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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시재생사업 근본적 ‘한계’ 직면: 2010.01.26 16:37 입력 | 2010.01.27 02:43 수정

인천 도시재생사업 근본적 ‘한계’ 직면

 
인천 서구 가정동에서는 그동안 사업시행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지구’ 건물철거 공사가 지난 12월 22일 시작됐다. 
 
일명 ‘루원시티’로 불리는 이 사업은 가정오거리 일대 97만여㎡ 구도심에 77층짜리 쌍둥이빌딩과 1만1291가구 아파트 등 입체복합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4년까지 2조8000억 원을 쏟아 부은 이른바 인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하지만 2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해 말 철거가 시작됐지만 현재 보상협의율은 8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장관계자는 “주민등록상 1500가구가 아직 보상에 협의하지 않았다”며 “이주하지 못한 가구 중 대부분은 시와 LH가 제시한 보상액으로는 월세 얻기조차 힘들다고 반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이주대책, 보상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지구’ 문제에 대해 “인천시의 구도심 개발 프로젝트인 도시재생사업 방식에 심각한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아닌 도시개발법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도시재생사업은 송도, 청라, 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된 인천 구도심지역을 재생시키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대표적인 현장이 이번에 사업이 속개된 가정오거리다.
 
도화지구의 경우에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지자체장이 사업방식을 정할 수 있는 동인천, 인천역, 제물포, 숭의운동장 등 도시재정비촉진사업 지구에서도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도시재생사업이 정확한 법률적 근거로 정립된 개념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로 있다. 
 
도시재생사업 전문가인 S씨는 “도시재생사업은 얼핏 보면 서울 뉴타운·재개발사업과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사업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명확한 법률 근거가 없다”며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근거 법을 보면 인천도시재생사업은 나대지가 50% 이상인 곳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도시개발법’을 적용한다. 서울 뉴타운·재개발사업이 도시정비법에 근거해 추진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업 주체인 인천시가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주민들이 모여 사는 구도심지역을 강제 수용하고 철거해왔다. 
 
S씨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사업은 주민 75%의 동의를 얻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반면 도시개발법에 따른 사업은 50% 동의만 얻으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의 불만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도시개발법은 택지개발처럼 나대지를 개발할 때는 쉽게 사용될 수 있지만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선 어려운 사업방식”이라며 “인천 도시재생사업의 허점은 법률적으로 정착된 개념이 아니고 사업 기반법이 도시개발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자체장 승인을 거쳐 추진한다. 따라서 개발지역이 정해지면 재개발조합 등이 결성되고 시공사 선정 등을 거쳐 사업이 진행된다. 토지등소유자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만큼 사업시행에 중요한 결정은 모두 ‘총회’를 통해 의결하게 된다.
반면 도시개발법은 추진주체가 조합이 아닌 외곽지역의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기업이나 개인(개발대상 토지의 3분의 2 이상 소유)이다. 결국 시행자의 목적에 따라 추진되는 민자 사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S씨는 “인천시 도지재생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도시개발법의 허점 때문” 이라며 “도시정비법은 기존 거주자 즉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이 보장되는 반면 도시개발법은 개발 후 발생하는 이익을 상당부분 사업시행자가 독점하게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좌지구의 경우 2010년 2월까지 지구 지정에 따른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백지화될 수 있다. 제물포 역세권 역시 주민들과의 보상 및 이주대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이 지연되면서 2010년 3월까지 실시계획을 인가받지 못하면 지구지정 고시에 따라 효력을 잃게 된다. 


 
분양가상한제 함정 재생사업 ‘흔들’
도화지구․제물포 사업시행 어려움
공영개발방식 또 다른 논란거리

 
도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은 PF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 경우다. 도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은 인천 남구 도화동 일대 인천대 부지(88만여㎡)에 6000여 세대의 아파트와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으로 PF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기 때문에 사업성이 당초 계획보다 대폭 떨어져서 발생했다. 도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인 M사는 원래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적자가 9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 6월 성사시키려 했던 1조 원 가량의 PF를 계속 미뤄왔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어 지금까지도 PF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천도시개발공사는 “민간 PF가 안된다면 공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고 직접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천도시개발공사 부채가 이미 3조원에 달해 조 단위의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도시개발공사는 2008년 말 기준 빚이 2조9260억 원으로 매출액의 7배에 달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보통 나대지 지가가 저렴할 때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기 수월하지만 인천시에서는 개발 대상지인 역세권 주변 땅값이 비싸 민간사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불가피하게 도시개발공사가 개입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씨는 “불가피하게 도시개발공사가 사업을 진행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주민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만큼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현재 도화지구를 비롯해 가정오거리, 가좌나들목 등 10여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운북레저단지, 연세대국제화복합단지, 151층 인천타워 공사 등 12개 사업의 PF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 PF 총액은 14조5500억 원으로 금융비용만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이들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금융부채가 7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분양가상한제 함정에 빠져 사업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천시가 사업지 내 토지를 수용해 직접 사업주체가 되는 공영개발 방식을 선택한 데 있다. 인천시 측은 “인천 구도심은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는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상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S씨는 “인천시의 공영개발 방식에 따르면 2006년 하반기부터 2007년 상반기에 이뤄진 지구지정 공람일이 지나 구역 내 주택을 매수한 자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지구지정 공람일 이후부터는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어 해당지역 주민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고 말했다. 
 
가정동 주민인 L씨는 “도시개발법 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으려면 보상이 시작될 때까지 그곳에 살아야만 하는데 사업기간만 계속 늘어나니 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성토해 공영개발방식이 인천시 도지재생사업의 또 다른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S씨는 “보통 재개발지역은 정비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가격 프리미엄이 한 단계 오르고 지정 후 사업승인을 얻으면 또다시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이미 인천 재개발지역들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나 가격이 꽤 반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 개발방향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 청라, 영종지구에 쏠려 있고 구도심은 사업성 문제로 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수년째 지분가격도 멈춰있는 상태라 장기간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 우려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인천시 도지재생사업이 관련법 부재와 공영개발방식에 따른 한계를 보이고 있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영방식→민간방식 전환이 급선무
도시정비법으로 사업방식 바꿔야
‘현지개량 방식’ 대안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인천 도시재생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도시개발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을 근거로 사업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S씨는 “이미 사업이 도시개발법에 따라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도시정비법을 근거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 인천시가 사업 주체에서 손을 떼고 민간 사업자를 끌어와 민간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며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도시재생사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성공적인 모델이 된 도시재생사업은 민간이 구역의 지분을 모두 매수한 뒤 개발하는 방식이다”며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개발방식을 고수할 경우 주민 반발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고 인천도시개발공사 부채만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깊기 때문이다. 
 
S씨는 “인천시 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인천시가 직접 나설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민간 주도 개발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다”며 “단 서울의 공공관리자 제도와 같이 공공이 감시하는 역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입장에선 사업성이 없다 보니 주민 보상이나 혜택을 줄이려 하고 주민들은 늘어나는 추가부담금 때문에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에 근거해 사업진행 방식을 바꾸고 민간이 주도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인천시 도시재생사업에 S씨는 현지개량 방식을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S씨는 “일본에서처럼 민간 주도의 개발방식이 어렵다면 일단 현지개량 방식을 대안으로 모색해 볼 수 있다”며 “현지개량 방식이란 각자 비용을 들여 집을 고치고 인천시는 도로, 공원, 학교 등 정비기반시설을 놓으면서 원주민들이 재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지개량 방식은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며 “인천시 도시재생사업의 근본적인 성공을 도모하기 위해선 도시정비법에 따른 사업방식이나 민간 주도의 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