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용산참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다?

용산참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다?: 2010.01.09 12:22 입력 | 2012.01.22 00:34 수정

<A name="[문서의 처음]"></A> 
용산참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는(死孔明走生仲達ㆍ사공명주생중달)’ 이상한(?) 이야기는 <삼국지>에 나오는 일화다. 신출귀몰한 전술과 대담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을 앞세워 국력의 열세를 극복했던 촉(蜀)나라의 공명(제갈량). 반면 위(魏)나라의 중달(사마의)은 공명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음에도 극도로 신중한 성격 탓에 그 앞에선 늘 ‘어린아이’로 비춰졌다. 
두 사람의 이런 관계는 공명이 죽은 다음으로까지 이어졌다. 북벌에 나선 공명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당시 하늘에선 큰 별 하나가 떨어졌고, 이를 본 중달은 곧장 촉나라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공명이 죽었다고 생각해 더 이상 자신을 막을 이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 하지만 생전에 이를 예견한 공명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목상(木像)을 만들게 했고, 촉군은 공명의 목상을 내세워 위군을 무찌를 수 있었다. 이때 중달은 목상이 진짜 공명인줄 알고 크게 놀라 달아났다. 그가 어찌나 놀랐던지 한참을 도망친 뒤에야 옆에 있던 부하에게 “내 목이 아직 붙어 있는가”라고 물었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새삼스럽게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세밑에 접한 뉴스 때문이다. 지난달(09년 12월) 30일, 1년 가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용산참사’ 보상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오는 9일 장례를 치르고, 장례비용과 유가족 위로금, 세입자 보상금 등을 용산4구역 조합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는 게 합의의 주된 내용이다. 이번 합의에 들어간 비용은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겐 유감스럽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로 사업 초기 푼돈만 받고 살아온 터전을 떠났던 ‘산’ 세입자들은 점거 농성을 벌여 1가구당 4억 원 이상 물려주고 ‘죽은’ 시위자들에게 진 셈이 됐다. 그야말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친 상황이 재연된 것. 
정부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난제를 하나 풀었다고 좋아할지 모른다. 유가족들도 이제껏 손에 쥐지 못했던 큰돈을 받게 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해당 조합도 합의로 들인 비용을 용적률 인센티브로 만회하니까 ‘상관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판 ‘사공명주생중달’은 앞으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불법 농성을 벌이던 시위자를 ‘희생자’로 둔갑시키고, 법과 원칙을 훼손시켰다. 앞으로 다른 정비사업장에서 용산4구역에서 벌어졌던 점거 농성과 같은 일이 우후죽순 생겨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사상자가 발생하면 ‘돈’으로 무마할 것인가. 새해맞이에 들떠 있던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