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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非常)이 일상(日常)으로 존재하는 곳: 2009.09.28 05:24 입력 | 2009.10.06 03:23 수정

조문상(큐리하우징 전무이사)

<IMG src="/wysiwyg/PEG/W_1254083034.gif" width=192 height=271>  조문상 전무
 
비상(非常)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의 긴급한 사태, 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신속히 내려지는 명령으로 해석된다(네이버 사전)
그런데 재개발이라는 용어와 조직에 접목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시내의 수백곳에서 추진되고 시행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의 현장 상당수가 비상(非常)은 일상(日常)이 되고 만다. 왜 일까?
 
필자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이전의 이런바 컨설팅)계에 입문하고 나서 체험하고 업계의 이야기와 경험을 토대로 얻은 결론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상호 신뢰의 상실이다.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이웃사촌이라는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지만 10년 전만 해도 재개발사업현장의 통장(統長)정도만 되면 이웃집의 숟가락 개수까지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의 폭넓은 소통과 교류가 있었다.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이웃사촌 간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그래도 여기까지는 참는다). 
 
재개발추진위원회에서 조합창립총회로 사업이 진행할 때 쯤이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전된다. 수 십년간 호형호제하던 사이가 하루아침에 철천지원수가 되는 사이로 급반전된다. 
 
개개인의 권력욕(?)도 있겠지만 제3의 이익집단(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아도 이글을 읽는 분들은 짐작하시리라 믿는다)까지 끼어들어 평온한 동네가 진흙탕싸움으로 변한다. 입에 담지 못할 갖은 험담과 욕설, 인신공격 등 참으로 보기딱한 광경이 벌어진다. 덩달아 주민의 정서도 두갈래 세갈래로 갈라진다. 절차에 의한 선거를 치르고 나면 승자와 패자는 있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치열하게 경선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으면 당연히 후유증도 없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깨끗한 사업장도 있지만 결과에 불복하고, 갖은 트집을 잡으며 혼란스러운 장을 연출하는 사업장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승자는 당연히 선택받은 것을 내세우고, 패자는 승복하기보다는 승자의 비리와 부정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가지면서 포용과 화합은 남의나라 이야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 신뢰를 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둘째,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이다. 나의 인품은 지고지순하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웬지 부정부패를 저지를 인물이다는 의식이다. 재개발사업장의 집행부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은 저마다 청렴결백을 내세우고 조합원의 권익을 옹호하고 재산증식을 모토로 삼는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이 팽배하여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의식이 존재하는 이상 화합과 포용은 물 건너가고 사업의 발목을 잡는 비상대책위원회, 내 재산 지킴이, 주민권익위원회 등 각종 그럴듯한 이름의 단체가 자생(?)하기 시작한다.
 
셋째,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부화뇌동하여서는 아니된다. 아시다시피 수많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곳이 재개발현장이다. 정확한 사리판단을 각자가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확인이 불가능하면 관련 공공기관을 활용하면 정확한 내용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재개발사업장에서 흔히 들리는 이야기가 내재산 뺏어간다(내 집 뺏어간다)는 이야기다. 
 
아시다시피 재개발사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개발사업의 절차에 따라 개개인의 재산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관리처분이라는 절차에 따라 권리변환을 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조합원이 느끼는 재개발사업이란 싫던 좋던 내집이라는 현실을 두고 많은 부담금을 이기지못하고 정든 동네를 떠나야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초일류선진국이 되어 많은 복지예산을 가지고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문화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있으면 이러한 사회문제는 발생하지도 아니할 것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재개발사업의 주 대상지이다 보니 기존 조합원들의 재산가치 또한 상대적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 부인 못할 현실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개발사업장의 원주민 재정착률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거환경개선과 원주민 재정착률의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또 다른 측면에서의 정책수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인 것이다.
 
넷째, 결론은 소통이다. 진리는 항상 평범한 곳에 있습니다. 재개발사업의 성패는 사업기간의 단축에 있을 것입니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각종 소송이 난무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전체 조합원의 몫으로 귀결됩니다.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집행부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도 겸허히 받아들이는(충언은 역이이나 이어행이라는 말씀이 있는 것처럼)) 넓은 아량이 있어야 하고 집행부에 반하는 세칭“비상대책위원회”등도 맹목적인 반대보다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이 항상 열려있어야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장이 될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사라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전향적인 조합의 구성원들이 있을 때 모든 조합원들이 염원하는 성공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명심보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졸고(拙稿)를 마칠까 합니다.
 
정치나, 기업이나, 조합이나 기타 모든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문장이라 인용해 봅니다.
“疑人不用”하고 “用人勿疑”니라 (믿지못하면 맡기지 말고 일단 맡겼으면 끝까지 믿는다. 의심있는 사람은 쓰지를 말고 쓸사람이면 의심치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