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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자-시공자 상생, 도급계약 관리에 달렸다”: ■ 법무법인 강산 특강; 2011.06.08 17:04 입력 | 2011.06.08 17:05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372px; HEIGHT: 303px" height=284 src="/PEG/13075202435937.jpg" width=700 align=right>입찰제안서·가계약 시공자 선정 시 중요 체크 사항
가계약은 최초 계약, 본계약 변경 계약으로 개념 정리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도급계약 관리는 사업 참여자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것이다. 시공자는 이윤이 나지 않으면 해당 정비사업장에 들어오지 않는 만큼 사업시행자가 보다 과감하게 요구할 건 요구하고, 양보할 건 양보해 양측이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법무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특강에서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대표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며 한 말이다. 이날 특강은 ‘실제 사례로 배우는 시공자 선정 노하우 및 조합 임원이 꼭 알아야 할 정비사업 법률 지식’ 등을 주제로 하여 이뤄졌다.
 
강의 초반, 김은유 변호사는 입찰 제안서와 가계약의 중요성에 대해 누차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입찰 제안서는 그 자체가 계약과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이를 바탕으로 계약서가 작성되므로 조합은 처음부터 입찰 제안서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당수 조합에서 가계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설령 가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본계약 체결 시)에 수정하면 되겠지’와 같은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가계약은 없다고 역설하면서 통상 가계약이라 하는 것은 최초 계약이고, 본계약은 변경 계약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가계약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으며 실제 조합이 처음 시공자와 맺는 계약이 사업 청산 시까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초 계약 체결 시 꼼꼼하게 검토해 독소 조항을 발견ㆍ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입찰 제안서와 가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서울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 기준’에 적힌 한 문구에서 비롯됐다. 해당 기준의 ‘시공자 선정 입찰 참여 규정’ 제1조에는 ‘이 규정 및 낙찰자의 제출 서류는 해당 사업의 성격과 업무 범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로서 시공 계약서의 일부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한마디로 입찰 제안서가 시공 계약서의 일부가 되므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애초에 건설사가 제시한 입찰 제안서를 꼼꼼히 살피고 조합에 불리한 내용이 있거나 추가하고 싶은 요구 사항이 있을 경우 그를 곧바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김은유 변호사는 흔히 본계약이라고 말하는 계약을 수정함에 있어 대다수 조합이 ‘시공자와의 변경 계약 체결의 건’을 대의원회에 위임해 처리하고 있는 실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 변호사는 “아직도 상당수 조합에서는 시공자와의 변경 계약 체결의 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이를 대의원회에 위임하여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위임 처리는 조합 임원에서 해임되는 지름길인 만큼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시공자의 선정 및 변경은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른 것이다. 김 변호사는 “여기서 ‘변경’이라 함은 ‘계약 해제’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따라서 시공자와의 계약 해제 시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의 하이라이트는 강사가 시공자와의 계약 해제 및 해지에 대한 노하우를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김은유 변호사는 “민법에도 명시돼 있듯이 원칙적으로 시공자와의 계약 해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면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 등을 따져야겠지만 그에 상관없이 조합 측이 시공자를 바꾸고 싶다면 손해배상을 조건으로 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활한 계약 해제를 위해서는 입찰 지침서 등에 계약 해제 조항을 명시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은유 변호사는 ‘입찰의 무효’를 규정한 ‘서울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 기준’에 대해 언급하며 공공관리제도에서 이 조항만큼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당 규정 제5조는 ‘조합이 예정 가격을 제시할 경우 예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입찰 무효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조항은 조합을 진정한 ‘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비사업에 있어서의 ‘권력’을 시공자에서 조합으로 가져오는 것으로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총회ㆍ계약에는 연습이 없다!=강연 도중 김은유 변호사는 “(조합원) 총회나 계약에는 연습이 없다. 오로지 실전만 있을 뿐”이라면서 “따라서 조합 임원은 총회를 개최함에 있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총회장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체결 전 반드시 전문가인 변호사의 컨설팅을 받아 유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김 변호사의 일성은 지난 1993년 10월 12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총회에 절차상의 하자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총회 결의 무효 사유가 됨)와 최근 이뤄진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초로 하고 있다.
 
