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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 제48조제5항제2호 도입의 딜레마: 2010.02.25 11:23 입력

김용석 편집위원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서 있는 위치에 따라 투영되는 사물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정 반대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한 서로의 입장을 절충해 합일점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 정치가 세종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2009년 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퇴시킨 용산참사는 세입자와 조합의 이해관계가 격렬히 대립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세입자와 조합원. 조합원이라고 항상 세입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이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세입자의 권리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는 이래저래 무거운 짐이 계속 얹혀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또한 2009.11.28.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시정비법 제48조 제5항 제2호는 세입자를 둔 조합원과 세입자가 없는 조합원 사이에 이미 격렬히 대립하고 있거나 조만간 격렬한 대립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제48조】제5항 제2호 : 「제1항 제4호에 따라 조합원의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 산정 시 조합원이 둔 세입자로 인하여 손실보상이 필요한 경우 조합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조합원이 둔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액을 뺀 나머지 가격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의 조항입니다.
위 조항의 내용은 나름대로 상당한 합리적입니다. 세입자를 둔 조합원의 손실보상액을 세입자를 두지 않은 조합원들까지 공동으로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부합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위 내용을 정관에 담아 조합을 설립한다면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위 조항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이 조금은 해소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2009.11.28. 이전에 조합을 설립한 구역들에 있습니다. 아마 이러한 조합들은 위 조항을 정관에 반영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한 동안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는 며칠 전 서울소재 모 조합이 사업시행인가신청을 앞두고 소집한 총회에서 위 조항을 정관에 반영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조합원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을 힘들게 조정해가면서 회의를 진행한 일이 있습니다. 
위 조합 이사회는 세입자가 없는 다수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위 조항에 맞춰 정관변경(안)을 총회에 상정키로 결정하였는데, 총회소집공고가 나가자마자 세입자를 둔 조합원들과 세입자를 두지 않은 조합원 모두로부터 집행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세입자를 둔 조합원들은 조합집행부가 정관을 변경해서 자신들을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고, 세입자가 없는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정관변경에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조합은 이래저래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가급적 개인적 입장표명을 자제하면서 100% 조합원들의 뜻에 맡겨 정관변경 문제를 결정지으려는 자세를 견지하였습니다. 서면결의서에는 아예 인감도장을 날인 받고 인감증명서까지 첨부토록 해서 추후 법적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주력하였습니다.
총회가 시작되자 해당안건 심의순서에 이르기 전부터 세입자가 없는 조합원들이 어떻게든 정관변경(안)을 통과시키려고 참석조합원들의 변경안 찬성을 유도하는 발언을 해대는 통에 시끄러웠습니다. 그에 맞서 세입자가 있는 조합원들은 (조합원들끼리의 충돌은 자제하면서도) 타켓을 조합집행부에 맞춰 집행부가 정관변경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였습니다. 
표결결과 정관을 변경하는데 동의하는 조합원의 숫자가 57:43 비율로 많이 앞섰으나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정관변경(안)은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필자는 도시정비법 개정시 위 조문의 도입여부를 조합정관에 위임하지 않고 일정기간의 경과규정을 둔 상태에서 아예 강행규정으로 해 놓은 경우를 가정해봤습니다. 아마 그렇게 했더라면 최소한 조합원끼리의 심한 갈등만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위 정관변경은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전체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세입자가 많은 재개발사업장에서 전체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관을 변경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 조합이 그 좋은 예입니다. 결국 법률로 정하지 않고 정관에 위임해 놓은 것이 일선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강행규정으로 했을 경우의 부작용은? 
이것 또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자기 돈으로 내보낼 능력이 없는 조합원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설사 조합원에게 여유가 있어 세입자를 자기 돈으로 내보내려고 해도 어떻게든 버티려는 세입자와의 소송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위 조항의 도입으로 세입자 없는 조합원이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원칙에 맞고, 위장세입자가 거의 사라지는 등의 이점이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재원조달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정관으로 도입여부를 결정토록 규정한 것은 다소 무책임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전국의 재개발사업장에 도시정비법 제48조 제5항 제2호는 골칫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용석편집위원(<A href="http://blog.naver.com/jskys1112/40100113350">http://blog.naver.com/jskys1112/4010011335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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