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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단지 ‘종 상향 꿈’ 이뤄질까?: 잇단 호재에도 하락세…가격 상승 유일 돌파구; 2011.05.25 10:39 입력 | 2011.05.25 11:10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365px; HEIGHT: 233px" height=186 src="/PEG/13062875365964.jpg" width=374 align=right>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 상향 여부가 ‘풍향계’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재건축 시장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3ㆍ22 대책,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확정, 고덕시영ㆍ고덕주공4단지 사업시행인가 등 연이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1번지가 지난 13일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 8만1569가구를 대상으로 시세를 조사한 결과 전체 세대수의 절반이 넘는 4만926가구의 집값이 3ㆍ22 대책 발표 이후 하락했다.
 
3ㆍ22 대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 대신 취득세 감면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동구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구내 재건축 아파트 2만304가구 중 73.2%인 1만4857가구의 집값이 떨어졌다. 그 뒤를 송파구(1만7404가구 중 1만777가구ㆍ61.9%)-강남구(2만3636가구 중 1만3304가구ㆍ56.3%)-서초구(2만225가구 중 1988가구ㆍ9.8%) 순으로 이었다.
 
강동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은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가운데 하나인 둔촌동 주공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한 것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강동구 둔촌1동 170-1 일대 62만6232㎡를 사업시행구역으로 둔촌주공은 현 세대수가 5930가구로, 강동구에 위치한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가격이 떨어진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송파구는 가락시영(6600가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강남구 역시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를 필두로 한 개포지구 내 저층 단지들과 은마아파트(4424가구) 등이 하락세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동구에는 악재가 추가됐다. 정부가 지난 17일 제5차 보금자리지구를 발표하면서 강동구에 고덕, 강일3ㆍ4 등 3곳을 포함시킨 것. 보금자리주택은 인근 시세의 60~85% 수준에서 분양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3.3㎡당 2100만 원 이상의 분양가를 기대하고 있는 강동구 재건축 조합들로서는 ‘걱정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ㆍ1 대책 역시 2주가 지난 현재 별다른 약발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5ㆍ1대책은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안고 있는 부실 건설사에 대한 각종 지원과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일산ㆍ분당ㆍ중동ㆍ산본ㆍ평촌) 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인 ‘3년 보유ㆍ2년 거주’ 가운데 ‘2년 거주’ 부분을 폐지함으로써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2주가 지났지만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약세 내지 보합세를 나타냈다. 특히 타 구(區)와 달리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0.1% 하락해 대책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5ㆍ1 대책에 포함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 제한 폐지’도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3종 상향이 ‘돌파구’?=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시장 반등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돌파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건설업계의 오랜 숙원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업시행구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 재건축 단지에 대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의 종 상향(용도지역 변경)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요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탓에 최근 들어 업계의 관심사는 단연 후자에 쏠려 있다.
 
특히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의 경우 오래전부터 용도지역 변경을 통한 사업성 제고를 추진해 왔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 오랫동안 여론 형성을 주도해 왔다.
 
수년째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락시영의 경우 종 상향을 통한 사업성 제고 없이는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의 김범옥 조합장은 “규모가 큰 가락시영에 대해 종 상향을 허용할 경우 여기저기서 가락시영처럼 해 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돼 서울시의 고민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 현 상황에서는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우리 단지는 인근 주공ㆍ시영아파트 단지와 비교해도 대지지분율이 낮아 조합원들의 부담이 크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단지에 대한 종 상향은 특혜가 아니라 사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가락시영의 경우 종 상향이 이뤄지면 단지 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상한 용적률(265%)이 최대 299%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축 세대수가 종전 8106가구에서 8903가구로 증가(+797가구), 사업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높은 추가부담금 논란에서 비롯된 분쟁으로 사업이 표류 중인 가락시영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종 상향 시 수혜 단지는?=가락시영을 제외하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을 허용할 경우 수혜 단지로 꼽히는 곳은 단연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들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고덕시영, 고덕주공2~7단지, 강남구 개포지구 내 저층 7개 단지(개포주공1~4단지, 개포시영, 일원현대ㆍ대우) 등이 대표 수혜 대상이다.
 
