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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감정평가업체선정 ‘문제 많다’: 2010.01.26 16:54 입력 | 2010.01.27 02:40 수정

지자체 감정평가업체선정 ‘문제 많다’
업체선정은 ‘시장·군수’ 비용은 ‘조합’
‘투명성확보’ 되레 양날의 칼 될 수도 

 
지자체가 감정평가 업체를 선정하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의 논쟁 거세다. 지자체가 ‘순번제’로 감정평가 업체를 선정하면서 감정평가사의 실적과 경험이 무시돼 조합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특혜시비에 자유로울 수 없어 부담스럽다. 감정평가업체 기준을 마련하고 제안서를 받게 되면 소형법인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서울시에서는 서울에 등록돼있는 법인 중 150인 이상의 우수법인에 한해 순번제로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새한의 문영식 감정평가사는 “지자체마다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순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가 제안서를 받아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게 되면 특혜시비나 업체밀어주기 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되면서 감정평가는 시장 및 군수가 선정·계약하고 그에 따른 비용은 사업시행자(조합)가 부담하도록 규정됐다. 또 도시정비법 제48조5항에서 시장·군수가 계약한 감정평가업자의 평가대상에 세입자 보상을 명시토록 개정했다.
 
특히 개정안에서는 조합이 감정평가를 하고자 할 경우 시장·군수에게 요청하고 비용을 미리 예치해야 한다. 또한 감정평가가 끝난 후 시장·군수는 예치된 금액에서 감정평가 비용을 직접 지불한 후 나머지 비용을 사업시행자와 정산토록 했다.
 
현행 감정평가 선정 규정에 따르면 자산평가 및 세입자 손실보상평가 때에는 시장·군수가 선정·계약한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하여 산정하게 된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을 변경·중지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분양예정 대상인 대지 또는 건축물의 추산액과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은 사업시행자 및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합의하여 이를 산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제48조1항4호에 따라 조합원이 가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산정 시 조합원이 둔 세입자로 인하여 손실보상이 필요한 경우 조합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조합원이 둔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액을 뺀 나머지 가격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감정평가에 소요되는 비용은 사업시행자 즉 조합이 부담한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제1호에 따라 감정평가를 하고자 하는 경우 시장·군수에게 감정평가업자의 선정·계약을 요청하고 감정평가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예치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감정평가업자 선정에 대해 “각 지자체가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선정․계약을 하면 된다”며 “기존의 감정평가사 선정방식이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바뀐 이유는 주택재개발에서 재산평가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고 또한 재산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가 개재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와 구가 직접 감정평가사를 선정하고 계약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는 권한을 조합에서 시나 구로 이관함으로써 감정평가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한다는 것이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감정평가 선정은 시나 구가 직접하고 비용은 조합에게 전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부천지역의 한 추진위원장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능력 있는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용 및 책임을 조합에게 전부 전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투명한 감정평가를 위해 도시정비법을 개정했다고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감정평가 선정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순번제를 돌리는 등 자기들 편한 대로만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의 이정림 감정평가사는 “종전․종후자산평가를 통해 개인별 분담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감정평가사의 실적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감정평가를 선정하는 방식이 분쟁을 방지하는데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성을 근거로 실적이 없거나 경험이 부족한 감정평가업체가 업무를 맡았을 때 조합에게 큰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이 평가사의 설명이다. 이 평가사는 “감정평가사가 조금만 실수해도 조합원 재산상에 큰 피해가 가게 된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자체가 질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감정평가사 경험·실적 왜 중요한가?
종전·종후자산평가 ‘조합원 분담금’의 기준
지자체 감정평가업체 선정으론 ‘한계’ 있어

 
종전자산의 감정평가는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그 감정평가액은 관리처분을 위한 조합원 권리가액 산정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종후자산의 감정평가액은 조합원 분양가격 산정의 기준이 된다.
 
조합원 분담금은 ‘조합원이 분양받은 종후자산 감정평가액(조합원 분양가액) - (조합원소유 종전자산 평가액×비례율=조합원 권리가액)’의 계산에 의해 산정되기 때문에 결국 종전자산 감정평가액과 종후자산 감정평가액은 조합원 분담금의 산정기준이 된다. 종전자산 및 종후자산 감정평가액이 어떻게 계산되느냐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감정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냐에 조합원들은 민감하다.
 
