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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왕십리1-5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으로 시끌: 2009.11.19 15:44 입력 | 2009.11.29 09:57 수정

“공사비 좀 낮춰 줘” vs “이미 결정됐다!”

 
하왕십리 제1-5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장이 분양가 상한제 등의 각종 규제와 3.3㎡당 공사비가 가계약 때보다 수십만 원이 증가해 조합원 부담이 늘었다는 이유로 시끄럽다.
더욱이 본 정비사업장의 경우, 이미 관리처분총회에서 비용과 관련된 모든 안건이 통과된 상황이라 최근 불거진 조합원들의 ‘공사비 인하’ 요구는 사업을 난항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본 정비사업조합의 박진열 조합장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이렇다 할 분쟁 없이 순탄하게 진행돼 왔던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놓고 조합원과 시공사 간 갈등의 조짐이 보임에 따라 이를 중재하고,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관리처분총회까지 끝난 상황에서 공사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면서도 “사업이 막바지에 와 있는 상황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조합과 시공사가 분쟁을 일으켜선 안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조합원의 불만을 무시할 수 없는 조합의 입장도 시공사가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사비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집행부 노력으로 수백억 원 이익…그래도 불만
조합(원) 불만 해결 방법 공사비 인하뿐?

 
“조합으로서는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협력 업체인 시공사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니 난처할 수밖에 없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박 조합장의 입에서 제일 먼저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이 때문에 그의 처지를 단박에 헤아릴 수 있었다. 그는 “우리 집행부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지난 2003년 이후 우리 구역에서는 ‘지분 쪼개기’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만약 그것(지분 쪼개기)이 성행했다면 일반분양 물량(123가구)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아마 사업은 실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소리에 힘이 넘치던 박 조합장이었지만 조합원들의 끊임없는 부담금 인하 요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말은 신중해졌고, 표정은 다소 어두워졌다. 그는 “본래 강북 지역은 용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비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더욱이 우리 구역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라 조합원들의 권익에 심각한 제약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 정비사업장은 지난 2007년 11월 이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분양가 상한제’란 규제를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타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감소해 조합원 부담이 가중되게 됐다.
하지만 해당 조합의 쉴 새 없는 노력 덕분에 현재는 규제 적용으로 인한 손실 규모의 절반 정도를 되찾아 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 조합장은 “조합이 조합원들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으로 인해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차이가 주변 다른 디역의 경우 5%포인트(P)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조합의 경우에는 13%P나 차이 난다”면서 “12%P 정도만 추가로 확보할 경우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혜택을 받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ㆍ공유지 무상 양도와 관련해 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89억 원 상당 이익을 봤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례율이 낮아 조합원들의 불만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조합은 국ㆍ공유지 무상 양도와 관련해 관할 구청장인 이호조 성동구청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중순 서울행정법원 제11부(판사 서태환)가 ‘국ㆍ공유지 무상 양도 결정 취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공제될 뻔했던 89억여 원을 조합의 몫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조합 측은 이를 놓고 성동구청 측과 재협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박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집행부의 노력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수백억 원 상당의 이득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공사비 인하’ 요구로 인해 그 빛은 바랜 상태다.
박 조합장은 “낮은 비례율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공사비에서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시공사 측이 이러한 주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이 “(공사비 인하가) 여의치 않으면 확장 공사라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 모두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박 조합장의 전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공사 측의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인근 타 사업장에 비해 (공사비가) 높은 만큼 이를 낮춰 줄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 아닌가”라며 “현 단계에서 조합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원활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공사비 인하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G건설 관계자 M씨(차장)는 “관리처분총회에서 이미 조합원 70% 이상의 동의를 받은 사안이므로 아무런 하자가 없을뿐더러 회사로서는 계약서상에 명시된 공사비를 낮춰야 할 어떠한 책임도 없다”면서 “게다가 (내가) 일선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고는하나 회사에서는 한 사람의 직원에 불과하고, 이미 상부에 보고가 끝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난처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조합 측과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사업 막바지에 와서 ‘공사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조합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조롭던 사업, ‘공사비 과다’ 논란에 이상 기류
물가 상승률 적용 시점 놓고 조합-시공사 이견

