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大法 ‘재건축 하자치유 再결의 적법하면 유효’

大法 ‘재건축 하자치유 再결의 적법하면 유효’: 2010.02.09 15:13 입력 | 2010.02.10 15:35 수정

大法 ‘재건축 하자치유 再결의 적법하면 유효’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조합원 총회 결의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해도 이후 정상적인 재(再)결의 과정을 거치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이 모 씨 등 39명이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영동차관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한 ‘총회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건축 사업에서 최초 결의가 정족수 미달 등의 문제로 무효가 돼도 나중에 조합원들이 새로 재건축을 결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족수가 채워지는 등 결의 요건이 충족되면 조합원들이 진정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결의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영동차관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01년 1월에 설립됐으며 배정 아파트의 평형 문제로 분쟁을 겪어오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 결의를 통해 분쟁 타결을 시도했다.
해당 조합 측은 지난 2004년 7월과 12월에 개최한 총회에서 ‘50㎡(약 15평ㆍ1평=3.3㎡)를 소유한 조합원에게는 109㎡(약33평)를, 73㎡(22평)를 소유한 조합원에게는 142㎡(43평)를 배정’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73㎡ 조합원들이 “159㎡(48.1평)을 배정해 달라”며 반발했고, 조합 측은 이듬해(2005년) 7월에 임시총회를 열어 ‘73㎡ 조합원의 분담금을 가구당 9500만 원씩 면제하는 대신 50㎡ 조합원의 분담금을 가구당 1096만 원 증액’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50㎡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결국 조합은 같은 해 12월에 임시총회를 열고 ‘73㎡ 조합원의 분담금을 가구당 8500만 원 차감하는 대신 일반분양가를 83억 원 상향 조정하고 50㎡ 조합원의 분담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정받은 아파트의 형태에 따른 시세 차이가 발생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분쟁이 이어졌다. 일조권ㆍ조망권이 ‘판상형 아파트’에 비해 불리한 ‘타워형 아파트’를 배정받은 이 씨 등(2단지 50㎡ 소유자 포함 총 39명)이 “같은 평형대의 판상형 아파트와 시세 차이가 발생한 만큼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2004년 12월과 2005년 7월, 12월 총회의 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낸 것.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설령 동ㆍ호수 추첨에서 불리한 소수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총회가 이뤄졌다는 원심의 전제 사실을 인정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적법하게 소집ㆍ의결된 총회 결의에 찬성한 조합원들의 의사가 진정한 것이 아니어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하기 어렵고 소유자 사이의 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타워형 아파트에 당첨될 것을 염려해 총회 결의에 반대하던 조합원들은 판상형 아파트에 당첨되자 총회 결의에 찬성했다”며 “원심은 타워형 아파트에 당첨되는 것이 판상형 아파트에 당첨되는 것에 비해 어느 정도 불리한지 등을 심리하지 않은 만큼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 소수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06년 12월, 해당 조합은 다시 임시총회를 열고 앞선 총회의 하자를 보완하는 결의를 했다. 그러자 이 씨 등은 “조합 측이 뒤늦게 동의한 조합원을 포함해 정족수를 채운 뒤 재결의했다”면서 “(애당초 개최됐던) 임시총회는 정족수가 미달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1ㆍ2심 재판부는 “재건축 결의를 할 때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법률’ 제46조 제2항에 따라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2/3 이상의 결의가 필요한데 당시 재건축 결의는 특별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므로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하급심의 판결은 효력을 잃게 됐다. 원심이 동ㆍ호수 추첨에 불리한 소수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총회가 이뤄져 무효라고 판단한 데 비해 대법원은 총회 결의에 찬성한 조합원의 의사가 진정한 것이 아니어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동차관아파트 조합의 허필창 조합장은 “(이번 판결은) 명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조합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이제껏 지속돼 왔던 분쟁이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조합장은 이어 “종전 결의의 하자를 치유한 뒤 재결의를 통해 공사를 재개하고 입주까지 마친 상태에서 소송이 제기돼 골치가 아팠는데 이번 판결로 이를 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조합뿐만 아니라 비슷한 분쟁을 겪고 있는 타(他) 사업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용어 정리
 
ㆍ타워형 아파트
: 서울 강남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고층 아파트나 주상복합 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좁은 땅에 높게 지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3~4가구가 들어선다. 이처럼 집집마다 거리가 좁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탑상형 아파트’로도 불린다.
 
ㆍ판상형 아파트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다. 보통 남쪽과 북쪽에 창을 만들기 때문에 환기가 잘 되고, 타워형 아파트에 비해 일조권ㆍ조망권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자형(一字形)’ 아파트로도 불리며, 단조로운 디자인이 단점으로 꼽힌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