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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 제2구역] 선정되지도 않은 정비업체 횡포 극에 달해: 2009.10.22 17:05 입력 | 2009.12.06 03:53 수정

추진위원회 무산시키려 욕설ㆍ폭력 행사 
추진위 집행부 감금ㆍ농성…전경 투입 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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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지난 16일. 이날은 신길 제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사무실에서 추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추진위 사무실로 들이닥친 한 무리의 토지등소유자들은 추진위 집행부를 감금한 채 회의 개최를 방해했다. 이들은 ‘재개발 반대’를 외치며 회의 진행을 못하도록 오후 4시께부터 추진위 관계자들을 사무실에 가둔 채 7시간 가까이 농성을 지속했다. 
결국 이날 사건은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연행한 뒤 간신히 종료됐다. 이에 대해 한 추진위 관계자는 “이날 불법 감금ㆍ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은 일반적인 토지등소유자라기보다는 정비업체에 동조하는 세력”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 S씨도 “재개발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는 표결이라든지 기타 방식으로 얼마든지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서 “추진위원회는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끼리의 회의체인 만큼 이날 농성자들의 행동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본보가 입수한 추진위원회 소집 통지에 따르면, 이날 처리할 안건의 핵심은 정비업체 선정 및 계약 체결 위임에 대한 것이었다. 본 정비사업장에서 정비업체가 주인 행세를 하며 사업을 방해ㆍ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본보 시험판에서도 심도 있게 다룬 바 있다. 
추진위는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추진위원회를 열고 추진위와 정상적 계약 체결 없이 업무를 수행하던 정비업체에 대한 업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도 정비업체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힘을 합해 단순히 회의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욕설을 비롯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광원 추진위원장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 추진위원장 윤 모 씨, 비대위 관계자 김 모 씨, 정비업체 등을 상대로 이날 추진위원회의 개최 및 진행 방해를 막아달라며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날 위 법원 민사 제51부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해당 정비업체를 비호하는 사람들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등 이날의 사건은 여전히 본 정비사업장에서의 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정비업체 횡포 탓에 2년 가까이 사업 표류 
 
지난 2004년 2월 설립이 승인된 추진위는 작년 3월 주민총회에서 지금의 이 위원장을 선출했다. 당시 총회에서는 본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새로운 감사도 뽑고, 사업 구역 면적 확대 등의 안건도 처리했다. 
문제는 새로운 추진위 집행부가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사업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사업이 표류하는 건 이해관계자 간 이전투구 때문”이라며 “주민들의 의지와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가운데 본 사건의 중심에 있는 곳은 정비업체 (주)도시와우리PMC. 해당 업체는 비대위 측과 결탁해 이 위원장을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끔 흔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추진위원장과 달리 이 위원장이 그들의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비대위를 내세워 사업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 추진위원장 체제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주민들은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이 위원장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시킬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사업 지연과 추진위의 추진력 부족은 행정 용역을 맡은 정비업체와 현 추진위와의 갈등 탓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문에 응한 법률 전문가 G씨는 “위원장의 업무 인수를 올바로 보좌해야 할 정비업체가 전임 집행부와 원초적 하자(용역비 수령)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위원장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지 못했다면 신임 위원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해당 정비업체는 지난 수십 개월간 사업이 표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비업체가 마치 주인인양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추진위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인 셈. 
 