 
본 정비사업은 지난 2004년 서울시의 기본계획안 발표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11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가 구성됐고, 2006년 3월에 관할 구청인 성동구청으로부터 추진위 및 운영 규정 승인을 받게 됐다.
추진위는 같은 해 6월, 주민총회를 열고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G건설을 본 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사업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고, 추진위(현 조합)와 G건설의 관계 역시 이렇다 할 갈등 없이 순조로운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인근 사업장에 비해 본 정비사업의 공사비가 과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측의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애당초 G건설이 제시했던 사업 참여 제안서에는 본 정비사업장의 도급공사비가 3.3㎡당 348만 원으로 돼 있다. 제안서는 또 물가 상승률 적용 시점을 ‘2006년 6월 착공 기준’으로 명시하는 동시에, ‘실착공시까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적용하되, 실착공 후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어 지난 9월 개최됐던 정기총회(관리처분총회) 책자에 나온 공사 계약서를 보면 3.3㎡당 공사비가 389만 7천 원으로 돼 있다. 3년여 동안 11% 정도 오른 셈. 여기에 조합 측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계약 당시의 공사비(3.3㎡당 324만 5천 원)와 비교해도 3년여 동안 20%가량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자문에 응한 업계 관계자 S씨는 “(공사비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가량 오른 것은 통상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다만 입찰 제안서 등에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식의 문구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놓고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기타 비용을 포함한 총 도급공사비가 현재 399만 원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본보가 입수한 ‘하왕1-5구역 도급공사비 인상 내역’이란 자료를 보면 본계약서를 기준으로 인상된 공사비는 74만 5천 원이다. 여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른 조정분 ▲지질조건 변경에 따른 인상분 ▲모델하우스 부지 임차비(3.3㎡당 3만 5천 원) ▲설계ㆍ건축ㆍ소방법 변경 및 단지 고급화에 따른 추가분 ▲조합 운영비ㆍ간접 공사비 인상분 등이 포함돼 있다.
가계약 당시의 금액에 이를 모두 반영하면 3.3㎡당 순수 도급공사비는 399만 원으로 늘어난다. 총액이 늘어난 것만 놓고도 조합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불만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인상분 반영 항목에 있다.
조합 집행부 역시 물가 상승률에 따른 인상분과 모델하우스 임차비가 공사비 인상 내역에 포함된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 조합장은 “물가 상승률 적용 시점은 2006년 6월이 아니라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점이 돼야 한다”면서 “이것만 조정해도 평(3.3㎡)당 10만 원가량의 공사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조정된 인상분은 3.3㎡당 약 33만 4천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가 상승률 적용 시점은 계약에 따라 2006년 6월부터 1년 단위로 전년 동월비 인상률을 책정해 3년간 총 10.0%P 오른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G건설 관계자 M씨는 “그 부분 역시 이미 계약서상에 명시된 것이고, 인상률 역시 당국이 발표한 인상률을 적용해 합리적으로 책정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시공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으로서 의사 결정 과정상의 문제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 이미 관리처분총회까지 마친 상태에서 공사비 번복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면서 “다만 시공사 역시 우리 조합원들이 낮은 비례율로 인해 재산(권) 증식에 제한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본 정비사업장은 어떤 곳?

 
본 정비사업장은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 999번지 일대 3만 2천여 ㎡를 사업 구역으로 하고 있다. 상한 용적률 220.56%를 적용해 임대주택 97가구를 포함, 총 570가구가 신축될 예정이다.
일반분양 물량의 경우 최소 전용면적이 59.98㎡로, 총 123가구에 달해 일반분양으로 인한 수익금이 6백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는 프리미엄이 붙는 이른바 ‘로열층(Royal層)’의 대부분이 조합원들의 몫으로 할당됨에 따라 저층(底層)이 주로 분양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반분양 물량에 로열층을 주로 배정했어야 했지만, ‘넓고 조망권이 보장되는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 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당장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쾌적한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와 같이 결정한 것”이라며 분양가가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란?

 
공공택지 내 아파트ㆍ재개발ㆍ재건축ㆍ주상복합 등을 포함한 민간 주택 등도 원가에 적정 수익률을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것으로, 지난 2007년 4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해 9월부터 시행됐다. 이로 인해 분양가가 인위적으로 제약을 받게 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건설업체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규제 시행 전에 대거 물량을 쏟아 내면서 이후 벌어진 ‘미분양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규제 시행 이후에는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낀 탓에 분양을 꺼려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져 집값이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이것의 폐지가 검토됐으나 찬반이 엇갈리는 데다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되면서 논의 자체가 수그러든 상태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