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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3주구, 재건축하는데 집주인은 컴백홈?: 2009.11.04 15:03 입력 | 2009.11.20 11:34 수정

화곡3주구, 재건축하는데 집주인은 ‘컴백홈’

 
재건축을 한다며 세입자 이주를 독려해 끝마친 정비사업장에서 외려 집주인은 다시 이사를 오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서울시 강서구 ‘화곡3주구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장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본 정비사업장은 지난 5월 1일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했다. 곧이어 한 달 뒤인 6월 중순부터 이주가 시작돼 지난달 중순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기존에 살던 주민들 가운데 세입자들은 이사를 갔지만, 원주민들은 이사를 가지 않은 채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것. 심지어 그동안 세를 놓고 외지에 살던 집주인들 가운데는 이사를 오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 왔다.
실제로 지난달 말 본 정비사업장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우신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으며, 한 주민은 텃밭에서 그간 키웠던 작물을 수확하고 있었다. 그는 “이사? 우린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라며 “그간 세를 줬던 주인들은 되레 이사 오려는 분위기야”라고 말했다.
‘이주’는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행해지는 사업 절차로, 이주에 이어 ‘철거’ 작업이 진행된다. 그 다음은 ‘착공’에 들어가는 게 통상적인 재건축 사업의 모습이다. 그런데 본 정비사업장에서는 세입자만 이사를 간 상황에서 기존의 집주인들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살고 있고, 심지어 외지에 살던 집주인들이 하나둘씩 복귀하면서 업계 관계자들로 하여금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게다가 조합원(집주인)끼리 추가 부담금을 놓고 비방과 욕설을 주고받는 것도 모자라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어 마치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는 게 인근 J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P씨의 말이었다.


 
 
서울 서남권 최대 재건축사업 단지
주민 갈등 심해 사업 추진에 ‘난항’

 
본 정비사업장은 강서구 화곡동 산70-1번지 일대 15만여 ㎡를 사업 구역으로 하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무려 2200세대에 달한다. 건립 예정 세대수만 2600여 가구로 서울 서남권 일대에서는 사업 규모가 가장 큰 지역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이곳은 지난 2007년 8월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사업 구역은 기존 13만 9754㎡에서 15만 4096㎡로 1만 4342㎡ 확대됐고, 역내 제2종 일반주거지역 1만 7442㎡의 용도지역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본 정비사업장은 재건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사업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우신아파트, 양서아파트, 홍진시범 1ㆍ2차 아파트, 홍진아파트, 화인빌라, 단독주택 등 총 7개 단지로 구성돼 있어 재건축 추진을 위한 통합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많은 데다 그로 인한 주민 갈등마저 심해 재건축 사업이 엿가락처럼 늘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근 1주구와 2주구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림건설의 e편한세상 등 브랜드 파워가 있는 아파트들로 재건축된 데 비해, 3주구만 낡은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다소 낙후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7개 단지ㆍ3개 단체 통합돼 전기 마련
갈등 봉합 늦어져 각종 규제 적용…부담금 ↑

 
하지만 관할 구청인 강서구청이 여러 개로 난립하고 있는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야 사업 승인을 내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추진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전까지 본 정비사업은 우신아파트와 홍진시범 1ㆍ2차 아파트, 단독주택, 화인연립 등이 하나의 조합(3주구 조합)을 형성했지만 양서아파트와 홍진아파트가 각각 쪼개져 총 3개의 단체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3주구 조합’이 지난 2002년 7월에 가장 먼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양서’와 ‘홍진’은 지난 2004년 각각 추진위를 구성하고 조합을 설립했다.
구청의 방침에 따라 3개 단체는 통합을 도모하기 시작했고, 지난 2004년 ‘양서’가 ‘3주구 조합’에 흡수ㆍ통합됐다. 반면 그해 10월 개최된 통합 총회에 ‘홍진’이 불참하면서 완전한 통합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05년 6월 ‘홍진’이 조합을 해산하면서 통합에 한 발짝 다가갔지만 동의율 부족으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시게 됐다. 당시 동별 구분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1개 동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전체 20가구 가운데 14가구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7개 가구가 반대했던 것.
다행히 주민들의 재건축 열망과 그로 인한 부단한 통합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동의율을 충족할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라 지난 2006년 5월 명실상부한 통합 조합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서막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10여 년간 이어진 3개 단체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본 정비사업장은 다른 저밀도 지구보다 재건축 사업을 일찍 시작(1994년부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시행 중인 재건축 부담금을 피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이 통합 조합이 탄생하기 전 3개 단체 중 가장 빠른 ‘3주구 조합’의 조합 설립일(2002년 7월 24일)이 되면서 조합원 부담금은 크게 늘어났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본 정비사업의 덜미를 잡는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부담금 과다 논란 탓에 매물 늘어 가격 ↓
조합에 유리한 분위기 형성…갈등 여전
부담금 인하 실패 시 조합에 부메랑 돼

 
“조합원 추가 부담금 과다 논란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지분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인근 W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N씨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 지역의 지분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었다. N씨는 “정부의 DTI 규제 이후 가격이 떨어진 데다 조합이 조합원 추가 부담금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지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사업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지난 2006년 5월 개별 조합이 하나로 통합된 이후 요즘처럼 매물이 늘어난 적도 드물다”면서 “넘치는 매물을 처리하는 게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한편 본 정비사업장에서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간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5월 사업시행인가 뒤 조합원 간에 추가 부담금이 과다하며 분쟁이 벌어지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던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N씨 등의 전언이었다.
지난 7월 말 본 정비사업의 비대위 격인 ‘화곡3주구 바른 재건축을 위한 모임(이하 바재모)’은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 집행부 해임 등을 발의해 의결했다. 하지만 조합이 반발해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총회 결의 무효’ 소송을 냈고, 지난달 법원이 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위기는 일단 조합 측에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합은 조합원 부담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 Y씨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 대략 가구당 약 4000만 원, 분양가 상한제 폐지 시 약 7500만 원가량 부담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부담금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조합에 힘이 실리면서 지금과 같은 조합원 간 분쟁은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관계자들에 따르면 본 정비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합원 간 분쟁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었다.
J중개업소의 P씨는 “조합이 나서서 부담금을 낮춘다고 해도 인하 폭이 조합원 기대만큼 나올지 의문”이라면서 “만약 조합의 부담금 인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시뮬레이션 결과 우신아파트 56㎡짜리를 소유한 조합원이 105㎡짜리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최대 3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동일 면적의 아파트 매도 호가가 3억 6000만 원가량인 점으로 미루어보면 시세가 3.3㎡당 2000만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추후 조합 측의 부담금 인하 폭이 조합 관계자 Y씨가 언급했던 최대 인하 폭(7500만 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게 되면 주변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화곡2주구ㆍ2007년 12월 입주) 105㎡짜리 시세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이는 엄청난 부담금을 내고 입주한 조합원들이 향후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실망감을 키우게 되고, ‘매물 증가-가격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에게 그 피해가 귀속될 것이란 점 때문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