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OS비용만 수십억 썼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OS비용만 수십억 썼다: 2009.10.22 17:09 입력 | 2010.02.10 15:48 수정

<A name="[문서의 처음]"></A> 
이문4구역,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OS비용만 수십억 썼다 
 
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되기도 전인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에서 토지등소유자 의사와는 상관없이 수십억 원의 예산이 집행돼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는 사업장이 있다. 바로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170-3번지 일대를 사업 구역으로 하는 이문4 재정비촉진구역(이하 본 정비사업장)이 바로 그곳. 
본 정비사업장은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들의 인식이 남달랐던 지역으로, 지난 2003년께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열망 또한 커졌다. 
지난 2004년 6월, 추진위가 설립된 데 이어 이듬해 8월에 서울시가 이곳을 이문ㆍ휘경 뉴타운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이곳이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되는 쾌거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이문ㆍ휘경 뉴타운이 이문ㆍ휘경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본 정비사업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추진해야만 했다. 때문에 추진위는 같은 해 9월에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했고, 지금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스처리) 
 
 
추진위 단계에서 기 집행된 예산만 70억 원 
5년 넘게 사업 표류…‘현 추진위원장 책임’ 
자금 대여 S건설, 누구 위해 선심 썼나? 
 
추진위 관계자 이 모 씨에 따르면 추진위원장 김 모 씨는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OS 용역비용 등을 포함해 약 3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지금까지 김 씨가 사용한 자금은 대부분 S건설이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시공사로 선정되지 않은 건설사가 추진위와 계약을 맺고 추진위의 요청으로 자금을 지급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고 물을 수 있지만 이는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란 게 자문에 응한 법률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였다. 
실제로 지난 2005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규정하고 있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사 선정’이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는 추진위 단계에서도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법률 전문가 S씨의 전언이었다. 
문제는 이 돈이 나중에 고스란히 정비사업조합(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S건설이 “상도의상 그 돈을 관리할 필요는 있지 않았냐”라는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자문에 응한 변호사 J씨는 “운영 규정상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문제 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또 “조합설립인가 뒤 예산에 관한 사항은 총회 등을 통해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게 법제화한 상태”라면서 “하지만 추진위 예산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관행에 따라 처리하고 있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합 설립과 그 인가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조합을 설립하기도 전에 수십억 원의 돈을 집행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본 정비사업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본 정비사업의 추진위가 집행한 자금은 약 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위 설립 이후 지난 5년여 동안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상식을 벗어난 예산집행에 대해 추진위 관계자 등은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과 달리 재정비촉진구역에서는 설계업체 등의 역할이 미미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위가 설계비 등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S씨 등은 “아무리 사업이 지연됐더라도 추진위 단계에서 7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추진위원장인 김 씨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란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본 정비사업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김 씨는 이곳 토박이가 아니다”라며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평판이 나빠 이곳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혀를 찼다. 
또한 추진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합창립총회 당시 주민 동의율이 5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4년여 동안 50%를 받은 김 씨가 남은 25%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의심스럽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과도한 예산집행 모르는 주민 대부분 
관계 법령 위반, 추후 문제 커질 듯 
 
한편 김 위원장이 사용한 70억 원에 대해 그 사실조차 모르는 토지등소유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이 같은 비용이 들었다면 자금의 출처부터 그 집행 내역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토지등소유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토지등소유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정한 장소에 게시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에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 통지를 하는 등 토지등소유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서 동항 제5호에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거나 권리ㆍ의무에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사항’이 그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24조 제2항은 ‘추진위는 추진위의 지출 내역서를 매분기별로 토지등소유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정한 장소에 게시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고, 토지등소유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추진위 운영 규정’ 제6장에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추진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관계 법령이 토지등소유자에게 부담이 될 만한 비용에 관한 내용을 일정 시기마다 공시하고, 토지등소유자가 이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 정비사업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격인 ‘이문4 재정비촉진사업 바로잡기 운동 본부 지킴이 모임(이하 바로잡기 모임)’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김 씨가 얼마만큼의 돈을 썼는지 정확한 자료를 제시할 순 없다”면서도 “분명히 돈을 썼는데, 토지등소유자 대부분이 이를 몰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곤두세웠다. 
 
 
추진준비위 때 S건설이 낸 입찰보증금 어디로? 
방만하고 불투명한 예산집행 맞물려 횡령 의혹 
 
또한 S건설이 추진위 준비 단계에서 김 당선자 측에 건넨 입찰보증금 3억 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제기한 바로잡기 모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와의 계약에 의거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후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이 사안에 대해 김 위원장 등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은 김 위원장이 추진위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주장과 맞물리면서 여전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원장의 월급이 500만 원에 달한다. 이 정도 월급은 업계 관행을 벗어난 수준”이라며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많이 받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김 씨가) 경조사비로 한 번에 20~30만 원을 쓰고, (원래 생활이 넉넉지 않았던 그가) 운전기사까지 부리고 다닌다. 김 씨는 자기 돈을 쓴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 씀씀이를 감안하면 의혹이 가시질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추진위 운영비가 불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주장과 나오면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추진위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누구도 김 위원장의 예산집행에 대해 실제 지출액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추진위 관계자 P씨는 “(자신이 낼 필요가 없는) 술값을 김 씨가 직접 계산하는 건 흔한 일”이라며 “김 씨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셈”이라고 말해 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 “계속 지연되면 공공이 개입한다” 
“신뢰 회복 우선돼야 문제 해결” 의견 많아 
 
이렇듯 본 정비사업장은 김 위원장과 지역 주민 사이에 형성된 깊은 불신의 골이 사업 표류의 제1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 위원장이 먼저 지금까지의 추진위 운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업은 재정비촉진지구 확정ㆍ고시 후 2년 이내에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거나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하면 공공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면서 “공공이 시행하게 되면 공공성 위주로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개발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야만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에 의거한 것으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는 조합설립을 위한 해당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촉구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금까지 운영 과정에 있어서 어떤 문제는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주민들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고언이다.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양측의 신뢰만 회복된다면 본 정비사업은 그가 위와 같이 외치지 않더라도 빠르게 정상 궤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 속도 내려면 조합부터 설립해야” 
“그 용도로 돈 썼다면 문제없어” 반응도 
 
반면 김 당선자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 아니라면 과도한 예산집행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일부 의견도 나왔다. 본 정비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선 조합이 설립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지출된 돈이기 때문에 별반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에는 ‘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추진위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 면적 2분의 1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정관 및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본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려면 추진위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 관할 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선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부터 충족시켜야 한다. 이 과정 없이는 정비사업 자체가 추진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김 위원장이 OS를 동원해 동의서 징구를 독려한 것 자체로 잘잘못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게 S씨 등의 의견이다. 
하지만 몇몇 추진위 관계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한 대로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가 지지부진하면서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점, ▲그로 인해 앞으로 얼마의 비용이 더 들어갈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은 본 정비사업이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임에 틀림없다. 
사업 추진 5년여 동안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70억 원이나 썼다면, 본격적으로 사업비가 증가하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계에서 급격히 늘어날 추가 비용이 걱정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씨는 “김 당선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본 정비사업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 중심에 과도한 예산집행과 그에 따른 추가 부담금에 대한 우려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바, 김 당선자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