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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ㆍ신안 대의원 자격 요건 둘러싸고 ‘잡음’: 2010.01.26 23:41 입력 | 2010.01.27 03:00 수정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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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ㆍ신안 대의원 자격 요건 둘러싸고 ‘잡음’ 
일부 대의원 발의 대의원회의 개최 
직무대행 성원 부족 이유 제동 걸어 
 
법원으로부터 조합장 직무대행이 임명돼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대농ㆍ신안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이 여전히 표류 중이다.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대농ㆍ신안 재건축 사업장은 본보가 시험판(09년 8월 12일자)부터 창간호(09년 9월 2일) 등에 이르기까지 일찍부터 주목해 왔던 곳이기도 하다. 
 
본 사업장은 지난해 9월, K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대농ㆍ신안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대농ㆍ신안 조합)의 조합장 직무대행(이하 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지나는 동안 해당 정비사업장의 갈등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나빠졌다는 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직무대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처음엔 기대가 컸다”면서 “하지만 지금 그(직무대행)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직무대행으로서 맡은 소임만 제대로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조합원들은 “K직무대행이 조합원들의 대의원회의 소집 요구와 총회 소집 요구 등을 묵살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지연시키는 것도 모자라 ‘선거관리위원(이하 선관위원)이 선거 관리를 잘못하면 사퇴할 것’, ‘내가 사직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참다못한 조합원들이 스스로 조합 정상화를 위해 일어서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지난 7일에 개최됐던 대의원회의. 이날 대의원회의는 재적 대의원 15명 중 노 모 씨 등 9명이 공동 발의해 열리게 됐다. K직무대행은 이날 대의원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의원의 자격 요건에 관한 논란도 거세다. 당초 관할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대농ㆍ신안 조합의 대의원은 18명. 하지만 이 당시에는 이들 중 배 모 씨와 김 모 씨 등 2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김 모 씨는 사임하는 등 총 3명이 결원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노 씨 등 대의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은 “이날 회의가 재적 대의원 15명 중 9명이 참석(서면 결의 포함)했기 때문에 의사정족수를 충족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직무대행은 “이날 대의원회의는 재적 대의원 18명 중 9명만 참가해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무효”라면서 “그런 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으로 진행되는 업무 또한 무효”라고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K직무대행이 주장하는 재적 대의원 18명은 전 조합장 박 모 씨가 지난해 4월 15일 박 모 씨, 8월 14일 이 모 씨와 장 모 씨 등 총 3명을 선임했다고 주장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조합의 신 모 이사 등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3명은 대의원 자격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첫째, 3명 모두 5명씩의 대의원 추천을 받지 않았다. 조합 정관 제24조 제4항에 따르면 대의원 결원 시 대의원 5명의 추천을 받아 대의원회에서 보궐ㆍ선임해야 한다. ▲둘째, 2009년 4월과 8월에 대의원회의 소집 시 대위원 선임에 대한 내용을 사전에 통지한 바 없다. ▲셋째, 이날(2010년 1월 7일) 대의원회의에 참석한 9명에게는 지난해 8월 대의원회의에 대한 자료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넷째, (09년) 8월 대의원회의 당시 안건 상정 여부조차 참석자들에게 묻지 않고 진행됐다. 무엇보다 이때 참가자 중 박 모 씨는 무자격 대의원으로서 박 씨를 빼면 의사정족수에 미달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위와 같은 하자 때문에 관할 구청으로부터 인가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회의 당시 사회자는 이들 3명을 ‘결격 대의원’으로 못 박았고, 대의원들 역시 이에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K직무대행도 재적 대의원이 18명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는 게 대의원회의 공동 발의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에 열린 대의원회의 당시 K직무대행은 “같은 해 8월 열렸던 대의원회의는 성원이 부족했다”면서 “그런 회의에서 선임된 대의원 2명은 자격에 문제가 있으므로 재적 대의원은 16명”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합원 이 모 씨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현재까지 새로운 대의원이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K직무대행의 논리대로라도) 현재 재적 대의원은 16명”이라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과반수인 9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회의를 ‘성원 부족이다’, ‘무효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결격’ 대의원에 투표권 부여 
“법적 안정성?” Vs “허튼소리!” 
 
해당 사업장에서 조합장 직무대행과 일부 대의원 간의 관계는 부임 초기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K직무대행이 지난해 8월 박 전 조합장이 주최한 대의원회의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대의원회의 소집 요구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됐기 때문.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조합원들은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약 한 달 후 조합원들은 새로운 조합 임원 선출과 그를 통한 조합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때 K직무대행은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총회 소집 요구 발의 시 즉각 총회를 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합원들은 같은 해 10월, 조합원 76명(55.1%)의 발의로 총회 소집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K직무대행은 2개월 가까이 지난 11월 30일에 총회 안건 사전 심의를 위한 대의원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 김 모 씨는 “총회를 개최해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몇 개월째 무시했다”면서 “전임 조합장 때보다 나아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 박 모 씨는 “조합원 대부분 나이가 많아 하루하루 애간장이 타는 마당에 직무대행의 ‘느긋한’ 일 처리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직무대행은 사업이 몇 달 지연되더라도 꼬박꼬박 월급을 타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그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쳐 가며 애를 태웠다”고 하소연했다. 
 
