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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국민행복기금이 신용사회 무너뜨리고 있다: 2013.03.12 15:29 입력 | 2013.03.12 22:35 수정

by 송윤창 rknews@daum.net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으로 6개월 이상의 연체자에 한해 원리금 일부를 줄여주기로 했다. 심지어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1, 2금융권은 물론이고, 대부업체에서 빌려 쓴 돈까지 탕감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 방지 명목으로 지난해 8월 말 이전까지로 대상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방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한국경제의 또 다른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백번 이해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는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가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 신용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버티면 된다는 생각 말이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2012년 8월까지로 연체시기를 제한했다고 하지만, 시기를 언제로 제한하든 간에 채무에 대한 계획도 없이 함부로 남의 돈을 빌려 쓴 사람들에게 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행위는 변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채무를 탕감시켜주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성실한 일반국민에게 전가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당연히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면서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채무자들이나, 당장 돈이 필요했지만 모진 고통을 감내하면서 주어진 예산 내에서 어렵게 가계를 꾸려 온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에게 이번 정부의 조치는 역차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가 탕감해 준 그 빚은 어렵지만 빚을 내지 않았거나 성실하게 이자를 갚아 온 국민에게 전가되게 된다.
 
금융질서가 무너질 우려도 있다. 이번 정부대책처럼 무조건 장기연체가 있다고 해서 지원해주면 누가 성실하게 빚을 갚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정부들이 추진했던 ‘농어촌 부채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실패한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이자가 아닌 원금을 탕감한다는 발상 자체도 잘못됐다. 그런 것이라면, 성실한 금융채무자의 이자도 함께 탕감해야 마땅하다.
 
그래도 정부가 이번 정책을 밀고나가야 한다면, 아주 정교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지원대상과 기준을 구체화하고, 연체기간에 따라 혜택을 차등화해야 한다. 또 채무자의 소득수준, 재산(주변인 포함), 이들의 과거 신용이용정보 등에 대한 통계 등 모든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이 신용사회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