시공자를 바꾸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현 시공자 측이 조합원들의 권익 제고에 부합하는 사업 제안을 할 경우 굳이 이들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설령 교체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 지난할뿐더러 새로운 시공자를 뽑는 과정에서 지위를 박탈당한 건설사의 집요한 방해 등도 해당 조합이 감당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최근 총회에서 시공자의 지위를 박탈한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시공자를 바꿔야 했지만 기존 시공자가 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어 골치가 아프다”고 전했다.
 
한번 선정된 시공자의 지위가 공고한 이유는 시공자가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돈줄’로서 자금 조달을 책임져 왔던 ‘관행’에서 찾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서울시의 경우 공공관리제도 시행 이후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변경돼 상황이 다르지만 인천ㆍ경기 지역을 비롯한 지방의 경우에는 여전히 시공자가 돈줄을 죄고 있어 사업시행자가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천 및 경기도 수원, 의정부 등에서 만난 재개발 조합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시공자를 뽑아야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고 그래야 비교적 순조롭게 사업을 시행할 수 있어 시공자 선정에 온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들 조합들은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는 등 시공자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자를 교체한 서울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조합 측이 시공자와의 가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자를 다시 선정하기로 결심한 이유로 기존 시공자의 원활치 못한 자금 대여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타(他) 구역과 달리 집행부보다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시공자 교체를 요구해 실제로 그렇게 진행된 사례”라며 “오랫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해 쌓인 조합원들의 불만이 사업 지연 사유가 시공자로부터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발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첫 단추 중요…도급계약관리 필요성↑ 


 
시공자 교체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이를 시도해 관철시키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점은 일선 조합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인천 J재개발 조합의 경우 시공자인 K건설이 설계 변경을 요구하자 조합이 이를 거절, 결국 시공자를 S건설로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랑구의 M재건축 조합의 경우 조합이 시공자인 K건설에 사업 조건 변경을 요구했는데 시공자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자 총회를 열어 시공자 지위를 박탈했다.
 
하지만 시공자가 도중에 바뀌는 것은 해당 업체가 워크아웃 등으로 부득이하게 그 지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극소수에 불과해 애초에 시공자를 뽑을 때부터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A재건축 조합장은 “시공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공자가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현장설명회를 무산시키려 하고 계약 해지 무효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방해를 일삼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이를 통해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한 첫걸음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 조합에 불이익이 되는 내용들을 최대한 찾아내 수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다수 조합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가계약’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변호사는 “가계약은 없다. 계약은 말 그대로 계약일 뿐”이라며 “가계약은 곧 본 계약이며 그 다음번 계약은 변경 계약”이라고 역설했다.
 
흔히 말하는 가계약도 결국엔 계약 당사자 간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행위인 만큼 애초에 이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대로 작성ㆍ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상당수 조합 관계자들은 가계약의 중요성에 대해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기총회를 개최한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의 경우 총회 당일 시공자와의 계약 체결에 대해 심사숙고하자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해당 조합장이 “이번 계약은 가계약인 만큼 일단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뒤 나중에 본계약 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식으로 답변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계약 체결에 해당 사업의 순항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에서 도급계약관리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관리계약’이란 건설업에서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Quantity Surveying’이라는 전문 직종으로, 사업비ㆍ예산ㆍ계약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됐으며 일반에는 지난 1930년대 이후 알려지기 시작했다.
 
재개발ㆍ재건축에서는 주로 사업시행자가 시공자와 체결한 도급계약을 바탕으로 원가관리를 통해 공사비 상승을 억제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궁극적으로 사업시행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도급계약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시공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계약서를 바로잡아 조합원들의 이익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수요가 증대되고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최근 시공자 교체에 나선 서울의 한 재건축 구역 내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