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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비예정구역 해제 추진은 ‘나 몰라라’ 행정?!: “그 동안 소요된 비용은 누가 보전하나”, 해당 주민 불만; 2011.05.11 15:56 입력 | 2011.05.11 16:48 수정

市 “개인 사이의 문제, 관이 나서서 보상 운운은 부적절”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사업이 지지부진한 시내 정비예정구역의 해제를 추진한다는 서울시 발표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비예정구역이란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인 구역을 말한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건축물의 건축과 토지의 분할 등이 제한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5조 제7항은 ‘국토해양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는 정비예정구역 또는 정비계획을 수립 중인 지역에 대해 3년 이내의 기간(1회 한도로 1년 범위 안에서 연장 가능)을 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분할 등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는 같은 달 14일 발표한 ‘신(新) 주거 정비 5대 추진 방향’에 대한 세부 실행 계획으로 정비사업의 추진 의지가 부족하거나 노후도 등 정비구역지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정비예정구역에 대해 예정구역에서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 발표에 대해 정비예정구역 해제 대상 리스트에 오른 지역 내 주민들의 불만은 말 그대로 폭발 일보 직전이다.
 
D구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던 K씨는 “오랫동안 사업을 본격 추진할 주체인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설립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서를 받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서울시의 이번 정비예정구역 해제 발표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위기”라며 “이제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 등이 아까운 것은 둘째 치고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기약 없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사를 고려 중”이라고 토로했다.
 

◆왜 해제하나?=서울시는 이번 정비예정구역 해제 배경에 대해 “시내 곳곳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고도 오랜 기간 추진위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바람에 다양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지난 2003년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비예정구역이 급증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정비예정구역 제도 자체에 대한 정비와 함께 궁극적으로 이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市)에 따르면 5월 현재 시내 정비예정구역은 ▲재개발ㆍ재건축 구역 281곳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34곳 등 모두 315곳에 달한다. 시가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8일부터 4월 15일까지 조사한 결과 총 32곳이 해제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앞으로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위한 현장 조사 및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해제 대상 지역은?=정비예정구역 해제 신청 대상지 32곳을 사업별로 구분하면, ▲재개발 4곳 ▲단독주택 재건축 9곳 ▲공동주택 재건축 4곳 ▲주거환경개선 15곳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강북구 1곳(미아동 75-9) ▲마포구 4곳(공덕동 249, 신공덕동 5, 창전동 382-1, 용강동 149-7) ▲구로구 2곳(구로본동 469, 구로동 111-2) ▲동대문구 1곳(제기동 67) ▲용산구 3곳(원효로4가 135, 용산동2가 1ㆍ5) ▲영등포구 5곳(양평동3가 78-3, 당산동5가 75, 당산동4가 1-145, 당산동4가 1-61, 영등포동8가 46) ▲동작구 2곳(상도3동 286, 본동 434-1) ▲성북구 4곳(성북동 109-13, 정릉동 559-46, 동소문동1가 97-1, 동소문동3가 60) ▲성동구 2곳(마장동 795-6, 797-47) ▲금천구 2곳(독산동 144-45, 시흥동 922-27) ▲양천구 1곳(신월동 510-1) ▲서대문구 1곳(북가좌동 343-1) ▲은평구 1곳(역촌동 51-43) ▲금천구 3곳(시흥동 105-1, 992-2, 220-2)이다.
 

◆대안 휴먼타운, 뉴타운 출구전략?=서울시가 정비예정구역 해제 및 폐지에 나섬에 따라 이것이 장기 표류 중인 대다수 뉴타운 사업에 대한 일종의 ‘출구전략’ 아니냐는 의심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시가 최근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휴먼타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뉴타운 사업이 적정한 속도로 진행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적절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뉴타운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당 자치구와 긴밀히 공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휴먼타운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휴먼타운은 아파트의 장점을 단독주택에 결합해 방범이나 주차 등 기반시설을 공공이 대신 투자해 확충하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해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 휴먼타운은 재산권 제약이 없고 정비와 보존을 병행할 수 있는 도시 정비방식”이라며 “해제되는 정비예정구역 중 주민들이 원할 경우 휴먼타운으로의 전환을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근 재개발 구역과 연계할 경우 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재원은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금을 쓰면 된다”며 “시범 사업 등을 통해 좋은 모델이 만들어지면 전국의 정비사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발 분위기 띄워 놓고 책임은 뒷전?
기 투입비용 처리 ‘뇌관’…분쟁 예고

 
서울시가 정비예정구역 해제와 장기적으로 그것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정부가 다음 달 답보 상태에 빠진 뉴타운 등 정비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뉴타운사업지구와 정비예정구역의 ‘돌파구’ 모색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등에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를 거쳐 6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책의 큰 줄기는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지역은 일괄적으로 지구 해제를 통해 정리하고, 사업성이 나은 지역들은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을 정부가 지원해 사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줘 분류키로 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 분담금이 지나치게 높거나 사업 속도가 느려 관리처분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사업지가 퇴출 1순위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2000년대 들어 정부를 비롯해 지역구 정치인 등이 뉴타운이다 뭐다 해서 개발 공약을 남발하며 주민들에게 개발 기대 심리를 잔뜩 높여 놓더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이제 와서 발을 빼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주민들을 자극해 개발을 부추기더니 이제 와서 사업에 반대하던 주민들의 목소리에 편승해 개발을 무산시키려는 인상을 줘 주민들의 허탈감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추진위를 설립하겠다며 정비예정구역 내 주민들이 이제껏 쓴 비용과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 지가 쟁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번 정비예정구역 해제에 따라 사업을 중단하게 되는 지역 주민의 처지는 다소 특수한 경우인 만큼 책임 소재를 놓고 주민 간 분쟁은 물론 민관 갈등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택본부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그 문제는 개인 간 문제이기 때문에 관(官)이 나서서 보상 운운할 게 아니라고 본다”며 “일단 12일부터 주민 공람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정비예정구역 해제 확정 ▲주거지종합관리계획에 의한 관리 ▲휴먼타운 조성 등 다양한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시의 이러한 인식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 S씨는 “관(官)이 특정 지역에 대해 ‘여기는 정비할 예정이다’라고 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개발 기대감을 갖고 법정 절차에 따라 추진위 설립을 위해 이제껏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 이제 와서 ‘개발 예정 구역에서 해제된다’며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며 지나치게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