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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현장에도 판치는 ‘님비 현상’: 2009.10.07 17:39 입력 | 2009.10.19 2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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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현장에도 ‘님비 현상’ 판친다 
 
‘님비(NIMBY)’란 ‘Not In My Backyard’의 머리글자를 딴 조어로,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일컫는다. 
2000년대 들어 이러한 님비 현상이 재개발ㆍ재건축정비사업 현장에도 스며들면서 논란이 됨에 따라 이번 호에 이를 보다 상세히 다루어 본다. 
 
 
강북구청장, “재개발 민원 해결 안 해 준다” 이유로 소환 당해 
구로구 온수연립, 부천시 화장장 건립 계획에 극렬 반대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 발생한 님비 현상으로는 지난 2007년 7월에 구청장 소환이 이뤄졌던 서울시 강북구 미아 제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에서 주민소환이 행해진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소환 사유는 “구청장이 아파트 재개발과 관련해 발생한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 사건을 놓고 많은 전문가들이 “주민소환 청구 사유가 법적으로 불분명한 데다 구청장 직무의 폭이 넓은 상황에서 단지 재개발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소환하는 것은 잘못”이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수년에 걸쳐 화장장 건립을 놓고 지자체와 주민 간 치열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어 화제다. 바로 서울시 구로구 온수연립 주택재건축정비사업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곳은 지난 2005년, 홍건표 부천시장이 온수동 주택 단지와 불과 240m 떨어진 곳에 화장장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부천시와 구로구 간 분쟁이 극에 달한 지역이다. 
화장장이 비록 부천시 춘의동 일대에 건립된다고는 하지만 지척에 화장장이 건립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구로구민, 특히 인근 온수연립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춘의동 주민들도 반대가 심했던 상황에서 행정구역이 다른 구로구민들의 반대마저 극심한 상황에서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화장장 건립을 강행한 홍 시장과 부천시의 무리수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님비 현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본 사건은 지난 2006년 5월, 경기도가 화장장 건립과 관련된 ‘그린벨트 관리 계획 변경안’에 대해 인접 시와의 협의를 선결 조건으로 반려시키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한때 온수동 곳곳에는 화장장 건립 무산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부천시의 사업 포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입주 임박, 양분됐던 조합원 ‘반대’ 한목소리 
갈등 양상 ‘시 vs 구’ → ‘집주인-세입자’로 
 
하지만 부천시의 화장장 건립 의지가 꺾이지 않은 데다 온수연립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있었던 해당 사업 구역 내 분쟁이 조합원 간 이권 다툼의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조합과 그에 반대했던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하나로 똘똘 뭉쳐 ‘화장장 건립 반대’를 외치고 있어 ‘구로구민 대 부천시민’의 대결 양상이 심화된 상태다. 
화장장 건립 예정지는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화장장이라도 유치해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부천시는 경기도를 등에 업고 화장장 건립을 강행할 방침이라 갈등이 쉽게 해결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온수연립에 살고 있는 G씨는 “화장장이 들어서면 집값 폭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조합과 비대위 간 분쟁은 그 피해 규모가 100억 원가량에 불과하지만 화장장 건립으로 예상되는 조합원 피해액은 2000억 원에 달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부동산에 알아본 결과, 현재 온수 힐스테이트 30평형의 경우 4~5억 원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화장장이 들어서게 되면 매매가가 2억 원대로 하락할 것이란 소문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상황이다. 
한편 화장장 건립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 전세금 역시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일부 세입자들이 ‘찬성’ 움직임을 보이면서 본 사건이 구로구(민) 대 부천시(민) 간 갈등에서 ‘집주인 대 세입자’ 간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예상 피해액에 거품 있다” 주장에 
“지역사회에 더 큰 피해” 우려도 
 
