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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후암ㆍ용산2가동 주민 구청방문: ‘후암1구역 결합개발’ 명품 재건축 위한 ‘산고’; 2010.05.11 15:30 입력 | 2010.05.12 16:48 수정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7층 도시관리국회의실은 후암동과 용산2가동 주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후암1구역 재건축 사업의 쟁점 중 하나인 ‘결합 개발’이 발표된 지 1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자 구청에 항의 방문을 한 것이다.
 
결합 개발 방식은 후암동과 용산2가동을 하나로 묶어 재건축하는 것으로, 서울시의 ‘남산 그린웨이 사업’에 따라 이주가 불가피한 용산2가동 주민들의 거주지를 앞서 재건축을 시작한 후암동에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후암1구역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이 방식은 후암동과 용산2가동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먼저 후암동의 경우 ▲단독 개발 시 개발 이익 극대화에 필요한 용적률 등의 확보를 놓고 예상되는 인ㆍ허가 기관과의 마찰을 없앨 수 있다. ▲또한 서울 남산과 용산을 잇는 ‘남산 그린웨이 사업’ 대상지를 기부채납 대용으로 활용, 단지 배치 등의 효율성을 높여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용산2가동의 경우 ▲시청-서울역-용산을 잇는 신(新)경제축으로의 편입 개발을 통해 재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게다가 추진위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사업 구역에 편입됨으로써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합 개발 시 이 일대가 최대 5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주거지로 조성되기 때문에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실을 찾은 50여 명의 주민들은 그동안 품고 있던 질문들을 쏟아 내며 구청 측의 명확한 답변을 구했다.
 
용산2가동 주민 A씨는 “우리 동네만 개발해도 상관없는데 (결합 개발에 반대한다고 해서) 방해 세력으로 매도하는 게 억울하다”며 “개발을 통해 재산을 늘리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다만 발표된 지 1년 가까이 됐는데도 특별한 진전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마치 시와 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결합 개발에 있어 구청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결합 개발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사업”이라고 운을 뗀 뒤 “이는 주민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현재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구청은 시(市)와 주민 사이의 ‘가교(架橋)’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6ㆍ2지방선거 후 정식으로 시에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후암1 재건축 추진위의 심한섭 위원장은 “‘시(市)에서 발표한 것이니 시에 가서 해결하라’는 식의 답변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들의 바람은 재건축에 속도가 붙도록 구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해 관(官)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향후 계획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특히 구청 실무자가 결합 개발 방식의 근거가 됐던 서울시의 ‘남산 그린웨이 사업’이 시의 장기 프로젝트이고 이 일대 개발도 이에 맞춰 진행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다.
 
주민 H씨가 “이 계획이 ‘완결성’이 있는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명쾌히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구청 실무자는 “결합 개발 방식은 주민 동의가 확보돼야 하는 만큼 이후 용산2가동 주민들이 이주를 마친 뒤라야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에 흥분한 H씨는 “결국 세운상가 일대 남북축 연결이 끝나야 (사업 본격화가) 가능하다는 말인데 우리 구역에서 사업이 추진되려면 아직 먼 것 아니냐”며 “괜히 계획만 성급히 발표해 후암동과 용산2가동 사이의 갈등만 조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칫 험악해질 뻔했던 분위기는 심한섭 위원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일단락됐다. 심 위원장은 “오늘은 구청에 잘못을 따져 몰아붙이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라며 “‘결합 개발’에 대한 주민 이해도를 높이고 후암동과 용산2가동 주민 간 의견 교환 등을 통한 화합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몇몇 주민들이 이런 자리를 너무 급하게 마련해 주민 다수가 배제됐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심 위원장이 향후 이를 교훈으로 삼아 더 유익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답하면서 이날 모임이 마무리됐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