미래새한의 문영식 감정평가사는 “각 조합원이 소유하는 토지·건축물이 다양하기 때문에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림 감정평가사는 “재개발 사업에서 감정평가의 비중은 매우 크다”며 “종전·종후자산의 비중을 감안했을 때 감정평가사의 실적과 경험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S씨는 “지자체가 감정평가를 선정하며 발생하는 문제는 실적이나 경험을 검증할 시스템이 부재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 입장에서 각 감정평가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경쟁 입찰할 수도 있지만 특혜시비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순번제로 감정평가사를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순번제로 감정평가를 선정할 때 어떤 조합은 경험이나 실적이 부족한 감정평가업체가 업무를 맡을 수도 있고 다른 조합은 우수 감정평가업체가 업무를 맡을 수 있다”며 “조합이 사업시행자로서의 권한을 박탈당한 상태서 업무능력이 부족한 감정평가업체에 의해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정림 감정평가사는 “지자체가 감정평가사를 선정할 때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며 “지자체는 특혜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번제로 감정평가사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득이하게 순번제로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감정평가업체의 자격요건이나 실적을 검증할 객관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만이 조합원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지자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필요
문제 발생 시 조합원 보호대책 없다

 
재개발전문가 S씨는 “누가 뭐래도 조합의 입장에서는 업무능력이 검증된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고 싶을 것이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과도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수주를 하기위해 수수료를 할인하는 등 부정한 방법의 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동안 그러한 부작용이 더러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정 방식에 따라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는 측면도 이해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감정평가를 순번제로 선택하더라도 형평성과 실적을 감안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수 감정평가 업체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림 감정평가사는 “사실 일정 기준만 되면 누구나 감정평가사 법인을 만들 수 있다”며 “국토해양부 지침에 따라 우수감정평가 업체 기준을 만든 만큼 그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지자체의 반응도 다양하다. 부천시의 경우에는 아직 명확한 선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감정평가업체의 실적과 경험을 검증할 기준을 마련할 움직임이다.
 
부천시 도시균형개발과 이영만 팀장은 “조합과 현장에서 지자체가 순번제로 감정평가사를 선정할 때 피해가 조합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토부에서 우수감정평가업체로 고시한 업체 중 따로 등록신청을 받은 뒤 감정평가 업체들이 모두 모여 순번을 주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법인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평가업체의 성실성이나 기술력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조합의견과 여론을 최대한 반영해 감정평가업체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각 지자체들이 감정평가업체 선정을 위한 기준을 준비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또 다른 문제는 검증받지 않은 감정평가업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책임 소재에 관한 것”이라며 “지자체는 조합과 감정평가업체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감정평가사를 선정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비난이 지자체로 모두 쏠릴 수도 있는데 그때 지자체가 세울 수 있는 대책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이다. 
 
반면 도시정비법상 감정평가업자의 선정․계약과 비용 지불을 시장․군수가 책임지고 해결해서 감정평가업자를 보호해 주도록 하는 장치는 있지만 동법 제48조 5항의 재산 또는 권리의 평가와 관련해서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없는 것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익명의 감정평가사는 “사업주체인 조합은 보호받지 못하고 순번제에 의해 선정된 감정평가업체는 공공에 의해 계약 및 비용 측면에서 보호받는 일은 모순”이라며 “시장․군수가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을 선정할 때 간사 감정평가업자를 지정하고 간사 감정평가업자가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해서 평가가액을 결정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목록을 작성해서 시장․군수와 사업시행자에게 제출하고, 작성된 평가목록을 부동산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장․군수가 평가가액을 결정·고시해 감정평가업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국민의 재산권도 함께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정림 감정평가사는 “재개발 사업에서 종전자산 평가와 종후자산 평가는 물론, 국·공유지 처분평가, 보상평가, 일반분양평가, 사업성 분석, 재건축 분담금 산정, 세입자 영업보상비와 권리금 보상비율 등 가치와 관련된 모든 업무가 감정평가사의 손을 거치게 돼있다”며 “감정평가의 역할이 재개발사업에서 매우 크기 때문에 지자체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하고 조합과 현장 의견을 반영해 선정 방식을 수정·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