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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이 뭐길래?…10억 아파트 1억에 낙찰: 2012.02.05 12:53 입력 | 2012.02.05 18:50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유치권 때문에 10억 원에 분양됐던 아파트의 경매 최저가가 1억7000만 원까지 폭락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해당 물건은 공사 미수금으로 인해 신고된 유치권만 4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하락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S아파트 345세대 중 290세대가 오는 17일 최저가 1억7000만원에 경매된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월 처음 경매가 진행됐으나, 1년이 넘는 동안 불과 55세대만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최근 낙찰가격마저 반 토막이 나는 등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저가에도 불구하고 쉽게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9일 낙찰됐던 아파트의 낙찰가격은 4억8200만 원이었으나 지난달 17일에는 2억1800만 원에 낙찰돼 한 달 사이에 낙찰가만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대가 전용면적 188.97㎡(70평형) 이상인 대형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2007년 당시 10억4200만~11억9000만 원에 분양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낙찰된 55세대의 평균 가격은 2억6500만 원으로 분양가의 26.5%에 불과하다.
 
1/5로 낮아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쉽게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40여건에 이르는 유치권 신고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법정담보물권인 유치권은 별도의 재판이 없는 한 채권의 진위 여부나 정확한 금액을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공사관계자가 아니면 정확한 금액 파악이 어려운 유치권 인수부담을 감당할 만한 낙찰자가 없는 상황이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기존에 낙찰자 대부분도 유치권을 신고한 공사업체 관계자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지옥션에서 파악한 낙찰자 명단에는 특정업체와 개인이 각각 8건과 7건을 낙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실공사도 낙찰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빌트인 전자제품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내부 인테리어 마감이 소홀한 경우도 있고, 배수관 동파로 인한 누수사례가 법원의 감정결과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 신고 남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치권이 남발될 경우 투자자들이 입찰을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한 저가 낙찰과 경매기간 장기화로 채권자나 정당한 유치권 권리자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유치권 남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유치권이란?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의 점유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한 채권의 전부를 변제 받을 때까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하여 채무자의 변제를 심리적으로 강제하는 민법의 법정 담보물권이다.
 
쉽게 설명하면, 아파트 시행사가 공사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는 공사비(채권)를 변제 받을 때까지 해당 건물을 유치할 권리가 있게 된다. 유치권은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불해야만 소멸된다. 
 
문제는 해당 물건이 경매에 붙여지더라도 유치권의 사용이 정당한 경우에는, 낙찰자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만 낙찰물건을 인수 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경매권자는 입찰 전에 비용문제를 협의해야만 한다. 하지만, 유치권이 행사되는 경우 경매권자와 유치권자가 협의해야 할 비용이 단순하지 않다. 때문에 유치권이 행사되고 있는 물건의 경우 경매가 어렵다.
 
한편, 경매 물건에 유치권이 있는지 여부는 법원기록 확인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보통 경매가 진행되면 법원에서는 현황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점유관계를 파악하게 된다. 이 때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현황조사서에 나타나게 되고, 만약 현황조사서에 없더라도 후에 유치권자가 법원에 권리신고를 하면 매각물건명세서 등에 유치권자가 신고한 채권액 등을 표기하기 때문에 입찰자들이 알 수 있게 된다. 드물기는 하지만, 입찰기일 며칠 전이나 당일에 유치권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매각기일을 변경하거나 입찰법정에서 집행관이 고지하고 게시판에 공지하게 된다.
 
현장조사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는 방법도 중요하다. 유치권의 경우에 반드시 법원에 권리신고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현장을 방문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안내문이나 현수막 등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제 점유는 누가 하고 있는지를 조사해서 유치권이 성립하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주장하는 채권액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
 
유치권을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 유치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유치권이 성립하는지와 유치권이 성립한다면 얼마 정도의 채권액을 변제해 줘야 유치권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봐야 한다.
 
경매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치권은 대부분 허위인 경우가 많다. 유치권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유치권자는 실제 채권액 보다 과도하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윤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