특히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총회 업무 대행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만 가능하다. 법제처는 “주민ㆍ조합(원) 총회 운영과 관련하여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또는 조합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으로부터 총회 의결을 위한 서면을 받는 업무나 투ㆍ개표 관리 업무를 하는 자의 경우 해당 업무는 도시정비법 제69조 제1항 제1호의 ‘조합 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에 해당하므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등록을 하지 않고 정비사업을 위탁받은 자는 관계 법령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용역을 의뢰한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장은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형사 처분을 받아 당연 퇴임 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비업체 외의 자들에게 총회 업무를 위탁했던 관행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계약일부터 준공일까지 공사비 변동 없도록
이주기간 4개월 짧아…기간 늘려 명시해야 

 
■ 모범적인 도급계약서 사례 

 
김은유 변호사는 강연 도중 실제 작성된 계약서를 제시하고, 해당 계약서가 상당한 수준에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유리하게끔 작성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향후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조합이나 추진위는 이를 참고로 하여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모범 사례로 제시된 계약서상에서 김 변호사가 특별히 강조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1) 공사 계약 금액 : ‘공사 금액은 공사 계약 체결일로부터 준공일까지 물가 변동 및 금리 변동에 따른 공사비 변동이 없는 확정 공사비로 한다. 단, 마감을 상회하는 추가 옵션을 시공자에게 요구할 경우 별도 계약을 체결해 추가 비용을 부담한다’
 
(2)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의 조정 : ‘실착공일이 조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본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이상 지연될 경우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적용해 공사 계약 금액을 변경ㆍ조정할 수 있다’
 
(3) 거주자의 이주 : ‘조합은 이주비 지급 개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업 지구 내 거주자(세입자 포함) 등의 이주를 완료해야 한다’
 
이 조항에 대해서 김은유 변호사는 “‘4개월’이란 기간이 너무 짧다. 실제로 현장에서 자문을 하다 보면 4개월 만에 이주를 마치는 조합은 거의 없다”면서 “따라서 이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늘려서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 사업 경비 : ‘시공자가 조합에게 대여 또는 조달하는 계약상의 사업 경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중략) 각종 총회 비용, 법인세 등’
 
김 변호사는 “총회에는 연습이 없기 때문에 총회 자체가 무산되거나 상정한 안건의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면서 “한 번에 잘 치르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약의 사태를 위해 총회 비용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이에 대한 내용을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지원과 관련된 내용도 자주 언급했다.
 
(5) 사업 경비 : ‘사업 경비 중 제23호를 제외한 비용은 무이자로 대여하며 무이자 사업 경비의 총 한도액은 ○○○억 원으로 한다’ ‘조합은 사업 경비를 대여 받고자 하는 경우 조합 정관에 따라 제반 증빙서류(필요한 경우 금전소비대차계약서 포함)를 시공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기본 이주비를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경우 그에 대한 금융비용은 확정 금리(年 ○.○%)를 적용한 확정 이자로서 시공자가 부담한다’ 등.
 
(6) 조합원 분양 : ‘조합은 관리처분인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조합원에 대한 분양 계약을 완료해야 하며, 조합원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중략) 현금 청산하고 당해 아파트를 일반분양 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이 조항에서 ‘현금 청산’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는 또 마감재와 관련해서는 “‘동등 이상’ ‘동급 이상’ 등 애매모호한 표현은 최대한 명확한 표현으로 수정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조언했다.
 
강의를 마치면서 김은유 변호사는 “제시한 사례에 따라 조합에 유리하게끔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이제까지 허울뿐인 조합의 ‘갑’으로서의 지위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오늘 강의가 일선 조합들의 잃어버린 지위를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김은유 변호사가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