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공동주택(아파트)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이 아파트가 재건축을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되어간다. 2010년 조합을 설립하고, 갖은 논란 끝에 시공자(대우건설·현대건설·롯데건설)를 선정했다.
당초 2016년 경이면 입주가 끝날 것으로 믿었던 재건축사업은, 2012년에 2종에서 3종으로의 종 상향 문제로 한차례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면서 늦춰졌다. 논란 끝에 일부 구역의 3종으로의 전환 등 정비계획의 부분변경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수립 및 이주·착공시기를 2016년 상반기로 공표했다. 이는 현 최찬성 둔촌주공재건축조합장의 연임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당초 조합이 약속한 이주기한인 2015년도 중반의 끝을 향해가고 있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수립은 고사하고 아직 사업시행계획도 제대로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부실 건축계획 수립과 사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갈등이 표면화 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조짐이 일고 있다.
현재 조합이 강동구청에 인가를 신청한 사업시행계획이 둔촌주공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현재 일정대로 6월 경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되고, 이를 기초로 올 연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이는 필히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수반하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이주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과 관련하여, 저간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둔촌주공재건축조합에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시도하였으나, 제보자를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본지에 제보를 한 전문가들과 현재 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둔촌주공 조합원들을 상대로 쟁점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둔촌주공조합이 현재 서울시로부터 심의·인가 받은 건축계획(안)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조합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일부 문제를 제기해 온 조합원 모두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취재결과, 건축계획변경 및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수립 변경시점에 대한 당사자 간 견해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임기만료에 따른 조합장 및 임원의 연임 또는 선출문제다. 조합장 등 현 조합집행부의 계획은, 올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의 연임이 중요하므로, 문제가 있는 줄 알지만, 오는 6월 경 인가될 불완전한 사업시행계획에 기초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우선 수립하고, 이를 조합장 연임과 병행하여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임원의 연임이 끝나면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고,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수립하여 정상적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반대로, 현재 문제가 되는 사업시행계획을 취소하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건축계획과 사업시행계획, 이에 기초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는 시공자 및 협력업체들도 공감하고 있는 사안들로, 이 부분이 바로잡히지 않을 경우,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이를 문제 삼아 집단적인 행동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조합장 등 현 조합집행부의 사업추진계획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측의 주된 논리는, 조합장의 연임 맞춰 진행되는 사업은 궁극적으로 조합원에게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임기가 끝난 임원의 선임에 대하여서도, 연임이 아닌 반드시 선출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사업의 문제점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생각을 쟁점별로 정리해 본다.
위기의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거듭된 사업지연·이주지연, 2013년 이주는 이미 옛말
2018년 이주는 가능한가? 믿을 수 없는 약속만 난무
“믿고 기다려 온 15년, 바꿔야 한다” 조합원 나섰다!
“도시재생신문은 둔촌주공재건축사업추진계획과 일련의 논란에 대하여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였고, 조합장 등과의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였으나 조합 측이 이를 거부하여, 조합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을 수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따라서 이하의 기사내용은 조합의 공식적인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일부 조합원들과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것임을 감안하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내 최대의 아파트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이 깊은 늪에 빠졌다. 당초 예상했던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2013년 6월 이전에 이주가 가능하리라던 기대가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현재 상황으로는 2018년이 되어야 이주·착공이 가능할 것라는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현재 조합원들에게 공지된 내용들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는 것.
둔촌주공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조합이 수립했거나 계획 중인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다. 분양계획 등 시장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조합의 사업계획과, 실패가 예상되는 관리처분계획의 무리한 밀어붙이기. 사업지연과 그에 따른 엄청난 추가비용이 예상되는 사업추진계획이 조합원의 의견수렴 등 정상적인 논의가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상황에 대하여 짚어본다.
■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사업시행인가,
시간·비용만 늘려 조합원 부담 증가
현재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2015년 초 이주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여 강동구청에 접수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2014년 12월까지 관리처분인가신청을 완료하고 이주기간 중 설계변경을 전제로 한 사업계획안으로, 시공자인 현대사업단과의 사전조율이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내용이다.
당초 조합이 이러한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에 대하여 밀어붙인 이유는 2014년 말까지로 한시적으로 적용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를 비켜가기 위한 것이었는데, 2014년 초에 강동구청이 실시한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강동구 내 재건축사업장 중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 부과대상 사업장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어 각 조합에 통보했다.
