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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공동재산 놓고 분쟁: 2010.02.09 15:15 입력 | 2010.02.10 15:48 수정

은마아파트 공동재산 놓고 분쟁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수천억 원대 공용부지 등의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발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미등기 상태였던 부지가 어떠한 사전 통지 없이 헐값에 매각됐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모처럼 활기를 띤 재건축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 셈.
 
‘은마 재산 찾기 추진위원회(이하 재추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5월에 약 13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공용부지(새마을회관 부지 4000여 ㎡ 포함 총 6000여 ㎡)가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 없이 경매가 진행돼 불과 250여억 원에 낙찰됐다.
 
실제로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에 위치한 새마을회관은 지난 2007년 5월 22일 대전시를 주소지로 하는 W사(社)에 소유권이 이전됐다. 집합건축물대장상 동일한 번지에 위치한 대피소(약 600㎡) 부지 역시 같은 날 W사로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재추위 관계자 이 모 씨는 “당시 소유권이 이전된 부지들은 우리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공동재산”이라면서 “하지만 재산의 주인인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것이 헐값에 넘겨져 주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W사는 해당 부지를 낙찰받은 후, ‘용도 변경’을 신청했으나 관할 강남구청이 “관계 법령에 의거해 새마을회관 등의 부지는 입주자를 위한 부대복리시설로서 (기존) 용도 폐지 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부대복리시설로만 용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며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W사는 법원에 ‘용도 변경 소송’을 냈고 최근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용도 변경 소송에서 승소해 해당 재산을 명도받은 후 ‘부당 이득 청구 반환 소송’으로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추위 관계자 이 모 씨는 “구청 관계자로부터 소송 전후의 내용을 들은 뒤 당시 아파트 입주자 대표(현 추진위원장ㆍ조 모 씨)에게 적극 대처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그는 ‘어차피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동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대응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재추위 측의 재산 찾기 운동을 무마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 등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W사가 해당 부지를 통해 이른바 ‘알박기’를 해 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본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향후 재건축이 시행될 경우 W사가 재건축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시행자 측(조합)에서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거나 이와 관련된 문제로 사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씨 등은 일례로 새마을회관 부지가 말끔히 치워져 있는 점을 들었다. 이 씨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W사가 용도 변경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해당 부지 내에 있는 재산은 함부로 손댈 수 없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기존 재산을 주인이 치우게 한 뒤에야 W사가 사용할 수가 있다는 얘기.
 
하지만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해당 부지 내 모든 집기를 깨끗이 치운 뒤 2년이 넘도록 빈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장인 김 모 씨는 “(재추위 등이 주장하는 바는) 일부 소수의 의견이며 새마을회관 부지 등에 얽힌 떠도는 얘기도 일종의 ‘설(說)’에 불과하다”면서 “지난해 12월 입주자대표회의 내 ‘재산 찾기 소위원회 분과(이하 재소위)’를 두고 실태 파악에 나선 상태”라고 일축했다.
 
추진위 측에서는 재추위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새마을회관 부지 소유권 이전 문제는 이전 소유자인 정 모 씨의 개인사”라며 “더욱이 재추위 측이 공동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집합건축물대장상 ‘전유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내 재소위가 설립돼 있는 만큼 향후 이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추위 측은 W사의 용도 변경 송소와 관련해 ‘원천무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추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주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상태”라며 “현재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르면 4~5월쯤에는 본격적인 소송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