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공공관리자제도 추진위설립 후 ‘정비업체’ 승계 문제

공공관리자제도 추진위설립 후 ‘정비업체’ 승계 문제: 도시정비법 ‘위반’ 향후 문제소지 남겨; 2010.01.26 16:43 입력 | 2010.01.27 15:38 수정

공공관리자제도 ‘정비업체’ 승계
도시정비법 ‘위반’ 향후 문제소지 남겨 

 
출발부터 특혜시비에 휘말렸던 공공관리자제도가 졸속 행정으로 인한 문제점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의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만연돼 있는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업초기부터 공공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가 공공관리자 제도였다. 하지만 정비업체선정과정의 공정성시비, 그리고 추진위설립 후 정비업체추인의 과정에서 도정법 위반논란까지 곳곳이 함정이다.
 
서울프로세스 신태우 이사는 “공공관리자제도는 첫 단추인 정비업체 선정부터 잡음이 발생했다”며 “공공개입의 명분으로 삼았던 투명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곳곳에서 졸속 행정의 폐해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선정을 공공이 독점함으로써 선정기준에서부터 투명성에 의심을 받는 상황”이라며 “투명성 자체도 문제지만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시티의 윤영현 변호사는 “근거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이 가칭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고 말했다. 김학성 변호사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뒤 정비업체 및 건축사무소는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도록 돼 있는데 공공이 가칭 추진위단계에서 주민들에게 정비업체를 확인해줌으로써 차후 정비업체 승계가 법률상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제도 개선안대로라면 구청장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선정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서울시의 주장은 “재건축·재개발에서 비리의 중간 다리역할을 하는 곳은 정비업체이며, 이런 업체가 자금줄을 대고 추진위 및 조합 집행부를 옭아 매기 때문에 구청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해야 투명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주민총회에서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하도록 돼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경우 경쟁 입찰의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을 위해 필요한 건축사사무소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절차를 준용하도록 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사업 관계자 S씨는 “서울시가 야심차게 시행하는 공공관리자제도는 도시정비법을 무시하고 구청장이 지정한 업체를 주민총회에서 공개경쟁하지 않고 추인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라며 “졸속행정이 현행 도시정비법을 정면에서 위반하는 무지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있음에도 서울시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밀어붙일 예정이지만 국토해양부는 도시정비법이 지난 해 1개월에 1개씩 법안이 발의되고 개정 또한 계속해서 이뤄지는 마당에 또 다시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 담당 관청 간 불협화음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정비업체 선정은 어떻게? = 도시정비법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자 할 때는 경쟁입찰의 방식에 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경쟁입찰이란 일정한 자격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업체를 입찰에 참가하도록 하고 그 조건을 검토해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지명경쟁입찰이란 계약의 성질 또는 목적상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특정다수의 참가자를 지명하여 입찰에 참가하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도시정비법에서의 경쟁입찰이란 일반경쟁입찰과 지명경쟁입찰 양자를 통틀어 일컫는다. 추진위원회가 주민총회에서 일반경쟁 및 지명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 추진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고 추진위원회의에 주민총회 부의안건에 대한 사전심의권이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추진위원회에서는 그 선정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도시정비법에서는 미응찰 등의 이유로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는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운영규정안 제28조 제1항 단서)
 
문제는 서울시가 절차와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도시정비법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정비업체를 선정한다는 점이다.
 
윤영현 변호사는 “공공관리자제도에서는 가칭 추진위원회와 정비업체, 구청 3자가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게 된다”며 “일단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정비업체를 추인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입찰할 것인지 추진위에게 위임된다고 하지만 도시정비법에 어긋날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근거법이 없는 상태서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추인 혹은 경쟁입찰을 결정한다는 것은 도시정비법을 역행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정률의 김학성 변호사는 “구청에서 정비업체를 주민들에게 확인해주는 행위 자체가 주민총회를 통해 이뤄지는 토지등소유자의 의사결정권을 박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공이 가칭 추진위 단계서 정비업체를 확인해주는 것은 위법한 관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사업 전문가 S씨는 “현행 도시정비법을 무시하고 정비업체를 구청장이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추진위원장 선출, 동의서 제출기간, 추진위 승인 일정까지도 미리 결정함으로써 공공관리자제도 전체에 심각한 오류고 발견되고 있다”며 “구청장이 선정한 정비업체의 승계여부를 어떻게 결정한 것인가고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관리자 제도의 도입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절차를 무시하거나 도시정비법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졸속행정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정비업체 추인’ 어떤 문제가 있나
형식만 ‘경쟁입찰’ 될 가능성 크다

 
현행 공공관리자제도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구성 뒤에는 추진위원회가 정비업체를 추인 혹은 경쟁입찰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이 주민들에게 정비업체를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도시정비법 위반이지만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에 정비업체를 추인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법무법인 그린의 배태민 변호사는 “정비업체를 임의로 선정한 것 외에도 추진위원회에서 추인의 형식으로 정비업체를 승계하게 되면 이 또한 도시정비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 전 강서구 등촌1 단독재건축구역 추진위원회가 새 정비업체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선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창립총회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선정의 건을 상정해 추인의 형식으로 정비업체를 선정했으나 명백한 도시정비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사안을 두고 추진위 관계자는 “새 업체를 선정할 당시 구청 담당자자로부터 자문을 받았는데 기존 업체와의 계약내용 그대로를 새 정비업체가 승계한다면 굳이 경쟁입찰 방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자문해 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이 경우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비업체의 선정방법을 어긴 것이 분명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현행 도시정비법상 정비업체를 추인의 형식으로 승계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임을 확인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 S씨는 “공공관리자제도를 시행하며 추인의 형식을 빌려 정비업체를 승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며 “등촌1구역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공관리자제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조례로 공공관리자제도를 규정하고 도시정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시정비법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현장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추진위원회 구성 뒤에 경쟁입찰의 방식으로 정비업체를 선정해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S씨는 “가칭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정비업체가 소위 사전작업을 모두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형식만 ‘경쟁입찰’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공공관리자제도는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비업체를 승계하는 문제까지 이래저래 졸속행정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해중 기자 lovecharlotte.rn@gmail.com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