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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청구권 행사와 조합설립의 하자: 2010.09.08 16:53 입력

도시재생신문

1. 개론
앞서 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서 매도청구는 조합설립 후, 즉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조합설립등기를 한 후 즉시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행사하여야 함을 살펴본 바 있다.
 
이하에서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그 상대방이 조합설립 동의의 하자를 이유로 매도청구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즉 조합설립동의의 유효성이 매도청구권행사의 요건인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2.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의 주택재건축은 (구)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이라 함)에 의해 의율되었고, 매도청구권행사의 요건 등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함)의 규정에 의하였다.
 
집합건물법 제47조에서는 재건축결의에 관하여 ①새 건물의 설계 개요, ②건물의 철거 및 새 건물의 건축에 드는 비용을 개략적으로 산정한 금액, ③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 ④새 건물의 구분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법 제47조 제3항)을 재건축결의 사항으로 정하고, 위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과 구분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은 각 구분소유자 사이에 형평이 유지되도록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법 제47조 제4항), 위 재건축결의는 구분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및 의결권의 5분이 4 이상이 결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법 제47조 제2항).
 
이러한 재건축결의가 있은 후에 주촉법에 따라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재건축결의 불참자에 대하여 집합건물법 제48조에서 정하는 절차를 거쳐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였다.
 
따라서 도정법시행 이전의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재건축결의는 매도청구권 행사의 요건이었고, 따라서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의 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여야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만일 유효한 재건축결의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4다44537,44544,44551 판결 등).
 

3. 도시정비법 시행 후
가. 문제의 제기
도시정비법에 따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는 사업시행자는 조합 설립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 자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하여는 집합건물법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의 동의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39조).
여기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시행자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매도청구의 상대방이 조합설립동의의 하자를 이유로 매도청구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가의 여부가 문제된다. 
 

나. 제도의 차이
(1) 종래 도정법 이전의 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서는 집합건물법 제47조에 의한 재건축결의가 있으면, 재건축의 결의에 찬성한 각 구분소유자, 재건축의 결의내용에 따른 재건축에 참가할 뜻을 회답한 각 구분소유자또는 이들 전원의 합의에 의하여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을 매수하도록 지정된 자("매수지정자", 통상 주촉법에 의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의 경우 그 규약에서 "매수지정자"로 정하여져 있음)가 재건축결의 불참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나(집합건물법 제48조), 도정법 하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사업시행자인 정비사업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와 등기에 의해 설립되는 것이고, 이와같이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2) (구)주촉법상의 재건축조합설립인가는 기본행위인 조합설립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보충행위에 지나지 아니하나, 도정법상의 조합설립인가는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구)주촉법에 의한 관할시장 등의 재건축조합설립인가는 불량·노후한 주택의 소유자들이 재건축을 위하여 한 재건축조합설립행위를 보충하여 그 법률상 효력을 완성시키는 보충행위일 뿐이므로 그 기본되는 조합설립행위에 하자가 있을 때에는 그에 대한 인가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행위인 조합설립이 유효한 것으로 될 수 없고, 따라서 그 기본행위는 적법유효하나 보충행위인 인가처분에만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인가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이지만 기본행위인 조합설립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민사쟁송으로써 따로 그 기본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본행위의 불성립 또는 무효를 내세워 바로 그에 대한 감독청의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소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1854 판결).
 
반면에, 도정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설립된 재건축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고, 일단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있은 경우 조합설립결의는 위 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있은 이후에는 조합설립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조합설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항고소송의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는 별도로 조합설립결의만을 대상으로 그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10.15. 선고 2009다30427 판결)
 
즉, 종래의 재건축조합은 조합설립인가가 있다 하더라도 재건축결의 등 조합설립행위 자체의 유무효의 확인을 별도의 민사사송으로 다툴 수 있었으나, 도정법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은 조합설립동의의 하자 등 조합설립행위 자체의 유무효를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없고,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만을 구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다. 결 론
위에서 본 차이점, 즉 도정법에 따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와 등기에 의해 설립되고, 조합 설립에 대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이하 ‘조합설립결의’라 한다)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므로, 조합설립동의의 하자 등 조합설립행위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없고, 오로지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만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의하여야 하는 바, 결국 행정소송의 공정력으로 인하여 조합설립행위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로 되지 않는 한 정비사업조합은 여전히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따라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 등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소송절차에서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 등이 조합설립결의에서 정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이 구체성을 결여하여 위법하다는 점을 근거로 매도청구권 행사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사정으로 조합설립결의가 효력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그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되었거나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임을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4.8. 선고 2009다10881 판결).
 
결국 (구)주촉법상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매도청구의 상대방은 재건축결의의 하자를 들어 매도청구가 부적법함을 항변할 수 있었으나, 도정법상 재건축사업에 있어서는 종래 재건축결의에 해당하는 조합설립동의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하자의 존재만으로는 매도청구의 부적법을 항변할 수 없고, 매도청구소송의 사실심변론 종결 전까지 조합설립인가처분취소판결을 확정받거나 또는 당해 매도청구소송에 있어서 매도청구의 적법성에 대한 선결문제로 그러한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함을 입증하여야만 매도청구를 저지할 수 있게 된다.
 
선병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