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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숙 교수의 아름다운 우리문화②: 돌; 2010.06.28 13:57 입력 | 2010.06.28 13:58 수정

안혜숙 교수(건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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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이다. 초도일(初度日)·수일·주일(周日)·주년(周年)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아기의 생일 또는 첫돌·두 돌· 세돌 등 아기의 나이를 셈하는 말로도 쓰인다. 원래 돌이란 말은 주(周)·회(回) 등과 같은 뜻으로 1년의 기간을 단위로 반복되는 경우에 사용된다. 옛날에는 질병이 많고 유아의 사망률도 높았기 때문에 아기가 돌을 맞는다는 것은 성장의 초기과정에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의미를 지니며, 이를 축하하는 것이 관습으로 이어져 왔다.
돌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왕조실록에 정조15년에 원자의 돌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날은 자궁의 탄신일이며 원자의 돌이었다. 집복헌(集福軒)에 갖가지 놀이감을 담은 소반을 차려놓았다. 원자는 사유화양건(四斿華陽巾)을 쓰고 자주색 비단 겹저고리를 입었는데 앉은 모습이 의젓하였다. 먼저 채색 실을 집고 다음으로는 화살과 악기를 집었다. 곧 각신과 승지들에게 들어와서 보라고 명하였다. 종실·대신·제신(諸臣)과 대궐에서 수직하는 낭관, 장수·호위 군사 및 서리·하인, 군졸과 큰 길거리에 사는 백성들에게까지 떡을 내렸다.”(조선왕조실록 정조 32권,15년 1791 신해 6월 18일) 
원자의 돌 복 차림과 돌잡이 과정 그리고 궁궐과 관원 사대부를 비롯해서 궁 밖의 서민들까지 떡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 (芝峯類說)』 인사부(人事部) 생산편(生産篇)에 중국의 인시가훈(顔氏家訓)을 인용하여 한국의 돌잔치 풍습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밖에도 동경몽화록(맹원로1147년),합벽사류, 사원(육이규, 방의 외1915년) 등에 돌을 뜻하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풍습이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돌날의 전통적 의식과 행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아기의 장수복록(長壽福祿)을 축원하는 치성을 드린다. 
② 아기를 위한 돌 옷을 만들어 성장(盛裝)시킨다. 
③ 돌상을 차려 돌잡이를 한다. 
④ 돌 음식을 만들어 친척과 이웃에 나누어 주고, 돌 음식을 받으면 그 아기의 복록(福祿)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의 인사와 선물로 답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늘날에는 서양의 문화의 유입과 현대적 사고, 질 높은 의료혜택 등으로 인해 돌에 관한 풍속 중에서 과거와 같은 주술적·무속적인 면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돌은 아이를 중심으로 이루지는 잔치이다. 이때쯤이면 아이는 걷기시작 할 때여서 돌상은 모가 나지 않은 둥근 상으로 변죽이 다른 소반보다 높은 것을 준비한다. 상차림도 아이의 높이에 맞추어 떡과 과일은 괴지 않고 수북이 담아내고 그릇은 목기와 같이 깨지지 않은 그릇을 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상의 변죽이 높으므로 아기가 붙들고 걷기에도 도움이 되고 돌 상위에 물건을 가지고 놀아도 쉽게 바닥으로 흩어지지 않는다. 돌상은 붉은 보를 덮기도 하며 그 위에 돌과 싸래기, 뉘를 골라낸 깨끗한 쌀을 펴놓고 음식을 올려놓는다. 이러한 모든 것은 정성과 기원을 바탕으로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
상차림 음식종류를 보면 국수는 수명장수를 바라는 의미였으며, 삶아서 사리를 탕기에 담아 고명으로 얹기도 하고 데친 미나리를 묶어 놓기도 한다. 생 미나리를 잎과 뿌리를 자르고 붉은 실로 묶어 올려놓기도 하였다.
