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허점투성이’…있으나마나?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허점투성이’…있으나마나?: 공개된 정보 부족, 사실과 달라…업데이트도 취약; 2011.05.11 15:43 입력 | 2011.05.11 16:45 수정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383px; HEIGHT: 336px" height=338 src="/PEG/13050961669510.jpg" width=700 align=right>“일반조합·추진위 홈페이지와 뭐가 다른가” 지적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 시행과 더불어 야심차게 개발ㆍ운영 중인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이 시(市)의 자화자찬 격 홍보와 달리 곳곳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업시스템이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시행자 측 정보공개를 위해 서울시가 구축한 홈페이지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시ㆍ구 관리자 프로그램’을 총칭하는 것이다.
 
이는 시(市)에서 운영하는 ‘통합 홈페이지’와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ㆍ조합에서 운영하는 ‘추진위ㆍ조합 홈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일선 추진위ㆍ조합의 정보공개 실태를 비판하며 “클린업시스템이 ▲반쪽짜리, 무늬만 공개 식 ▲미로 찾기 식으로 대변되는 종전의 정보공개 방식을 ▲가계부 식 공개 ▲눈에 보이는, 알기 쉬운 공개로 요약되는 ‘돋보기 식 공개’로 바꿔줄 것”이라 밝혀 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반인이 클린업시스템에 접속해 특정 사업장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정보공개를 통한 ‘알 권리’ 충족과는 거리가 먼 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서울시내 정비사업장 가운데 클린업시스템에 등록된 곳은 645곳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의 홈페이지에는 단 한 건의 게시물도 등록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업계 관계자라면 특정 사업장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정비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 정보를 얻고자 클린업시스템에 접속을 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일례로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강남구 대치동) 홈페이지만 하더라도 세간의 관심에 비해 공개된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는 클린업시스템의 목표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천명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러하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보공개인지, 제도 자체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내용이 부실한 것 외에도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일반인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도 관심이 높은 입찰 공고의 경우에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동대문구 D재개발 구역의 경우 이미 지난 2006년 7월에 마감된 시공자의 입찰 제안서를 올려놓았다. 강남구 S아파트의 경우는 더 심하다. 이곳은 지난 2001년 1월에 작성된 ‘사업 제안서 제출 요청서’를 지난달 중순에 등록했다.
 
등록일과 입찰 마감일이 똑같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명목상 입찰 공고의 목적이 해당 업체의 사업 참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입찰 마감일에 공고문을 등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S씨는 “특정 사업장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오래 전에 진행됐던 입찰 공고문이 유용한 자료일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입찰 공고를 등록하도록 한 이유가 투명한 입찰을 통한 비리 방지 및 비용 절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업계 종사자나 관계자 등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시(市)도 이를 인지해 현재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달까지 조사를 마친 뒤 이를 바탕으로 보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정보 소멸 우려↑=중구난방 식으로 운영되던 추진위ㆍ조합의 홈페이지 등이 클린업시스템 내 ‘추진위ㆍ조합 홈페이지’로 대체되면서 기존 홈페이지 등에 저장돼 있던 각종 정보들이 사장(死藏)되거나 소멸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업시행자가 수년 전부터 구축해 운영해 왔던 기존 홈페이지에 등록해 놓은 정보들을 새로운 홈페이지로 이전ㆍ등록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업시행자 처지에서는 서울시 지침에 따라 새롭게 홈페이지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홈페이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결국 기존 홈페이지의 유지ㆍ관리는 소홀해지고 그 안에 있던 정보와 자료들도 방치되거나 사장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새로운 홈페이지에 신경을 쓰느라 이전까지 조합원 간 소통 창구로 활용하던 홈페이지를 관리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 안에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로운 홈페이지의 운영뿐만 아니라 반대파와의 법정 공방, 협력 업체와의 협의 등으로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홈페이지의 유지ㆍ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율성ㆍ활용도 떨어져=클린업시스템을 관(官)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을 수 있다는 생각 탓인지 과거에 추진위ㆍ조합이 운영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때와 비교해 조합원들의 의견 개진이나 활동이 크게 줄었다. 특히 추진위ㆍ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재개발 조합원은 “투명한 정보공개라는 제도 취지에 적극 공감해 도입 당시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내가 쓴 글이 공공이나 조합 측에 그대로 노출돼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클린업시스템에 글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인증을 통해서만 주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한계 탓에 활용도 또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 K씨는 “지난 3월 서울시는 클린업시스템 도입 이후 정보공개 비율이 1년 전보다 40% 가까이(2010년 2월 46%→2011년 2월 87%) 상승했다고 발표했으나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 같은 발표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시내 홈페이지 개설 대상 646곳 가운데 645곳이 참여해 참여율이 99.8%에 달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불참한 1곳이 속해 있다고 발표한 서대문구만하더라도 ‘일시 중단’ 상태인 곳이 3곳으로 파악됐다. 이들 홈페이지에는 등록된 게시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서울시가 지난 3월 서대문구에는 41개 홈페이지 개설 대상 중 40개가 참여했다고 했으나 5월 현재 서대문구에 등록된 홈페이지는 43개, 이 가운데 ‘일시 중단’ 3곳으로 발표한 수치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인증 없으면 정보도 없다?…그들만의 리그 전락

 
클린업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클린업시스템 자체가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입 당시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정한 정보공개 항목(7개, ▲운영 규정 및 정관 ▲용역 업체 선정 계약서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정비사업 공문서 ▲회계감사 보고서)과 동법 시행령에 명시된 공개 항목(6개, ▲월별 자금 입출금 세부 내역 ▲연간 자금 운용 계획 ▲월별 공사 진행 사항 ▲업체 계약 변경 내역 ▲정비사업비 변경 ▲분양 공고 및 분양 신청) 등 13개 항목의 공개를 의무화했다.
 
정보공개 의무 항목 가운데 상당 부분은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이란 공공관리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클린업시스템 자체가 성수지구를 시범 사업으로 지정해 시작한 공공관리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인증을 통한 정보 접근 제한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공공관리제도의 시행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클린업시스템에 회원으로 가입하더라도 13개 항목에 속한 내용들을 보기 위해서는 해당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의 인증이 필요하다. 회원 가입 당시에 공개된 정보를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등의 내용을 공지, 이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 관련 ‘알짜’ 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공개를 의무화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인증을 지연한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 2월 개정된 ‘클린업시스템 운영 지침’에 따르면 시스템의 운영 주체는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자치구 운영 부서장인데,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들로부터 인증을 받는 것도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인증을 받기도 쉽지 않아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도시정비법 제81조에 따라 정보공개 대상을 조합원ㆍ토지등소유자ㆍ세입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공개는 어렵다”며 “다만 공개 대상에 대한 인증 지연이나 거부는 행정지도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문제의 소지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사진> 서울시가 야심차게 구축ㆍ운영 중인 클린업시스템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돼 도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