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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Zoom In] 정부조직법 무산, ‘MB노이로제’ 때문이다: 2013.03.21 00:38 입력 | 2013.03.26 00:30 수정

by 송윤창(분쟁컨설팅연구소장) rknews@daum.net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146px; HEIGHT: 210px" align=left src="/PEG/13637938913418.jpg" width=221 height=275>3월 20일, 방송사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정부조직법 국회본회의 처리가 또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가동하며 쟁점으로 떠오른 지상파 허가권과 뉴미디어 관련 사전동의제 범위 등에 대해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접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오후 4시, 오후 6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열리지 못했다. 문방위 전체회의 이후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던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여·야는 당초 3월 임시국회를 오는 22일까지 실시키로 합의했다. 본회의 무산 뒤, 의례 여·야 양당 대변인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다. 한심하다.
 

■ 논란의 ‘SO’, 도대체 뭐 길래?
정부조직법 통과를 어렵게 만드는 유선방송사업자(SO)란 도대체 뭘까? SO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개별 PP와 계약을 맺고 이를 공급받아 각 가정에 중계하는 방송 플랫폼 사업자다. 가입자를 모집하고 시청료를 징수하는 ‘지역 케이블’이 이에 해당하며 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엔앰 등이 있다. 이 SO의 기능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 때문에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SO가 시청률과 직결되는 채널 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와 종편 등 의무전송 채널을 제외한 다른 채널은 SO가 PP와 협의해 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 SO는 방송법에 따라 채널구성표가 포함된 이용약관을 첨부해 방통위에 이용약관 변경에 대해 신고만 하면 된다. 
 
야당은 채널 배정권이 미래부로 넘어가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친정부 성향의 방송이 이른바 ‘황금 채널’인 1~30번에 배치되고, 그렇지 않은 방송들은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O와 관련한 정책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관할로 남겨놓고 야당의 견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방송 산업의 진흥을 위해 유료방송은 일괄적으로 미래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SO는 방송 프로그램 전달자일 뿐 방송의 공정성이나 독립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소셜 미디어들과 인터넷 언론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문제는 SO가 자체적으로 지역 뉴스를 제작, 방송하고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는 후보자 토론회, 대담, 연설방송 등을 내보낼 수 있어, 각종 선거에서 지역 여론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무자비할 정도의 방송장악으로 적잖이 민감해진 민주통합당 등 야당으로서는 충분히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MB노이로제’ 때문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 20일, 정부조직법 왜 무산됐나?
여야는 당초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17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및 관련 부수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뉴미디어 관련 사업 등을 허가·재허가하는 경우와 관련 법령의 제·개정 시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놓고 이견이 생겨 결국 무산됐다.
 
여당은 “합의문에 ‘변경 허가’가 제외돼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허가·재허가에는 당연히 ‘변경 허가’가 포함된 것”이라고 맞섰다. 변경 허가는 대표이사 교체 등 변경사항이 생긴 경우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신규 허가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지상파 방송의 허가권 문제도 쟁점이다. 여당은 지상파 방송의 허가추천권을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권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갖도록 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방송은 방통위가 모든 업무를 관장하도록 합의했었다는 게 야당 측 입장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부칙 등을 통해 방통위 추천권 강화를 명시하는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행선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민주통합당은 합의정신을 강조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합의문의 문구해석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문구를 기계적으로만 해석한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합의 때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이제 와 다른 말을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특히 1년에 1~2건에 불과한 ‘변경 허가’ 문제를 놓고 양측이 보이는 정치무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 문제는 ‘MB노이로제’, 반성해야
문제는 MB노이로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하게 추진된 방송장악이 이번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근원이다. 임기가 남은 KBS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고 무리하게 사장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혼란과, 김재철씨 문제로 불거진 MBC사태, YTN 등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은 군부정권보다 더 한 ‘방송장악’의 과정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방송사들의 방송행태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KBS·MBC 등 주요 방송사 내 PD·기자단체의 자체조사에서도 대선과 총선 등 선거방송이 불공정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가 제시됐다. 현재 민주통합당이나 야당 측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나치다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바로 ‘MB노이로제’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서 아직까지도 식물정부상황을 방치하는 것과 관련하여 여·야정치권은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대화를 통한 정치과정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나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마냥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야당도 문제다.
 
하지만 문제의 키는 힘을 가진 청와대와 여당에 있다. 현재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내용이 정당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5년간의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 폐해와 구 한나라당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의 심하달 정도의 ‘MB노이로제’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이 전제되는 것, 그것이 대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