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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르네상스 잦은 계획 변경…사업지연, 주민부담가중 초래: 말뿐인 개발, 해법 찾기 난항 뉴타운 전락 우려↑; 2011.04.26 12:28 입력 | 2011.04.26 15:08 수정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284px; HEIGHT: 208px" height=216 src="/PEG/13037884667235.jpg" width=294 align=right>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시행 4년이 다 돼 가도록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표류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한강변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정한 유도정비구역과 전략정비구역 등에 대한 개발이 갖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市) 중점 사업이라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여전히 상위에 포진하고 있어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 구역만 하더라도 추진위가 중심이 돼 개발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서울시가 느닷없이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문제없이 진행되던 사업에 차질이 빚어져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의 한 재건축 추진위의 경우 서울시가 프로젝트 시행 발표 전부터 추진위 주도로 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시(市)가 광진구 일대를 구의ㆍ자양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그에 맞게 개발 계획을 다시 짜야 했다고 한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구의ㆍ자양 유도정비구역은 강변북로 지하화에 필요한 비용을 주민들에게 분담시켜 그에 따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을 시민에게 되돌려 준다’는 취지로 지난 2007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자연성 회복 ▲접근성 향상 ▲문화기반 조성 ▲경관 개선 ▲수상 이용 활성화 등이다.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 미흡” 성토
과도한 기부채납 논란 등 문제 속출
인센티브-공공성 절충 찾는 게 관건

 
문제는 ‘회복’과 ‘창조’라는 프로젝트의 비전(vision) 가운데 후자를 구현하기 위한 도시 공간 재편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데 있다.
 
도시 공간 재편은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수변 경관에서 벗어나 주거 중심의 토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한강 연접 지역의 85% 이상이 주거 지역이며, 이 가운데 40% 이상이 외관, 높이 등이 판박이인 아파트로 구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등을 따라 반대편을 바라보면 온통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가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 환경 고착화는 공공재인 한강을 인접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의 것으로 사유화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했다”고 역설했다.
 
A씨의 지적대로 한강의 사유화를 해소하고 공공성을 고려치 않은 현행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의 폐해를 막고자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 지구 8개소(잠실ㆍ청담ㆍ압구정ㆍ서빙고ㆍ반포ㆍ이촌ㆍ원효ㆍ여의도), 대규모 개발 예정지 7개소,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예정구역 33개소 가운데 이미 개발이 완료된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관리대상지역으로 지정ㆍ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마련된 개선 방안이 바로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 ‘일반관리구역’ 등의 지정과 그에 따른 개발 청사진 제시였다.
 
2011년 4월 현재 서울시내에는 전략정비구역 5개소, 유도정비구역 5개소 등 총 10개소가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성수 ▲압구정 ▲여의도 ▲이촌 ▲합정지구가 전자, ▲잠실 ▲구의ㆍ자양 ▲반포 ▲당산 ▲망원지구가 후자에 속한다.
 
전략정비구역은 개발 계획 수립이 시급해 전략 개발을 위해 지정된 곳을 말한다. 이에 비해 유도정비구역은 전략정비구역보다는 개발이 시급하지 않아 중장기적ㆍ단계적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지정된 성격이 짙다.
 
전략ㆍ유도정비구역은 지난 2009년 1월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밑바탕과 다름없다. 지난 1월 서울시는 여의도ㆍ이촌ㆍ합정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발표하면서 이들 지역의 개발 밑그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발표 당시 서울시 기대와 달리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례로 여의도지구의 경우 사업 시행을 위한 재원을 주민들의 토지ㆍ시설 기부채납으로 충당키로 해 논란이 됐다. 특히 기부채납 비율이 40% 이상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실제로 올 초 여의도지구 내 위치한 주요 아파트 단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관계자 대부분은 서울시가 밝힌 기부채납 비율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주민은 “여의도 내 노후 아파트는 언젠가 재건축을 해야겠지만 굳이 40% 이상의 토지 및 시설을 공공에 기부하면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기부채납 비율이 3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압구정ㆍ성수지구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나마 가장 빠른 사업 진척을 보이고 있는 성수지구만 보더라도 전략정비구역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수지구는 지난 2월 ‘성수전략정비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지정안’이 고시되면서 개발 청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 받기 위해서는 30%가량의 기부채납이 이뤄져야 해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이곳은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의 시범 사업 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가시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내 4개 구역 모두가 아직까지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한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추진위 구성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져 주민 간 또는 민관(民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뇌관’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반대파가 높은 기부채납 비율을 문제 삼아 주민들을 선동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것은 문제이나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으로 공공성 회복에 기여하는 만큼 그에 준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전략정비구역 지정을 통한 개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개발 추진위원장 B씨는 “성수지구만 하더라도 강변북로 지하화라는 총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서울시민 전체를 위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재원 부담을 성수지구 내 주민들에게 과도하게 지운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관건은 개발 이익, 인센티브 늘려도 딜레마=상황이 이러하자 전문가들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표류 원인을 애매모호한 ‘공공성 회복’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한강변 통경축 조성,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 부담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과도하게 지우고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 K씨는 “한강 공공성 회복을 위한 개발 계획에서 ‘공공성’이 지닌 모호함과 이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의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어 갈등 해결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 자체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개발에 있어 관건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에 달려 있는데 ‘공공성 회복’은 취지부터가 공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개발 이익의 극대화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공공성 회복을 위한 개발 재원은 서울시가 밝힌 ‘총공공기여’라는 개념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총공공기여는 토지 기부채납, 공공ㆍ기반시설 설치비용 등을 포괄하는 ‘순부담률(25%)’에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을 합친 개념이다.
 
따라서 전략ㆍ유도정비구역에 포함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본적으로 25%의 기부채납을 해야 하고 사업성 제고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추가로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
 
이들 구역들은 대부분 한강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통경축’ 확보를 위해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게 된다. 이를 위한 비용까지 분담하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개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극단적으로 개발에 반대하도록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구역이 기존 제도로는 더 이상의 용적률 상향이나 층고 완화 등이 어려운데 기부채납을 통해 상당한 개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엄살’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용적률을 늘려 무작정 층수를 높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있는 데다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용적률ㆍ층수 등을 완화할 경우 공공성 회복이라는 프로젝트 취지에 반하게 돼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민 불만은 누그러뜨리고 공공의 목표도 이룰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당국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S씨는 “민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선’을 찾아내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성패는 바로 이 점에 달렸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이 프로젝트도 뉴타운 사업처럼 두고두고 서울시를 괴롭히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