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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건축 허용연한 ‘40년’ 유지: 80년대 중ㆍ후반 건립단지 사업 제동; 2011.03.22 14:01 입력 | 2011.03.22 14:12 수정

강북ㆍ목동 반발…리모델링 대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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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재건축 허용 연한 유지 방침에 따라 양천구 목동신시기지6단지의 재건축도 당분간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지난 1986년 11월에 입주가 이뤄졌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최장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한 서울시 재건축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서울시는 시(市) 산하 ‘공동주택 재건축 정책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검토 끝에 현행 재건축 허용 연한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허용 연한을 줄여 조기 추진을 원했던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상계동 ▲도봉구 창동 ▲양천구 목동 등에 산재해 있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은 사업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재건축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해당 지역 아파트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반발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최대 30년으로 10년 줄이자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자 지난해 4월 자문위를 출범시켰다. 서울시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노원구 주민들이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 연한을 단축해 달라고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자문위는 지난 1986~1991년 사이에 준공돼 재건축 허용 연한에 미달한 42개 단지 중 상태가 열악한 11개 단지를 선정해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11개 단지는 ▲구로구 2곳 ▲노원구 3곳 ▲도봉구 3곳 ▲서초구 1곳 ▲송파구 1곳 ▲양천구 1곳 등이다.
 
그 결과 11개 단지 모두 재건축이 불필요한 ‘C등급’ 이상으로 나타났다. C등급은 ‘안전상 문제가 없고 부분적 보수ㆍ교체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하성규 자문위원장(중앙대 도시ㆍ지역계획학과 교수)은 “조사 대상 11곳은 모두 재건축이 시급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판명됐다”며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에 대한 유지ㆍ관리를 보강할 필요는 있지만 재건축 허용 연한을 앞당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최장 40년 지나야 가능=서울시는 무분별한 재건축 행위를 막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지난 2003년 12월 도시정비조례를 개정, 재건축 허용 연한을 최장 40년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981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20년 ▲1982~1990년 준공된 아파트는 22~38년 ▲1991년 이후 준공 아파트는 40년 등으로 기준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문위가 재건축 허용 연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일부 유지ㆍ관리 방안을 보완하는 선에서 현행 기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민 반발…거래 위축 우려=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를 적극 요구해 온 자치구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노원구 관계자는 “주택 200만 호 건설 시절에 마구잡이로 아파트가 들어선 터라 구민들은 재건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단 자문위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서울시 입장도 들어본 뒤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 시 조기 추진이 가능했던 아파트 단지들의 주민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일대 미도ㆍ선경ㆍ한보 등 10~12층 위주로 구성된 18개 중층 아파트 단지와 2만6000여 가구에 달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노원구 상계동 일대 주공아파트촌 4만여 가구 등은 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 시 최대 수혜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이번 결정은 지난달 서울시가 내린 강남구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의 심의 보류 판정과 맞물려 재건축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 한 주 동안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19주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간격으로 터진 악재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목동 신시가지가 위치해 있는 양천구는 -0.15%를 기록해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송파구와 강동구 역시 각각 -0.12%와 -0.10%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노원구(+0.08%)는 상승세를 유지했는데 이는 앞선 지역에 비해 노원구에 재건축 단지가 적은 데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과 시장의 관심도가 낮은 탓에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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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반사이익 얻나?
서울 지역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추진에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이들이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리모델링’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오랫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그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긴 상태”라며 “그런 와중에 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져 지금 당장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은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기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180여 개 단지 12만9000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그동안 규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 실적은 미미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 재건축 허용 연한 유지 조치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서울시 자문위가 ‘허용 연한 40년 유지’ 발표를 한 지난 8일 민주당 전ㆍ월세대책특별위원회는 ‘리모델링 활성화 촉진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모색했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주택법 개정을 통한 주민 부담 경감이다. 개정안은 현행법이 규정한 증축 범위 ‘전용면적의 30% 이내’를 ‘국민주택 규모 이하에 한해 50% 이내로 완화하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한다.
 
또 리모델링으로 늘어난 면적의 1/3 범위 안에서 일반분양을 허용하고 일반분양분의 30% 이내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전ㆍ월세 특위는 이를 통해 무분별한 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주택 멸실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임대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측 움직임은 지난 10일 당 정책위원회가 리모델링 총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키로 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총량제’는 조합원 간 협의를 통해 전용면적의 30%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증축을 하고 그 중 일부를 일반분양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에는 ‘리모델링은 사용승인일부터 15년이 경과된 공동주택을 총량의 3/10 이내의 증가분 범위 내에서 증축하는 행위’라며 ‘리모델링 조합은 총량 중 리모델링으로 인해 순수하게 증가한 면적의 1/3 범위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분양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총량제 도입에는 찬성하면서도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日本대지진, 규제완화 변수 떠올라=한편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변수’로 등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내진 설계가 취약해 향후 우리나라에 이번 일본에서와 같은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건물 붕괴 등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건축 허용 연한을 채우지 못한 단지에서 내진 설계를 이유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허용 연한을 단축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이르면 다음 달 오봉수 의원 등이 제출한 ‘도시ㆍ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도시관리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개정안은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의 재건축 허용 연한을 10년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가 가능한지 검토해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 기준은 지난 1988년 2월 ‘6층 이상, 총면적 10만 ㎡ 이상의 일반 건축물’에 처음 도입된 이후 1995년 12월에는 ‘일반 건축물 6층 이상(아파트 5층 이상) 총면적 1만 ㎡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1995년 이후 설계된 국내 아파트들은 15층 기준으로 규모 6.5에 해당하는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건축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의 내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들 건축물은 구체적인 내진 설계 기준이 없이 지어져 내진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1990년대에 준공된 경기도 일산, 분당,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와 그 이전에 입주한 아파트의 경우 안전성이 극히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의 경우 내진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데다 단기간에 많은 아파트를 짓다 보니 골재가 부족해 바닷모래를 사용해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노후 아파트에 대해서는 재건축ㆍ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해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