이 가운데 둔촌주공이 단연 돋보인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뀔 경우 늘어나는 세대수가 16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이 일대는 재건축을 통해 1만 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것은 일반분양분 증가는 물론 그를 통한 조합원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가락시영 조합 측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가락시영 1차 공급면적 49㎡ 보유 조합원이 재건축 후 110㎡를 취득할 경우 추가부담금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하에서는 2억4800만 원을 넘었다. 반면 제3종 일반주거지역하에서는 1억4750만 원에 불과해 1억 원가량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종 상향 안 돼“ 제동=종 상향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한마디로 ‘불가(不可)’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송파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가락시영 재건축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 변경 신청’에 대한 회신 공문을 통해 “주변 여건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종 상향을 포함한 정비계획의 변경은 타 사업 구역과의 형평성 및 도시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청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종 상향 반대를 고수하는 주된 이유는 ▲가락시영에 종 상향을 허가할 경우 개발 이익의 조합(원) 귀속에 따른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타(他) 단지에도 이를 허용해야 하는 등 두고두고 시(市)를 괴롭히는 ‘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서울시가 가락시영을 필두로 하여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들에 대해 종 상향을 허용할 경우 시내 다른 자치구의 재건축 단지들도 덩달아 이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오랫동안 강남 지역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피해 의식에 빠진 강북 지역 재건축 단지는 물론 극단적으로 재개발 등 다른 정비사업장에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서울시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가락시영발(發) 종 상향 열풍이 강남 일대 재건축 시장은 물론 전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당국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밝힌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공급 세대수가 증가하면 그에 따른 기반시설 부족 문제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은 말 그대로 ‘표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가락시영 종 상향 재도전, 이번엔 이뤄질까
조합, 종상향 당위성 피력…서울시 주장 ‘반박’
“타단지와 상황 달라 형평성 문제 제기 안될것”

 
지난달 ‘종 상향’ 무산 통보를 받은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종 상향 추진에 재시동을 걸었다. 조합은 관할 송파구청에 종 상향에 대한 당위성과 지난달 서울시가 내세웠던 반대 논거에 대한 반박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접수시켰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11일 송파구청에 재검토 의견을 접수시켰다”며 “다시 제출한 의견에 따라 구청과 서울시 간의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가락시영 조합은 지난달 서울시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가락시영은 타(他 )단지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게 없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이 내세운 반박 근거는 ▲과거 가락시영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다른 여건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부합하는데, 층수가 5층이라는 이유 때문에 ‘2종’으로 정해진 점 ▲당시 단서 조항으로 ‘향후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조정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던 점 ▲타 단지와 달리 자연보호 등과 관련하여 제한 조건을 둘 필요가 없다는 점 ▲타 단지에 비해 평균 대지지분율이 낮아 종 상향이 이뤄지더라도 특혜가 아니라는 점 등이다.
 
가락시영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K씨는 “가락시영은 과거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될 당시 역세권, 도로, 층수, 주변 여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면서 “가락시영 부지는 역세권인 데다 인근에 50m 도로가 접해 있으며 주변 여건도 가락시장 등 상권이 형성돼 있어 대부분의 조건이 (3종에) 부합했으나 층수가 5층이라는 점 때문에 2종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K씨는 종 상향 방법에 대해서도 조합 측과 맥락을 같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제8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가락시영 부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하되 향후 지구단위계획 등의 수립 시 검토하여 조정한다’는 단서가 달렸기 때문에 이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종 상향을 원하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조합 관계자는 “개포지구, 둔촌주공 등은 그린벨트가 인접해 있어 여러 가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가락시영은 그런 게 없어 종 상향으로 허용하더라도 주변 자연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2008년 4월 사업시행인가 당시 받은 용적률이 265.14%인데 지금 상황에서 250% 넘어가는 곳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뿐”이라며 이 역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법정상한용적률(250%)을 넘게 적용한 곳은 가락시영이 유일하며, 이는 이 당시 사실상 가락시영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서의 지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조합 측은 다른 단지에 비해 평균 대지지분율이 낮다는 점도 종 상향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대지지분율이 72.63%, 고덕시영이 76.32%, 둔촌주공이 78.05%인데 비해 우리 가락시영은 58.61%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종 상향으로 사업성이 제고되더라도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 상향’이 당국의 정책과도 부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 임대주택을 1506가구 공급키로 했는데 제2종 일반주거지역하에서는 이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
하지만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될 경우 1400가구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 돼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서울시와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김범옥 조합장은 “우리 조합의 종 상향이 ‘선례’가 될 경우 그 파급효과에 대한 당국의 고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종 상향 혜택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임대주택을 원하는 많은 이들과 종 상향을 추진 중인 타 단지들에까지 돌아가기 때문에 관련 지침 등에 부합할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게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단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