총회 지연 이유에 대해 K직무대행은 “조합 정관상 총회 일자는 이사회의의 사전 의결을 거치게 돼 있지만, 일시와 장소는 조합장 (직무대행)이 결정하게끔 돼 있다”며 자신의 고유 권한을 부각시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농ㆍ신안 사업 구역 인근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직무대행 스스로도 ‘결격 대의원’이라 밝힌 자들에게 자의로 의결권을 부여해 불법적인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점 ▲그것이 고스란히 부당한 선거 결과로 이어진 점 ▲선거 당시 표결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를 선관위원으로 선출한 점 등 조합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일삼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K직무대행은 그해 8월 14일 선임된 대의원 이 모 씨와 장 모 씨에 대해 스스로 ‘결격’ 사유가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의결권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K직무대행은 “당시 그들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회의 진행이 어려울 듯해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게다가 법원이 해당 대의원들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상황이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를 존중하고자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대의원회의 속기록을 보면 그는 회의 초반 “비록 대의원회의에서 의사정족수가 안 돼 대의원 자격이 없더라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만큼 발언권은 줄 것”이라며 “다만 표결 시 표결권은 참아 달라”고 말해 이 씨와 장 씨의 의결권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선관위원 선출 표결 시 “이 2명의 투표권을 제한해도 누가 (선출)될지 예측 불가능하다”면서 “이 건은 그냥 17명(당시 회의 참석자 전원)이 투표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17명 다 표결해도 문제없겠냐?’라고 얘기했고, 이 부분에 대해 이의 제기가 없었다”면서 “이 부분을 이대로 확정지을 테니 불만이 있으면 소송으로 해결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정률의 김학성 변호사는 “스스로도 결격 사유를 밝힌 대의원에게 ‘법적 안정성’ 운운하며 투표권을 부여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결격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한 결의에 의해 해당 조합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가람법률사무소의 전영상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시티의 윤영현 변호사 등도 김 변호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윤 변호사는 “결격 대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면 해당 표는 ‘무효’”며 “해당 표가 효력을 잃음으로써 가부동수가 된 경우, 이는 ‘부결’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합장 대의원회 ‘의결권’도 논란거리 
“표준정관 ‘대의원’만 명시” Vs “의장=당연직 대의원” 
 
한편 대의원 자격과 그에 따른 성원 충족 여부를 놓고 논쟁의 발단이 된 지난해 8월 14일 대의원회 당시 조합장이 행사한 ‘의결권’을 놓고도 그 효력 유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K직무대행은 “이날 대의원회의는 의사정족수(16명의 과반)인 9명에 1명 부족하기 때문에 성원이 미달됐다”면서 “이때 선임된 대의원들은 법률적으로 보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보고된 성원은 ‘재적 16명 중 8명 참석, 조합장 포함 총 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조합장의 의결권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회의 정족수의 충족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2조 제1항에는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하며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의장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도 ‘대의원회의 의장은 조합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계 법령이 ‘조합장이 대의원 의장이 된다’는 것만 규정한 채 의결권에 대한 부분은 명시하지 않고 있는 셈. 
 
이러한 이유로 그간 대농ㆍ신안 조합의 대의원회의는 조합장을 포함해 총 19명으로 운영돼 왔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전(前) 조합장 박 모 씨의 지지자가 9명, 그렇지 아니한 자 역시 9명으로 대의원회가 양분된 상황에서 박 씨가 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조합장의 의결권을 인정해 왔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직무대행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직무대행은 “표준정관에 ‘대의원회는 대의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면서 “조합장은 대의원회의 ‘의장’일 뿐이며 의장이라고 해서 ‘의결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시티의 윤영현 변호사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도시정비법에 ‘조합장이 아닌 조합 임원은 대의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거꾸로 ‘조합장은 당연직 대의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없는 데다 정관상 조합장은 대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의원회의에서의 의결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법인 정률의 김학성 변호사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원칙적으로 조합장에게도 의결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선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합장은 대의원회의 의장으로서 당연직 대의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가람 법률사무소의 전영상 대표변호사 역시 “조합장은 당연직 대의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결권이 있다”면서 “조합장이 대의원회를 소집하고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마당에 의결권이 없다면 ‘사회자’에 불과할 텐데 이는 말이 되질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