 
추진위-정비업체 6년 전 계약…‘잘못된 만남’ 
업무 마비-해약-재개…수천만 원 부당 지급 
 
본 정비사업의 추진위와 정비업체 간 갈등은 6년 전 양측이 체결한 계약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3년 6월 추진위는 (주)도시와우리PMC와 ‘행정 업무 용역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은 해당 정비업체가 신길동 208-1번지 일대 18000여 ㎡를 대상으로 건축 총면적 3.3㎡당 1만 7000원에 행정 업무를 맡는다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제정(2003년 7월)됨에 따라 해당 정비업체는 구역지정 신청서를 다시 작성ㆍ제출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마치 구역지정 신청이 완료된 것으로 가장해 2004년 11월께 추진위로부터 4800여만 원을 받아갔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이 돈은 이자 2500만 원을 포함해 약 7300만 원으로 불어난 상태. 
문제는 이때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해당 정비업체가 2004년 말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업무를 중단한 데 이어 같은 해 5~7월까지 회사마저 폐쇄해 행정 업무가 마비된 것이다. 
이에 당시 추진위원장이던 윤 씨는 해당 업체에 행정 업무 용역 해약을 예고한 뒤 같은 해 7월 추진위원회를 열어 해당 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이미 지급된 4800여만 원을 회수키로 결정한 것도 이때였다. 이에 따라 2005년 8월, 추진위와 해당 업체 사이의 계약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곧바로 추진위는 정비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낸 뒤 접수한 4개 업체 중 (주)토우씨엠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총 용역 금액을 2억 4380만 원으로 하고 종전 업체인 (주)도시와우리PMC에 지급된 4800여만 원은 (주)토우씨엠이 승계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05년 9월, (주)토우씨엠이 계약 포기서를 제출했고,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어 열린 추진위원회에서는 정비업체를 재선정하게 될 경우 3.3㎡당 용역비가 1만 7000원에서 3~4만 원으로 증가해 결국 2억 원에 가까운 추가 부담금이 발생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결국 당시 윤 위원장 등은 (주)도시와우리PMC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몇 추진위원의 반대로 당분간 정비업체 없이 추진위를 유지키로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의사정족수가 부족한 추진위원회가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고, 그 자리에서 (주)도시와우리PMC와 관계 유지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난 2개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당시 추진위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후 본 정비사업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고, 결국 (주)도시와우리PMC가 수령해 간 4800여만 원에 대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정비업체 수령 근거ㆍ절차 무시한 채 1억 4천만 원 받아가 
외부 감사 결과, “계약 업체-수령 업체 다르다” 확인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작년 1월 주민총회(3월 개최)를 앞둔 상태에서 (주)도시와우리PMC가 추진위에 용역비 1억 4000여만 원을 요구해 받아 간 것이다. 
문제가 된 비용은 본 재개발 사업의 사업 구역이 지난 2007년 11월 신길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고시에 따라 기존 18000여 ㎡(신길 제3-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구역)에서 61000여 ㎡로 급증한 데 그 산출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정비업체가 추진위와 계약을 체결한 2003년 당시 건축 총면적은 47417.12㎡(아래 표 참고). 따라서 2003년 계약을 근거로 업무를 재개한 정비업체가 용역비를 청구한다면 총면적 3.3㎡당 1만 7000원으로 계산해 약 2억 4천만 원이 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2008년 1월 청구한 용역비는 2007년 확대된 총면적(141791.1㎡)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자연스레 총 용역비는 2억 4천만 원에서 7억 3천만 원가량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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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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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계약 시</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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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용역비 청구 시</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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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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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96.79(약 5686평)</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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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71(약 18779평)</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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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총면적(㎡)</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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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17.12(약 14343평)</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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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91.1(42967평)</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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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금액</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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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총면적 3.3㎡당 1만 7000원</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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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용역 금액</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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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4384만 원</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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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3043만 9000원</TD></TR></TBODY></TABLE>
 
문제는 정비업체의 주장과 달리 작년 3월 주민총회에서 행정 업무 용역에 대해 의결한 바 없고, 이에 따라 정비업체의 용역비 산정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비업체가 지난 2005년 파행 운영 끝에 가까스로 업무를 재개한 것은 2003년 6월의 계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추진위는 지난 3월, 운영 규정 제31조에 따라 지출된 금액이 총 3억 5천만 원이 넘어 회계 법인에 감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2008년 1월에 지출된 용역비(1억 4천만 원)는 추진위가 작성한 계약서상의 정비업체(토우씨엠)가 아닌 상이한 거래처(도시와 우리)에 지급되었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에 추진위는 관련 당사자 및 정비업체에 소명ㆍ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는 지난 2003년 6월 맺은 계약과 작년 3월 주민총회 제3호 안건으로 의결된 내용만을 수령 근거로 들고 있다. 정비업체는 소명 자료에서 “작년 3월 주민총회에서 전 추진위에서 추진했던 업무를 현 추진위에서 포괄 승계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전 추진위와 맺은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계약이 현 추진위에게 승계됐기 때문에 돈을 받은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지급한 전 추진위원장 월권도 문제…업체와 결탁 의혹도 
 
지난 2008년 1월 자금을 집행했던 당시 추진위원장 윤 씨의 월권도 문제다. 신길 제3-3구역이 지금의 신길 제2재정비촉진구역으로 통합ㆍ확대 고시됐으나 주민총회 결의(2008년 3월) 전이라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아직 신길 제3-3구역 추진위가 신길 제2재정비촉진구역 추진위로 변경ㆍ승인이 나기 전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신길 제2재정비촉진구역의 추진위가 그 지위를 확보하기 전이었던 것. 
이 때문에 당시 제3-3구역 윤 추진위원장에게는 이러한 용역비를 지급할 법적 권한이 없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용역비 지출 과정은 윤 전 추진위원장과 해당 정비업체 사이에 모종의 거래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추진위 업무 중지 통보로 양측 관계 끝 
횡포 여전해 공공 개입 기대감 솔솔 
 
결국 추진위는 지난 5월 중순께 (주)도시와우리PMC에 용역비 회수 및 용역 업무 중지를 통보했다. 이로써 추진위와 정비업체의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해당 업체의 사업 방해는 여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 추진위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추진위는 향후 정비업체와 비대위 관자자들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업무 방해, 사기, 문서 손괴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지난 16일 불법 감금 등으로 연행된 농성자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본 정비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