떡은 주로 백설기(흰무리), 콩설기, 오색설기와 수수경단(붉은 팥고물을 묻힌 것), 송편, 인절미인데 이 중에서 백설기와 붉은 팥고물을 묻힌 수수경단은 반드시 해주는 것이었다. 수수경단은 덕을 쌓으라는 뜻도 있으나 귀신이 붉은 색을 싫어한 다는 척사의 뜻에서 붉은 떡을 해 줌으로써 사귀(邪鬼)의 출입을 막아 병이 없고 액(厄)을 면케 하려는 토속적 믿음도 담고 있다. 이 수수경단은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생일날 해준다고 한다. 오색송편은 정성껏 빚어서 곱게 크고 속이 차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추는 대를 잇기를 희망하고 또한 붉은색이 악귀를 물리치는 뜻을 담고 있다. 과일은 제 철에 나는 과일들을 한 그릇에 담아 놓았다.
돌잡이를 하기 위해 남아는 동쪽으로 뻗은 앵두나무가지로 만든 활과 6개의 화살을 만들어 오색으로 감아 꾸며 주었고 여아의 경우는 자를 놓는다. 간지에 한글. 천자문 혹은 동몽선습. 사자소학이나 여러 어른들의 글씨나 그림 또는 덕담을 받아서 책을 엮어 주면 이것은 후에 아기에게 좋은 교본이 되었다. 책․붓․먹․벼루․쌀․무명실․색실․자(여아)․활(남아) 등을 놓는다. 붓, 연필 등은 색종이로 싸서 눈에 잘 띄도록 하였다. 돈은 아기가 해가 바뀌어 두 살이 되었으므로 붉은 실에 엽전을 두 묶음으로 꿰어 하나로 묶어 놓았다. 
남자아이 돌 복은 보라색 풍차바지, 옥색 저고리에 남색 돌띠를 두르고 색동마고자를 입힌다. 오방색 두루마기를 그 위에 남색 전복을 입히고, 복건을 씌운다. 또는 사규삼을 입히고 호건을 씌우기도 하는데, 호건은 호랑이 얼굴을 수놓아 용감하고 건강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어린 이들의 고유한 의복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여자아이 돌 복은 뒤가 트인 분홍색 풍차 바지위에 노랑색 속치마를 입히고 색동저고리와 홍색치마나 진분홍치마에 타래버선을 신긴다. 또한 가리마를 타고, 바둑판 모양으로 종종 머리를 땋아 굴레나 조바위를 씌우고 색동저고리를 입힌다. 당의나 오방장두루마기를 입히기도 한다.
외국에서 돌을 맞은 아이에게 돌복을 선물로 보내주었었는데 몇 년 뒤 작아진 돌 복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았더니 휼륭한 장식이 되었다며 고밉다는 아이엄마의 소식을 들었다. 외국친구들이 보고는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는 말에 나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돌잡이는 돌잔치의 가장 흥미 있는 절차이다. 
돌상 앞에 앉히기 전에 아이의 할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화살에 붉은 팥 고명한 수수경단을 끼워 천지사방(天地四方)으로 쏘아 신에게 고하였다. 무명필 위에 아이를 앉히고 돌상 위의 물건을 잡게 하여, 수명장수와 다복(多福) 다재(多才)하기를 비는 것이다. 아기가 돌상 주위를 돌면서 물건을 집게 하는데 가장 먼저 집는 것의 뜻을 해석하여 장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점치고 축복 해주는 뜻이 있다. 아기가 집는 물건이 쌀․돈일 때는 부자가 될 것이고, 국 수․무명실 등은 장수할 것이며, 대추는 자손이 번창 할 것을, 책․붓․먹 등은 학문이 나 문장에 뛰어난 사람이 된다는 해석을 붙이고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의 손주 돌잔치 초대를 받아 가보았는데 제법 규모가 큰 뷔페식당에 오색 풍선과 여러 가지 모형음식으로 차려진 큰상을 앞에서 돌을 맞은 아이와 부모가 고운 옷을 입고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춤을 추고 노래도하며 젊은 엄마 아빠의 소망을 묻고 답하는 장면을 보았다. 아이가 중심이던 전통사회의 돌잔치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돌잡이에 놓는 것도 청진기, 마이크, 골프공, 마우스 등 현대생활에 맞추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돌은 전통사회의 담긴 정성과 기원을 근간으로 하여 현대에 맞게 지켜나갈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풍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