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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숙 교수의 한국문화 산책: 한국의 멋과 정신-한복; 2010.06.09 08:49 입력

안혜숙 교수(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입고 있는 것만으로 따로 자료를 준비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의 정신과 멋이 읽혀지기 때문에 강의를 하거나 교육에 관련된 일은 물론이고 국내외 모임이나 행사에 한복을 즐겨 입는다. 한편으론 내 자신이 한복의 매력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집안에 좋은 행사가 있으셨나요?” “한복 입은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세요?” “한복을 입어보고 싶은데 불편할 것 같아 엄두를 못내요.” 
한복을 입고 나서면 어디서나 듣는 인사말이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우리 옷에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자리나 모임 때 한복을 입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잘 갖추어 입고 참석하면 어느 자리에서건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고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최고의 코디이다. 
외국손님 접대의 경우 두루마기까지 잘 갖춰 입어보기를, 남편과의 중요한 모임에 동행할 경우 우아하고 단아함으로, 연말연시의 인사나 행사 때 밝고 정중함으로 우리의 멋을 느껴보길 권해본다.
 
요즈음 역사극이나 영화에서의 한복도 시대나 신분, 지역 등에 따라 잘 고증되어 나타나고 있다. 황제나 왕의 흉배는 원형으로 오조룡(발톱이 다섯 개인 용)을 금사로 수놓았고 황후나 왕비는 홍색 황색 두록색(녹색) 자색 원삼이나 당의를 금실을 넣어 짠 직물이나 금박, 은박을 찍어 지어 입었다. 
 
영의정 좌의정 등 당상관 관복의 흉배에는 방형(사각)으로 문관은 쌍학, 무관은 쌍호(호랑이) 수를 놓았으며, 당하관의 흉배에는 단학이나 단호이다.
남자한복의 경우 저고리는 길이의 변화가 거의 없었고 1920년 대 지금의 런닝셔츠가 들어와 속적삼을 대신하여 자리바꿈을 하였다.
 
두루마기는 1738년 백의금지령(영조14년) 이후 중의가 좁은 소매로 변한 것이며 고종의 복식개혁을 계기로 갑신정변이후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게 되었다. 
 
남자는 사계절 모두 의례 때나 손님을 맞이할 때 집안 밖에서 두루마기를 꼭 갖추어 입는 것이 필수이다.
 
여자한복의 경우는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는 혼인 전까지 처녀들의 옷으로 오행상생의 의미를 살펴보면 청색은 붉은색을 살려주고(生) 붉은색은 노랑을 노랑은 흰색을 흰색은 검정을 살려준다는 이치에 따른 것이다. 발끝에서 머리에 이르기까지 서로 북돋아주는 색의 배합으로 활짝 피어오르는 밝고 건강함이 담겨있다. 단오 날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그네를 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이몽룡의 눈에 비친 춘향이가 상상 되어지는 대목이다.
 
혼인한 여성의 경우 남색치마에 옥색 저고리, 자주 깃과 고름에 남색끝동이 기본 복색이다. 남색치마는 혼인했음을 나타내고 자주고름은 남편이 있음을, 남색 끝동은 아들이 있다는 것을 색으로 나타냈다. 말하고 묻지 않아도 상대가 알 수 있도록 배려한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다. 열녀를 지향했던 유교문화의 조선시대 부녀자들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자주고름을 잘라 함께 묻어 절개를 약속했다고 한다. 
 
여자의 저고리 길이는 고구려시대 허리를 묶었던 것이 고려시대에 길이가 짧아지고 허리끈이 없어진다. 조선 초기 허리정도이던 저고리의 길이가 중기를 지나 말기에 이르러서 1900년경 가장 짧아져 소매넓이와 저고리의 길이가 같을 정도였다.
 
그 이후부터 다시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해서 1940년대 배꼽을 덮을 정도가 되었고 다시 짧아져서 1950년 이후 가슴정도의 높이로 올라가고 고름과 브로치를 혼용하였다. 현대에 이르러 저고리의 기장은 입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향하게 선택되어지고 있다. 
 
두루마기는 조선시대 갑오경장 이후 여성들의 외부 활동이 허용되면서 입게 되었는데 여성의 경우 의례와 관계없이 방한용으로 입혀졌다. 요즈음 들어 당의와 함께 계절에 맞는 옷감으로 입혀지고 있다. 
 
여름에는 모시, 봄가을에는 紗(사), 겨울에는 緞(단)과 누비로 계절에 따라 직조와 바느질의 기법을 달리해서 보온과 통풍을 조절하였고, 여러 가지 색의 배색으로 단조로움을 배재하고, 남자는 머리에 쓰는 관으로 여자는 깃과 고름 소매끝동의 색으로 꾸밈과 동시에 신분을 나타내며, 장신구로 마무리되어지는 우아함은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단연 뛰어남에는 틀림없다.
 
요즈음 국내는 물론 외국 나가보면 한복에 대한 시선이 매우 긍정적이다. 1990년대 초반에 나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 미국이나 유럽, 중동지역까지도 우리의 한복연구자의 활동이 활발히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옷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캐나다에서 전통혼례를 시연회장에서 보여준 궁중 복식인 혼례복의 화려함과 기품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외국인들의 감탄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 일본에서 황금색 두루마기를 입고 유적지를 돌아보고 있는데 일본사람 여러 명이 다가와 색감이나 모양에 큰 관심을 보이며 한복에 대해 아름답고 우아함을 극찬하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영상에서 보았던 반가움과 호기심의 표현일 것이다. 
 
몇 주 전 중국에 갔을 때에도 역시 쇼핑센터, 관광지, 식당 등에서 입고 있는 한복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유심히 보고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가까이 다가오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근래에 중국인들은 그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를 받거나 참가하는 한국인들에게 되도록 한복을 입고 참석해 주기를 바라는 주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가 한류, 한 스타일등의 이름으로 세계로 나아가 빠른 속도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현실이다. 직물고유의 직조나 문양 등의 디테일한 요소와 장신구 등을 근간으로 전통성과 현대성 편리성을 갖춘 한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시대의 몫이다.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 그 멋과 정신을 바르게 알아가고 습득하여 우리문화를 우리의 자손에게 제대로 전해주려는 마음가짐이 곧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