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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비용분담 관련 논란’ 종지부 찍었다: “추상적이라도 필수사항 기재 시 유효”; 2010.04.27 15:04 입력 | 2010.04.28 00:03 수정

관련 소송 휘말린 조합들 일제히 ‘환호’

 
대법원이 “조합 설립 동의서의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더라도 표준동의서 필수 사항을 기재했다면 유효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제기된 조합설립 무효소송이나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등에서 조합 측 승소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제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지난 8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파동 강촌 재건축 조합이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 7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소송(사건 2009다10881)에서 원고 승소 판단을 내린 원심(대구고등법원 2008.12.24 선고 2008나5975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 설립 동의서상 비용 분담 등의 사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피고(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관계 법령과 조합 정관 등의 규정을 종합할 때 구체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매도청구권 행사의 적법성을 다투기 위해서는 조합 설립 결의가 효력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됐거나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당연 무효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조합 결의는 표준동의서에 의한 것으로 표준동의서상 기재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조합 결의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동의서상의 비용 분담, 사업 완료 후 소유권 귀속 등에 관한 사항이 ‘조합 정관’을 따르고 있고 해당 정관에 그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쟁점이 됐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조합 정관이 정한 바에 따른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다”며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및 구 시행령, 조합 정관 등에서 조합원이 사업 진행으로 부담하게 될 청산금의 정산 방식(청산금=분양받은 대지 및 건축물의 가격-종전 토지 및 건축물 가격)뿐만 아니라 분양받은 대지 및 건축물의 가격과 종전 토지 및 건축물 가격의 평가 방법과 평가 기준 시점, 청산금의 부담 시기와 납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그러한 내용을 담은 이 사건 조합 정관도 동시에 조합 설립 결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에 관한 표준동의서상의 기재 내용이 조합원이 부담하게 될 사업비용의 분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조합은 대구 수성구 일대 12만8000여 ㎡ 부지에 12개동 740여 가구를 짓기로 하고 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 249명 중 208명으로부터 조합 설립 동의를 받아 지난 2005년 8월 조합창립총회를 가졌다. 이후 같은 해 11월 조합설립인가도 받았다.
 
그러나 김 모 씨 등이 재건축에 반대하자 결국 이들의 부동산을 사들이기로 하고 매도청구권을 행사,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하지만 김 씨 등은 “조합 설립 동의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무효이며, 토지 등의 감정가가 너무 낮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표준동의서에 의한 조합 설립 결의는 적법하다”며 김 씨 등에게 “감정평가에 따른 금액을 받고 건물과 토지를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조합 측이 이들에게 지급할 돈을 조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표준동의서의 기재 내용 및 도시정비법 등 관계 법령과 조합 정관 등을 종합하면 동의서에 조합원이 부담하게 될 비용 분담 기준이나 사업 완료 후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는 조합 설립 결의 동의서상 비용 분담 기준 등에서 금액과 같이 세세한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지만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표준동의서상 기재 양식을 갖추면 효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 도시정비법은 동의서에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 ▲건축물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사업 완료 후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 ▲조합 정관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할 때 이러한 동의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동의서는 시ㆍ도 조례에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한 ‘추진위 운영 규정’(건교부 고시 제165호)의 붙임 운영 규정안 제34조 및 별지3-1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설립 동의서(표준동의서) 등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이번 판결은 표준동의서상 추진위 측이 기재해야 할 건설 건축물의 설계 개요 및 개략적인 금액을 누락한 채 조합원 동의를 받은 사건에 대해 “조합 설립 결의와 그에 따른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한 지난 1월 사건과는 다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법정 기재 내용을 빠뜨린 동의서, 일명 ‘백지동의서’를 근거로 설립한 조합의 인가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부산 우동6구역 재개발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됐고 조합 설립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 늘어나는 사업 기간에 비례해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
 
당시 업계는 백지동의서가 전국적인 관행이어서 이와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경우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표준동의서 내용이 비용 분담 등에 대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다수의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필수 기재 사항이 누락된 백지동의서로 설립된 조합은 무효지만 기재 사항이 모두 작성된 동의서는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림에 따라 표준동의서를 둘러싼 정비사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동의서의 내용 중 비용 분담 기준 등이 추상적인 경우 이것의 효력 유무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여러 차례 엇갈리는 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면서 “이번 판결은 동의서의 적법성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설립의 적법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조합 설립은 물론 원활한 사업 진행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해 비용 분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유사 소송에 휘말린 전국 100여 곳의 정비사업장에서 조합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 김 모 씨는 “표준동의서가 문제가 되면 그를 근거로 설립한 조합이 뿌리째 흔들려 사업이 표류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번 확정 판결로 사업이 정상화되는 곳이 많아지는 데 반해 표준동의서로 결의했어도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의 추상성을 지적하며 진행되는 소송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관계자 윤 모 씨는 “비용 분담에 대한 부분은 관리처분 이전에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법부에서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사항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내려 문제가 됐었다”며 “이번 판결은 비용 분담 부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해진 것으로 상당히 환영할 만한 판례”라고 평가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