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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지정 취소로 부천뉴타운 ‘발목 잡히나?’: 2010.01.26 16:35 입력 | 2010.01.27 02:43 수정

구역지정 취소로 부천뉴타운 ‘발목 잡히나?’ 

 
경기도 부천 원미뉴타운지구(원미재정비촉진지구) 지정과 관련한 도(道) 조례가 무효이기 때문에 일부 지구의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제1행정부(하종대 부장판사)는 부천 원미뉴타운지구 내 소사 10B구역 주민 123명이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원미재정비촉진지구변경지정 및 재정비촉진계획결정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기도 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가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 50% 이상과 호수밀도 1㏊당 70호 이상, 주택접도율(주택이 폭 4ｍ 도로에 접해 있는 비율) 30% 이하 등의 요건 가운데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뉴타운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상위법령인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령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며 “이 조례에 따른 원미뉴타운지구 소사 10B구역 9만3천400여㎡의 재정비촉진지구지정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미재정비촉진지구 전체에 대한 지구지정 취소 청구는 “원미뉴타운 전체에 대해 취소를 구할 권리가 없다”며 각하했다. 원미10구역 주민123명이 제기한 원미뉴타운 전체촉진지구에 대한 지구지정 취소는 사유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셈이다.
 
경기도는 원미뉴타운의 노후ㆍ불량 건축물 비율이 61.6%로 뉴타운지구 지정요건을 충족한다며 지난해 5월11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으며 뉴타운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7월31일 지구지정취소 소송을 냈다. 지구지정 고시 후 90일 이내에 지구지정취소 소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과 9동 주민 84명이 원미뉴타운지구 소사 10B구역 주민과 비슷한 이유로 경기도지사와 안양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지정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소송과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며 “상위법이 뉴타운지정과 관련한 기준을 애매하게 정하고 있어 국토해양부에 법 개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도는 서민들의 주거안정 및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 이미 재정비촉진계획이 승인된 부천 소사지구·고강지구·원미지구, 광명지구를 포함해 현재 23개 지역에서 뉴타운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판결을 비롯해 부천 소사뉴타운 지구와 안양 만안뉴타운 지구 일부 주민들도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뉴타운사업이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고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도시정비법과 조례의 충돌’이 원인
 
이번 원미10B구역 판결로 전문가들은 뉴타운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소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도가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것이 도 조례는 물론 상위법인 도시정비법상에 뉴타운지구 지정을 위한 건축물의 노후화 측정 및 철거 대상 판단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도의 뉴타운사업과 관계자는 “앞으로 뉴타운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 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국토해양부가 관련법을 개정해 뉴타운 대상지역 지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도는 이미 국토부에 법 개정을 건의한 상태며 경기도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도시정비사업의 전문가 C씨는 “이번 원미10B구역지정 취소소송의 단초는 지난 9월8일 안양 냉천지구와 새마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지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며 “지난 9월, 서울고법 행정4부가 안양5동·9동 냉천·새마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지정 처분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히면서 구역지정 소송이 정비사업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원미10B구역의 경우에도 원고승소 이유는 경기도 조례와 도정법의 충돌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경기도 조례는 노후불량 건축물 수, 무허가 건축물 수, 호수 밀도 등의 요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법령인 도시정비법 시행령은 조례를 통해 해당 요건의 세부사항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이들 가운데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을 허용토록 하고 있지는 않다. 냉천 새마을지구 판결은 경기도 조례의 이러한 구역지정 요건이 잘못됐음을 판시하면서 재정비사업 자체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판결로 인해 경기도는 물론 유사한 내용을 규정한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재개발 구역에서도 구역지정 관련 소송이 줄을 이어 제기됐다. 
 
이어 C씨는 “지난 15일 재판부가 경기도 조례에 따른 원미뉴타운지구 소사 10-B구역 9만3400여㎡의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냉천 새마을지구, 안양 만안뉴타운 사례가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부천시 뉴타운 사업이 앞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연합회 장재욱 위원장은 “원미10B구역의 경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나긴 했지만, 도의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부천시가 사안을 면밀하게 검토하
고 항소할 뜻을 밝힌 만큼 합리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라고 전했다. 

 
◆ 원미10B “주민이 원하면 사업 진행” 
 
이번 구역취소소송에 의해 부천시 뉴타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합설립을 앞두고 있는 단계서 조례 미흡으로 사업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강지구의 한 추진위원장은 “객관적인 조사 없이 법과 조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주민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뉴타운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부천시 3개 지구는 이미 계도기간이 지나 소송제외 대상이기 때문에 사업진행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천시 김홍배 과장은 “부천시 3개 지구는 이미 계도기간이 지나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도시정비법이 아닌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으로 지구지정을 받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법률해석과 행정절차에 괴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 한 후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조례가 상위법인 도시정비법을 벗어났기 때문에 구역지정을 취소한 것은 자의적인 해석이며 부천시 뉴타운지구는 도촉법에 의해 구역지정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미10B구역의 주민인 K씨는 “원미10B구역은 아직 추진위가 승인된 상태가 아니고 구역지정 고시 후 추진위 구성을 위한 동의서 확보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번 판결은 주민과 주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천시의 항소 결과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이번 촉진지구구역 취소의 여파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시관계자와 일선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사업진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가람의 전영상 변호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예정구역을 정하고, 도촉법에 의해 정비사업의 큰 틀을 그렸다 하더라도 각 구역은 사업유형에 따라 도시정비법을 적용받게 된다”면서 “구역취소소송을 풀어가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