취재결과 조합은 강동구청의 이러한 통보를 접수받고도 사실을 은폐한 채 사업시행인가신청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모든 인·허가업무를 중단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설계변경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현대사업단의 거듭된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조합도 알고 있는)폐기해야 할 현재의 설계(안)를 근거로 설계비를 지급하고, 최근에는 설계비 인상까지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조합집행부는 2014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신청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무리하게 사업시행인가신청을 강행하고, 핵심 사안이 빠진 빈껍데기뿐인 관리처분계획 일정을 서둘러 발표했다. 조합이 발표한 관리처분총회 개최일정은 2015년 12월인데, 조합이 발표한 관리처분계획안에는 시공사와의 본계약 및 이주 일정이 전부 빠져있다.
결국 조합의 현실성 없는 사업추진으로 사업기간은 늘어나고,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면서 각종 용역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조합원의 추가부담만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조합은 왜,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시공자 등 협력업체들도 반대를 하는 무리한 사업추진계획을 강행하고 있을까? 저간의 사정을 알아보기 전에 이주 가능시기부터 알아보자.
■ 2016년 이주도 불가능하다. 이유는?
여러 차례의 부침이 있었지만, 가장 현실성 있게 조합이 제시했던 이주 시기는 2013년 6월 이전이었다. 하지만, 2종에서 3종으로의 일부 종상향 등 그동안 조합이 추진한 사업계획변경 등으로 현재 조합이 제시한 이주 일정은 2016년이다. 조합이 강동구청에 신청한 사업시행계획 및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통지한 관리처분계획 일정 등으로 미뤄보면 대략 그렇다는 얘기.
하지만, 이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6000여 세대가 넘는 둔촌주공아파트의 이주가 시작되면, 서울시 전체 임대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사업시기조정심의에서 사업시행인가단계가 아닌 관리처분인가단계에서 시기조정을 하는 것을 결의했다. 따라서 현재 고덕·개포지구의 선행사업장들의 이주가 완료될 때까지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가 유보(시기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조합과 현대사업단 간에는 시공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지분제사업장이기 때문에 본계약이 불필요하다고 항변할 지도 모르지만, 시공자선정 당시 입찰제안서상의 착공시점은 2013년으로, 이미 착공시기가 상당히 도과되었고,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일반분양가격이 하락해 당초 현대사업단이 제시한 164%의 지분율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대사업단과의 시공 본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관리처분을 강행할 경우, 시공자인 현대사업단이 이를 거부할 것이 분명하고, 시공자가 동의하지 않는 164%의 지분율로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은 현실성 외에도 관련법을 위배하는 것이어서, 자칫 제2의 가락시영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결국 2017년 이주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거기에 상가와 독립정산제로 운영되는 둔촌주공재건축사업 특성상 아파트와 별도로 상가의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시공자가 선정되어야 하지만, 둔촌주공상가의 경우 아직까지 시공자와의 도급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서울시의 이주시기조정과 관리처분계획의 하자로 인하여, 현재 조합이 발표한 관리처분계획수립 일정은 지켜질 수 없는 허언일 뿐이다.
■ 조합장 연임 위해 무리한 일정 강행?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고, 스스로도 알고 있는 무리한 사업을 조합은 왜 강행하고 있을까? 취재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과 둔촌주공과 관련된 업계 관계자들은 올(2015) 12월에 있을 조합장 연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 안에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전시효과를 내세워 조합장 연임을 순조롭게 하고자 함이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현 둔촌주공 조합장은 2000년 12월 추진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 약 15년 동안 조합을 대표하여 왔고, 2009년 조합이 설립된 후 지금까지 2차례에 걸친 임기만료에 따른 임원의 선출을 연임으로 대체했다. 조합의 무리한 사업일정발표 역시 2015.12.에 치러지게 될 임원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 역시 연임으로 치르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 어차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일단 연임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수습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조합집행부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제보자를 밝히지 않으면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취재에는 실패했다.
■ “더는 못 참겠다” 조합원 뿔났다
결국 조합원들이 나섰다. 조합과의 소통부재에 대한 반발로 일부 조합원들과 그동안 조합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이 뭉쳤다. 이들은 소통을 강조하면서, 조합의 현안과 과제, 향후 사업추진계획을 토론하는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짬짬이 모여 재건축사업에 대하여 토론하는 재건축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결국 조합원 스스로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상황. 향후 그 결과가 어떨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