일각에서는 “‘화장장 건립에 따른 (온수연립의) 피해액이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소문은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문에 응한 H교수(S대 경제학)는 “가구당 피해액이 2억 원에 달할 것이란 주장은 그 근거가 미약하다”면서 “게다가 화장장이 추모 공원 형태로 건립돼 이 지역을 대표하는 추모 문화 인프라로 거듭날 경우,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텐데도 이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주장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지역 님비로 인해 각 지자체마다 보유하고 있는 시설에 대해 외지인의 이용을 제한할 경우, 가늠할 수조차 없는 피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P화장장이 타 지역 주민 이용을 제한하고, 경기도 S화장장이 외지인 이용료를 인상하면서 이용료가 저렴한 인근 수원시 W화장장과 고양시 B화장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W화장장 역시 이용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이는 등 지자체 간 분쟁을 벌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래 표를 보면 P화장장은 외지인 이용 제한 이후 이용률이 급감했다. 반면 이곳에서 이탈한 수요가 인근 W화장장과 B화장장 등으로 몰리면서 해당 화장장의 민원이 늘어났고, 이들 역시 외지인 이용을 제한하거나 이용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S화장장의 경우, 삼일장을 치러야 하는 탓에 멀리 떨어진 화장장 대신 이곳을 선택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이용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용료가 100만 원이 넘어 유가족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H교수는 “화장장 이용료 인상과 외지인 이용 제한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그 피해를 지역사회가 떠안게 됐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온 국민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외지인 이용료 인상ㆍ이용 제한 전후 이용률 변화(2007~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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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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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지</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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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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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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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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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화장장</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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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평시</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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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인 이용 제한</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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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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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인 이용료 인상</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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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화장장</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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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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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료 인상 움직임</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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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화장장</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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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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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원 폭증</TD></TR></TBODY></TABLE>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ㆍ차별이 사회 분열 가속화 
“우리 단지엔 임대주택 안 돼” 반대 속출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문제’” 지적 
 
정비사업 내 ‘님비’는 화장장 건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쓰레기 매립지ㆍ소각장 등의 시설 유치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또는 지자체와 주민 간 극심한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닌 것.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하는 임대주택에 얽힌 님비 또한 반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 있어 이대로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강남구 수서 지역 임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며 일었던 파문을 들 수 있다. 당시 교육청의 반대 이유는 ‘기초생활수급 학생이 증가하면 교육 환경이 열악해진다’는 것이었다. 당시 언론사들은 이를 두고 ‘님비 현상이 확대된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은 더욱 어렵게 된다’고 성토하기도 했으나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님비’ 근성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거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부산에서도 고급 아파트 밀집 지역에 국민임대 아파트를 지으려던 시의 계획이 주민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결국 임대 아파트가 도심에서 밀려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10여 년 전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일반분양주택에 사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등하교를 하지 못하도록 아파트 출입을 제한해 문제가 됐었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자신의 아이들을 같은 초등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시위를 했고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기도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07년 9월에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102번지 일대 주민들이 구청을 상대로 “구청장 공약이었던 도서관은 건립하되, 시가 추진 중인 장기전세주택 건립 계획은 백지화하라”며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다. 또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시의 장기전세주택 건립 계획에 반발하면서 “당초 구상대로 공원만 지으라”며 시위를 하는 등의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강남구 수서동의 사례를 언급하며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임대 아파트가 없는 곳은 ‘우리 동네에 임대 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있는 곳은 ‘왜 더 짓느냐’고 반대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임대주택 사업은) 다 함께 깊은 고민을 해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여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분열의 씨앗 품고도 못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 
입주하고 싶은 임대주택 만들어 인식 변화시켜야 
세밀하고 다차원적 해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사회ㆍ환경ㆍ문화ㆍ정서적 문제들 역시 지역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어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H교수는 “우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저소득층마저 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꺼렸던 게 사실인 만큼 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이 진정으로 입주하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그 방법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공(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이 고안한 ‘소셜 믹스’ 방식을 보완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소셜 믹스 방식은 일반분양주택과 국민임대주택를 혼합한 형태의 주거 공간으로, 동일 단지 내에서 동별로 혼합되는 ‘동별 구분형’과 동일 동 내에서 혼합된 ‘주동 혼합형’으로 구성된다. 주공은 지난 2005년 9월 경기도 군포시 당동지구에 이를 처음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옴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단지 내 문화 시설 확충 및 주민 간 접촉을 늘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갈등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차원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만큼 더 늦기 전에 관계 부처, 나아가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H교수는 “님비로 인하 갈등 양상이 점점 세분화됨에 따라 그 해결책 역시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선 ‘님비’를 ‘단지 집 근처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데 ‘핌피(PIMFY)’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다. 예를 들어, 지하철 개통의 경우에 공사 기간이 길고 교통 혼잡ㆍ소음 발생 등의 문제를 낳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이유가 뭐겠는가? ‘님비’를 ‘님비가 아니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요, 그것이 바로 ‘님비’”라면서 “우리가 ‘님비’라는 분열의 씨앗을 품고도 그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내성이 쌓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ㆍ핌피(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의 준말로, 주로 그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들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님비’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주로 지하철역, 기차역, 병원, 버스터미널 등이 건설될 때 발생한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