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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계약체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책임 범위: 2011.08.03 10:34 입력 | 2011.08.03 20:06 수정

조창혁 변호사 hilaw74@hanmail.net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align=left src="/PEG/13123351740537.jpg">1. 들어가며
건설공사를 발주하고자 하는 발주자(도급인)가 경쟁입찰을 통해서 당해 공사의 수주자(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 입찰자들의 자격 및 그들이 제시한 입찰 조건을 검토해 그 중 1인을 낙찰자로 결정한 이상 발주자는 당해 낙찰자와 본계약을 체결해야만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만약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마땅히 그 낙찰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인정되는 손해배상의 범위가 ‘이행이익’에까지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신뢰이익’에 한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실무상 다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이하에서는 그 다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후 이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2.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개념
『이행이익』이란 ‘계약 또는 급부가 이행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한다. 예컨대 목적물의 시가, 사용이익, 전매차익 등이 이행이익이다.
이에 비해 『신뢰이익』이란 ‘계약 또는 급부가 이행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입은 손해’를 말한다. 
 
신뢰이익의 범위에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또는 그 체결을 준비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 포함된다. 예컨대 운송 수단의 준비를 위한 비용, 감정비용, 견적서 작성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민법상 신뢰이익은 원시적 불능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535조).

 
3. 낙찰을 파기한 발주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한 견해 대립
가. 이행이익배상설
발주자의 「낙찰자 선정」에 의해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발주자가 낙찰을 파기한 경우에는 마땅히 “이행이익” 배상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한편 발주자의 「낙찰자 선정」에 의해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것에 의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예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경우 발주자가 위와 같은 예약을 위반함으로 인해 낙찰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는 “이행이익”의 배상에까지 미친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러한 견해는 결론적으로는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과 동일한 효력(파기시 이행이익 배상책임을 지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2011. 4. 7. 선고 2010나63364 판결은 위와 같은 견해를 전제로 한 판단으로 보인다.
 
나. 신뢰이익배상설
도급인과 수급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및 손해배상책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계약이 결코 체결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고, 결국 이 경우에는 민법 제535조를 유추 적용하여 “신뢰이익”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이다.

 
4. 필자의 소견 (신뢰이익배상설)
일단, “도급 공사에 대한 예약 파기(도급본계약 체결의무 불이행) → 이행이익 배상 의무 발생”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법원이 직접 판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바 앞서 언급한 서울고등법원 2011. 4. 7. 선고 2010나63364 판결의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이에 대해 초석이 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필자가 생각컨데 문제가 되는 위 사안의 경우는 공사(도급)대가가 거액인 데다 그 공사 기간 역시 장기간인 대규모 공사에 대한 것이므로 발주자의 책임 범위를 판단하기에 앞서 위와 같은 대규모 도급 공사 계약의 체결 관행 및 그로 인한 경제적 이해의 귀속 관계 역시 반드시 참작되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계약의 체결이 당사자의 의무인 경우에 그 의무자가 계약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이행이익의 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99다7183)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계속적 거래계약에서 기본 계약 외에 개개의 매매에 관한 별개의 개별 계약의 체결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오히려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호 판결은 “공사 금액이 수백억이고 공사 기간도 14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건설하도급 공사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 합의에 구속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하도급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교섭 당사자가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 보증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하도급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기도 하다)
 
일단 문제가 되는 케이스의 경우 비록 “입찰 절차→낙찰자 결정”이라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계약 상대방 및 공사 금액의 개산액이 정하여진 것은 사실이나, 도급인과 수급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및 손해배상책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 계약이 결코 체결되지는 아니하였음이 명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사 계약 체결 이전 단계” 또는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단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또한 민법 제673조가 손해배상(이행이익배상)을 전제로 한 도급인의 계약해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명시적으로 “공사 계약 체결 이후 단계”에 대한 것인 바 이와 달리 “공사 계약 체결 이전의 교섭 단계”에 있음이 명백한 위 케이스의 경우 당연히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당해 교섭 단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발주자의 권리 역시 보다 폭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민법 제565조 제1항에 의하면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바, 이처럼 매매의 경우에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도 그 이행 전에는 상대방의 귀책 유무에 관계없이 해약금만을 교부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케이스의 경우처럼 그 이행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도급 공사 계약과 관련하여 그 계약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이행의 착수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발주자 측이 그 교섭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행이익의 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구체적 매매계약이 성립된 이후에 계약을 파기하는 위의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그 손해의 범위가 너무나 과다하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이행이익배상설에 따를 경우 낙찰이 결정된 이후에 ①발주자가 본계약 체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져야 하는 책임과 ②낙찰자가 본계약 체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져야 하는 책임의 크기가 너무나도 형평에 맞지 않게 되는 결론이 초래되는 것으로도 보인다.
 
즉 이행이익배상설에 따르면, 위 ①의 경우 교섭파기자인 발주자는 ‘공사가 완전히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낙찰자가 취득하게 될 이익 전부(본건에서 10억 원이 넘는 거액)’를 낙찰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반면 위 ②의 경우 교섭 파기자인 낙찰자는 낙찰을 취소당하는 불이익만을 입으면 되는 것인 바 이는 형평에 맞지 않음이 명백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낙찰을 파기한 발주자의 행위는 본계약체결을 확약하거나 보증한 이후에 본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행위와 같고, 결국 위 케이스에 있어서는 “계약 체결상의 과실 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535조를 유추 적용하여 신뢰이익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위 케이스와 같은 사안에서 낙찰을 취소한 발주자 측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를 “이행이익”으로 까지 확장하여 인정한다면 낙찰자의 입장에서는 낙찰이 취소되는 순간 어떠한 노력도 들이지 않고 거액의 이익을 취하게 되는 바 이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매매계약 등과 같이 양 당사자의 의무이행이 비교적 1회적인 여타의 계약과 비교할 때) 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의무가 방대하고 그 이행 기간 역시 장기간일 수밖에 없는 대규모 공사 도급 계약에 대해서는 옳지 못한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신뢰이익배상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