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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세 10%…'줄 소송' 도화선 되나: 고법 '85㎡이하 부가가치세 돌려줘라'; 2010.02.25 11:35 입력 | 2010.02.26 16:50 수정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

서울시 강서구 화곡 1주구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지난 2008년 입주를 마치고 다시 조합의 관리처분 계획서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건축비에만 따라붙는 10%의 부가가치세가 전체 조합원을 위한 사업비에 반영됐기 때문. 
 
중소형 아파트를 배정받은 A씨 등은 중대형 아파트를 배정받은 조합원이 물어야 할 부가세를 전체 조합원이 나눠낸 것은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에 위배되기에 추가로 부담한 분담금을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건축비의 10%인 부가세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만 부과되며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면제 대상으로 일반분양 아파트는 이를 근거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제27부 민사부)은 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1주구 재건축조합원인 A씨 외 754명(법무법인 정률)이 재건축조합과 조합장 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분담금 반환' 소송에 대한 재건축조합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처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리처분계획안을 승인할 때 조합원들이 부가세 분담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찬성한 만큼 소형 배정 조합원이 부가세 면제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부가세를 공동 부담하려면 조합원 5분의4 이상의 특별결의 요건이 필요하지만 50%만 찬성하면 되는 일반결의 요건에 따라 결의했다"며 "더구나 소형 배정 조합원들에게 부가세 비용이 전가된다는 것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혀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중대형 아파트의 건축비에 따라붙는 부가세(건축비의 10%)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일반 건설사들은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할 때 건축비의 10%인 부가세를 분양 가격에 포함해 일반 분양하게 되며 조합 역시 중대형 아파트를 배정 받는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아파트에 소요되는 건축비의 10%를 부가세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조합은 개별 조합원에게 추가적으로 부가세를 환수하는 방식 대신 이들이 부담해야 할 부가세를 전체 조합의 사업예산에 포함시켜 이를 다시 전체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는 것이 고법의 판단이다. 
 
결국 이번 소송의 원고 측은 조세특례제한법상 부가세가 면제되는 전용 85㎡ 이하 배정 조합원이 대형 배정 조합원들이 내야 할 몫을 부담한 것인 만큼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전문가들은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가가치세와 관련한 문제는 화곡동 재건축조합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재건축 전문가 B씨는 “부가가치세는 관행상 전체 조합 예산에 편입돼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전국적인 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전문가들은 도시정비법 및 도촉법의 문제점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법률전문가 W씨는 “보통 관리처분계획 승인 요청이 구청에 들어가게 되면 구청의 관련 직원들은 사업비 등 자금운용계획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이는 도시정비법 또는 도촉법 어디에도 부가가치세를 어떠한 방법으로 처리하라는 내용이 없기에 구청에서도 이를 지도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폭풍의 핵’으로 부상 = 이번 고법의 판결에 따라 조합의 예산 추정과 관리처분계획서 등의 업무를 도와주는 정비업체 회사들은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숨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국의 수많은 조합들이 대부분 부가가치세를 공동 부담하는 것으로 관례화 되어있어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떨어진다면 사업지연 및 줄 소송이 우려된다. 이미 지방의 한 정비사업 현장의 경우 비슷한 상황으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미 1․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확률이 95%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호사 D씨는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의 경우 1․2심이 같은 판결일 경우 95% 이상 대법원에서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현재 추진되거나 사업이 완료된 전국 재개발ㆍ재건축ㆍ뉴타운에서 유사 사항에 대한 줄소송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업체의 한 관계자도 “이번 부가가치세 문제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이어지게 된다면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은 뻔한 얘기”라며 “그렇게 된다면 사업추진 단계에 있는 조합은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등 사업지연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홍순재 기자 loving94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